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에 ‘육류바람’이 뜨겁다.
잘 알려진 유명 브랜드 고깃집을 비롯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개인업소들까지 빼곡히 들어서 ‘먹자골목’이 고깃집 골목으로 바뀌어 버렸다.
이런 현상은 비단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음식점들이 좀 즐비하다 싶은 상권에는 거의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의 고깃집은 식사와 술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커뮤니티 존으로써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술과 식사를 함께 하는 특성상 수익성도 높은 편이다.
고깃집이 늘어나면서 개성 있는 사업자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최근 일본에선 이색적인 컨셉의 고기전문점이 등장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도쿄 긴자 지역 최대의 복합쇼핑몰 GINZA SIX(긴자 식스)의 식당가 '더 그랑 긴자'의 한 스테이크 전문점.
좌석은 총 54석으로 연간 매출은 2억 5천만엔. 한화로 24억 7천만원대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연일 만석이라는 이곳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인기 비결은 새로운 도전!
시각차단, 상상력을 부풀려 미각 만족을 두 배로
2017년 4월에 오픈한 「제철 숙성 GINZA GRILL」의 컨셉은 바로 ‘다크다이닝’(Dark Dining).
눈을 가리고 ‘진정한 고기의 풍미’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
이곳을 찾은 고객은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나서 눈을 가린 상태에서 촉각, 청각, 후각에만 의존해 함께 식사하게 된다.
특히 눈을 가릴 뿐 아니라 쇠고기가 구워지며 나는 소리를 헤드폰으로 들으면서 식사를 하게 되는데, 이 이색 서비스의 반응이 엄청나다.
「제철 숙성 GINZA GRILL」의 사장인 아토베 미키씨는 “오감을 넘어선 ‘제6의 감각’을 자극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이런 컨셉의 스테이크 레스토랑을 오픈했고, 그동안 몰랐던 음식 본연의 맛을 고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라며 “일본이 자랑하는 ‘타지마 종의 와규’를 메인으로, 긴자그릴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테이크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모두 주방에서 숙성 고기를 실제로 구워내는 소리를 녹음 한 것으로 미각을 배가시키기 위한 최고의 음악이라고 강조한다.
실례로 이곳을 방문한 고객들은 “안대를 착용하고 완전히 시각을 빼앗긴 비일상적인 상황에서 후각, 미각, 청각, 촉각만으로 음식을 느낄 수 있어 맛이 평소보다 짙게 느껴진다. 고베 와규의 진정한 맛을 깨닫게 해준다.” 등의 호평들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식(食)의 본질을 실감 할 수 있는 이색 레스토랑으로 각종 SNS에 태그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고.
이곳의 주 고객층은 긴자 쇼핑몰을 찾은 40대가 중심이다. 예약제로 운영되기에 접대 수요도 많은 편이다. 객단가는 점심 6천 엔, 저녁 타임엔 2만엔 선이다.
코스요리로 제공되며, 그중 일본 최상급의 '타지마 와규’를 귀와 입만으로 느끼는 테마코스가 가장 인기다.
이외에도 기념일 데이트에 최적인 ‘축하케이크+스페셜코스’와 ‘제철숙성 GRILL 스페셜코스’가 있다.
과당경쟁으로 살아남기 위한 발상의 전환
일본은 지금 ‘육식 열풍’이다. 과거엔 마블링 중심의 소고기를 주로 찾았지만, 최근엔 숙성육에 대한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2014년 일본에 상륙해 주목을 받았던 스테이크 본고장인 뉴욕의 유명 브랜드인 ‘울프 강 스테이크 하우스’(Wolfgang 's Steak House)를 비롯 세계 각지의 실력파 스테이크 브랜드가 상륙해 인기를 끌고 있다.
와규 숙성 스테이크 전문점이 크게 번성하면서 기존의 레스토랑에서도 ‘숙성육’을 사용한 메뉴를 추가해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에 아토베 미키씨는 “일본 숙성 고기 시장은 현재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 있는 상업 시설에서는 경쟁이 더하다. 그래서 ‘블라인드 스테이크전문점’으로 타 브랜드들과 명확하게 차별화 해 나가는 전략에 나선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시각을 배제, 오롯이 미각에 맡기는 ‘블라인드 컨셉 점포’ 증가세
최근 일본에서는 GINZA GRILL 외에도 암흑 속에서 청각, 후각 등의 원초적 본능에 의존해 이색적인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암흑카페’도 성행 중이다.
유럽에서는 암흑카페가 1999년 파리에서 이벤트 형태로 시작해 런던, 바르셀로나, 베를린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복잡한 현대 사회. 잡념을 제거하고 음식의 맛에 집중할 수 있는 ‘다크다이닝’(Dark Dining)의 수요는 앞으로 더 높아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