[CEO인터뷰]빚더미 자영업자, 배달삼겹 브랜드 CEO가 되기까지

  • 등록 2020.01.07 09: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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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여는세상 오재균 대표의 성공스토리

우리나라의 음식배달 시장 규모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에만 약 2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외식 구조의 변화, 간편한 음식배달 플랫폼의 영향으로 배달시장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외식 업계에서 ‘배달의 신’이라 불렸던 이가 있다. 바로 배달삼겹 브랜드 ‘직구삼’을 운영하는 ㈜모두여는세상의 오재균 대표다. 직구삼 관악점의 경우 매출 기록을 달성한 업체 3곳에 주는 ‘YOGIYO FRANCHISE AWARDS 사장님 히어로상’, 배달의 민족 한식 부문 최고업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5년 경력의 양식 쉐프 출신인 오 대표는 요리는 물론 직접 전단지 작업, 음식 배달을 하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이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하고 있는 ㈜모두여는세상 본사를 찾아 오재균 대표의 사업 이야기와 그만의 배달 시장 공략 노하우를 들어봤다.

 

호텔 총주방장을 꿈꾸던 남자, 자영업에 뛰어들다

전라남도 함평 출신인 오재균 대표는 조선대학교 기계과를 전공해 광양제철로 입사가 내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간직한 요리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호텔조리사로 93년에 첫 취업을 했다.

 

호텔 총주방장이라는 최종 목표를 가지고 있던 오 대표는 2년 뒤에 프랑스로 건너가 2개월 동안 ‘르 꼬르동 블루’ 유학을 준비했다. 하지만 프랑스 대통령이 바뀌고 자국민 우선주의 정책을 펴며 유학길이 막히게 돼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다시 취직하는 과정에서 취업 사기를 당하며 녹록지 않은 그의 한국 적응기가 시작됐다. 어렵사리 프랑스를 가기 전 근무하던 나산그룹의 양식조리부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몇 년간 근무를 하다 자신의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더 비전이 있다고 생각해 퇴사 후 2001년 6월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굴곡 많았던 그의 자영업 도전기

인천대학교 제물포역 뒤쪽에 위치한 돈가스&파스타 전문점 ‘뗌므뗌므’(t'aime t'aime)를 열 당시만 해도 오 대표는 기대로 가득했다. 대출을 받아 총 1억 2천만 원을 창업비용으로 투자했다. 당시 신도림의 30평 아파트가 8천만 원 정도인걸 감안하면 큰 투자였다. 

 

“쉐프로서 오랜 경력이 있다 보니 처음 시작할 때는 스스로 뭐든지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요리 레시피는 물론이고 인테리어, 주방기기 설치 등을 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엄연히 분야마다 전문가가 존재하는데 세세한 부분을 놓치다 보니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 매장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를 당해 8개월 이상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지금도 척추에 핀 4개가 박혀있을 정도로 큰 수술이었다. 중요한 시기에 주인이 매장을 지키지 못하니 손해는 점점 커졌다. 겨울 방학시즌이 되자 학생들의 발걸음이 더 뜸해지며 가게 문에 달린 종만 쳐다봐야 했다.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된 ‘배달’

같은 해 둘째가 태어나며 더욱더 절박한 심정이던 오 대표는 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에 빠졌다. 손님이 안 오면 직접 찾아가자는 생각에 전단지를 만들어 아파트, 사무실에 들어가 돌리기 시작했다.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현관문에 전단지를 붙이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회사원들에게 가게를 홍보했다. 처음에는 전단지를 주는 일이 낯부끄럽기도 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며 버텼다. 집에 돌아가 밤에 왜 이런 고난이 나에게 온 것인지 원망하는 일기를 쓰기도 했다.”

 

이어 전문가를 통해 매장컨설팅을 받아 매장을 탈바꿈시켰다. 간판에 돈가스&파스타 전문점이란 문구를 추가하고 메뉴를 간소화했다. 손님들이 혼란을 겪던 출입구도 새롭게 옮겼다. 본격적으로 배달을 겸하며 장사에 대한 노하우도 쌓아갔다.

 

 

“배달 장사를 하며 매장에서 파는 음식을 똑같이 배달 상품으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령 돈가스를 만들 때 들어가는 달걀물이 배달을 했을 때 비린내가 나는 문제가 있었다. 맛을 살릴 수 있는 포인트를 중심으로 배달을 위해 메뉴를 보완했다.”

 

3월부터 점심에만 50만원 매출을 올리며 대박의 조짐이 보였다. 주변의 권유로 ‘뗌므뗌므’를 프랜차이즈로 전개했고, 대림동의 배달 전문점을 포함해 2003년에 13개까지 매장을 늘렸다. 소스를 직접 끓여 납품하고 가맹점에 대한 책임감에 바쁜 와중에도 대학원을 다니며 외식경영학을 공부했다.

 

배달 삼겹으로 새로운 인생 시작

배달 시장의 가능성을 본 오재균 대표는 야식가게 등 배달 장사 잘하는 곳을 수소문해 배우러 돌아다녔다. 2005년부터는 직원 40명을 두고 배달 전문 매장을 운영하며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 ‘배달의 신’이라 불렸다. 그러다 2015년을 기점으로 점차 배달앱이 활성화되자 위기감을 느꼈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메뉴를 고민하다, 대구에서 삼겹살도 배달해서 판매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대중성이 높은 삼겹살을 배달한다는 아이템이 좋았으나 긴 조리시간과 배달 과정에서 삼겹살이 퍽퍽해지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6개월의 메뉴 연구 끝에 오 대표는 만족할 만한 배달 삼겹살을 완성했고 영업에 들어갔다.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3개월이 지나며 1억 가까운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사업성을 검증하자 몇 차례 수정을 거쳐 브랜드 이름을 ‘배달삼겹 직구삼’ 정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현재 전국에 50개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했다.

 

직화 삼겹살 조리시간 단 90초

직구삼에는 그동안 오재균 대표가 축적한 요리와 배달 기술이 집약돼 들어가 있다. 우선 삼겹살을 굽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단 90초에 불과하다. 주문 즉시 단시간에 조리해 고기 중량 손실률을 최소화했고 가맹점주의 노동 강도를 낮췄다. 불향이 살아있으며 식감이 부드러운 삼겹살은 직구삼의 가장 큰 인기 비결 중 하나다.

 

또한, 주문하면 고기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소스, 파채, 무말랭이, 김치찌개 등 구성을 탄탄히 갖춰 다양한 조합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직구삼’ 배달앱 리뷰에서 소비자들의 호평이 많은 김치찌개는 반찬전문 브랜드와 협업해 완성한 메뉴다. 김치찌개용 볶음김치를 가맹점에 배송해주기 때문에 정해진 레시피를 따라 끓이기만 하면 된다.

 

 

직화도시락(1인 14,500원), 직갈비도시락(1인 15,000원)외에 직구 고기만세트(소 22,000원), 직화돼지불백/제육/김치제육 도시락(1인 14,500원) 등 다양한 고기 메뉴가 있다.

 

“가맹점주가 가장 일하기 편한 주방시스템을 연구하여 내부인테리어만 5~6번 수정했고, 배달 동선 라인까지 세심히 주의를 기울였다. 배달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자체 R&D 연구소를 두고 메뉴 개발도 꾸준히 진행한다. 날로 더해가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점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맹점에서 인력 충원 없이도 소화가 가능한 메뉴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직구삼 창업비용은 10평 기준으로 약2300만원 정도이며, 업종변경 시는 약1500만원 정도가 든다. 직영점에서 직접 실습하며 전화 응대부터 서비스, 위생, 요리 등 창업에 필요한 전반적인 내용을 배우고, 본사에서 이론교육도 함께 참여하는 창업 교육 시스템을 거쳐야만 직구삼 매장을 열 수 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기업

㈜모두여는세상 본사 문 앞에는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삶을 여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기업’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오재균 대표는 젊은 나이 취업 사기도 당해보고 자영업을 하며 신용불량자가 되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기에 누구보다 자영업자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직접 가맹점을 방문하며 개선할 점이 있는지 점검하고 장사에 필요한 조언을 건넨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작년부터는 기아대책 단체를 통해 굶주린 아동을 후원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끝으로 오 대표는 “배달앱 정책이 바뀔 때마다 대처방안을 마련해 잘 극복해왔다. DH(딜리버리히어로)와 배민의 합병으로 바뀔 시장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단골 손님을 만드는 일이다. 배달 대행 기사, 일하는 직원이 믿고 추천하는 가게를 만들어 간다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라 믿는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부모의 역할과도 비슷하다. 책임감 있는 자세로 가맹점과 공생하는 브랜드가 되겠다”고 전했다.

김하루 기자 lumunehito@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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