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의 안살림과 독립운동가의 일상을 정성으로 보살핀 독립운동가들의 어머니 오건해 선생 그리고 마른오징어볶음
인간의 삶에서 먹는 행위 ‘식食’은 생존을 위한 수단 또는 허기를 없애는 방법의 하나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같이 먹을 한 끼를 준비하고 밥상이 차려진 곳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우리는 일상을, 그리고 기쁨과 슬픔 같은 감정을 마주한다.
배고픔뿐만 아니라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채우는 음식의 힘. 중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의 뒷바라지에 평생을 헌신하며 그들의 공동체 의식을 끈끈하게 만든 오건해 선생의 공적 역시 음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생물이 아닌 마른오징어를 사용하고 오징어볶음에 자주 쓰이는 당근, 양파, 대파와 같은 채소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고추장 양념과 다진 마늘, 다진 생강이 재료의 전부.
1894년 2월 충북에서 태어난 오건해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재무부차장 신건식 선생의 부인으로 그들 자신뿐만 아니라, 딸 신순호와 사위 박영준, 형 신규식과 조카 신형호, 사돈 박찬익이 모두 대한민국 독립운동에 참여한 독립운동 명문 가문의 일원이다.
1926년경 남편 신건식 선생이 있는 중국으로 이주한 그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안살림과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보살피는 데 정성을 다했다. 사위 박영준은 “당시 오건해 여사의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독립운동가가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식 솜씨가 좋았다”고 장모를 회고한다.
오건해 선생이 1938년 창사 임시정부에서 회의하던 중 총상을 입은 김구 주석을 간호하여 회복시킨 유명한 일화는 유명하다.
김구 주석이 퇴원 후 요양 때의 식사 봉양은 물론이고 중경 시기 홀로 시내에 머물며 임시정부를 이끌 때도 거의 모든 숙식을오건해 선생이 맡아 보살폈다고 한다.
오건해 선생의 외손녀 박천민 여사는 “무 짠지나 갓 종류의 저장 음식을 기름에 볶아낸짠지볶음은 김구 선생을 비롯해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즐겨 먹은 음식” 이라고 설명한다.
껍질 없는 마른 새우를 다져 넣고 생강채와 마늘채를 더해 완성한 볶음 반찬 외에도 물에 불린 마른오징어와 수제 고추장 양념으로 맛을 낸 ‘오징어볶음’은 오건해 선생이 자주 낸 찬이다.
마른오징어를 손가락 두 마디 길이로 잘라 두 시간 정도 물에 불린 후 물기를 빼고 식용유에 살짝 볶는다. 고추장과 다진 마늘, 생강, 물을 넣고 끓인 양념에 오징어를 볶다 정종을 두르고 조리 마지막에 참기름을 더한 것이 오건해 선생의 조리법이다.
고추장 또한 직접 담가 사용했는데 찹쌀 고두밥을 지어 으깬 뒤 메줏가루와 고춧가루를 섞고 끓인 소금물을 식혀 조금씩 넣어 고추장의 간과 농도를 맞춘다.
박천민 여사는 “엿기름이나 조청을 첨가하지 않고 찹쌀에서 얻는 단맛이 전부인, 담백한 맛의 고추장”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오건해 선생의 방식을 따라 조리한 오징어볶음은 박천민 여사의 가족 밥상에 자주 오른다.
오건해 여사는 독립운동가의 뒷바라지에만 그치지 않고 1940년 중경에서 한국혁명여성동맹 창립을 주도했다. 그곳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운동 지원과 교육 활동에 주력하다 1942년 한국독립당 활동에 참여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오건해 선생의 공적을 기려 2017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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