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 중 하나가 카레이다. 2005년부터 다양한 향신료를 기반으로 한 스파이스 카레(spice curry)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2~3년 전부터 오사카, 교토 등 간사이 지방(関西地方)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파이스 카레가 하나의 브랜드화 되며 전국에서 오사카로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특이한 점은 정식으로 매장을 내는 것이 아니고 카레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말에 장소를 빌려 자신만의 카레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카레는 강황, 커민, 가루다몬 등 향신료와 식재료를 어떻게 조합하냐에 따라 수백가지 다른 맛을 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자신만의 스파이스 카레를 연구해 장사를 하는 두 일본인 청년이 있다. 주인공은 헤어 디자이너 토모씨와 이탈리안 쉐프 나카시마씨다. 작년 가을부터 카레연구부를 만들어 한달에 하루만 마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접점 없던 두 청년, 타국에서 만나다.
토모(33세)씨는 한국에 온 지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일본 오키나와 출신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자동차 공장에서 1년간 일했다. 그 후 후쿠오카 미용학교를 거쳐 오사카에서 6년 간 미용사로 근무하다 가로수길에 매장을 오픈하며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작년 KHA 코리아헤어드레싱어워즈 살롱 스타일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할 정도로 헤어 디자이너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나카시마(34세)씨는 일본에서 12년간 요리사로 일한 베테랑이다. 일본사람이 한국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하면 이상한 것 같아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고 한국 생활 5년 차에 접어들며 한국어도 유창해졌다. 현재 홍대에서 일본 빵과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브랜드 라트라팡테 이사로 재직 중이다. 아이오토리, 아오이하나 매장을 관리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두 청년이 인연을 맺은 건 나카시마씨가 막 한국에서 적응을 시작했을 때 토모씨가 손님으로 매장을 찾으면서부터다. 연령대가 맞고 타국에서 생활하는 공통점이 있어 금방 가까워 질 수 있었다. 스파이스 카레를 처음 제안한 건 토모씨였다.
회원은 단 두명, 카레 연구부 설립
토모씨는 한국에서도 오키나와 타코라이스를 만드는 등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날 마장동에서 소고기를 사와 요리를 하고 남은 부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카레를 떠올렸다. 요리사인 나카시마씨와 함께 카레연구부를 만들면 재밌는 요리가 많이 나올 것 같았다. 휴일이면 일본에 들어가 카레 맛집을 다닌던 터라 나카시마는 흔쾌히 의견을 수락했다.
“카레 연구부라지만 회원은 우리 단 두 명뿐이었다. 작년 10월에 시작했는데 서로 일이 바쁘다 보니 만나서 회의하기는 쉽지 않다. 주로 메신저로 카레 향신료 정보를 공유하거나 개발한 레시피를 올려 피드백을 주고받는 식이다. 최근에 한국 주재원 2명이 들어와 4명이 됐다. 카레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사업성 테스트란 생각으로 한달에 한번 장사를 하고 있다.”
둘은 매달 마포역 근처에 있는 지인의 가게를 빌려 장사를 한다. 아직까지 찾아오는 손님은 지인이나 SNS를 통해 알게 된 일본인이 대부분이지만 카레에 관심을 가진 한국 손님도 종종 찾고 있다. 스파이스 카레를 더 알리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장사를 해보는 것도 생각 중이다.
자신의 개성을 살려 만드는 스파이스 카레
카레 연구부답게 매달 새로운 향신료 조합을 고안해 카레를 손님에게 선보인다. 서로 종류가 겹치지 않도록 사전에 정보를 공유해 조율하고 있다. 이번 달에는 부원이 늘어난 만큼 4종류의 카레를 구상 중이다. 한 그릇 당 5000원이며 카레와 함께 마실 수 있는 사케도 판매한다.
“스파이스 카레는 인도와 일본 카레 중간 지점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인도식 카레처럼 매번 다른 향신료를 시도해 맛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그동안 반응이 좋았던 메뉴는 오차즈케 카레, 치킨 카레, 양고기 카레였다. 양고기가 보통 돼지, 소고기보다 냄새가 강해 향신료도 좀 더 진한 것을 찾아 사용해 맛을 냈다.”
토모씨는 얼마 전부터 훈제 돼지고기에 흥미가 생겨 이를 이용한 카레를 준비하고 있다. 훈제 고기 향과 카레를 어떻게 어울리게 할지가 주요포인트다. 나카시마씨는 이번 달은 오리고기를 메인 식재료로 한 카레를 구상 중이다.
끝으로 두 사람은 “카레 연구부를 운영하며 일본 재료의 맛을 얼마나 살릴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문화가 몇 년 뒤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우를 많이 봤다. 스파이스 카레의 핵심은 아마추어들이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여 전문가와 경계를 허문 것이다. 일본 젊은이에게 호응을 얻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앞으로 한국에서 스파이스 카레를 전파하며 많은 이들과 교류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