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에 따라 소유, 공유하는 걸 넘어선 서브스크립션 이코노미(Subscription economy), '구독경제 시대'가 도래했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매기간 일정 금액을 내면 정기적으로 물건을 배송받거나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과거 우유나 신문 등을 매일 배송받아 소비하던 방식에서 따온 말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그 범위가 생필품부터 자동차까지 전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외식시장을 중심으로 이 정액제 서비스를 도입한 매장이 이슈가 되며 증가하고 있다.
일종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즉 매월 잡지나 신문을 구독하듯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 모델로 볼 수 있다.
오피스가 밀집된 도쿄 니시신주쿠(西新宿)에 자리한 ‘커피마피아(Coffee mafia)’는 한 달에 3천 엔, 우리 돈 약 3만원이면 하루에 몇 잔을 마셔도 좋은 정액제 커피전문점이다.
저녁 7시가 되자 인근 샐러리맨들이 하나둘씩 빌딩숲 사이에 위치한 가게로 모여들었다. 매장 직원과 익숙하게 인사하며 회원카드를 내밀자 금세 즐겨마시는 커피가 제공됐다.
직원은 “정액제를 이용하는 손님들 대부분이 인근 오피스의 직장인들”이라며 “커피의 경우 출근하면서 한잔, 점심때 식사하며 한잔, 퇴근길에 한잔씩 해서 하루 세 번 방문해 드시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日, 월 정액제 '무제한 음식점'이 뜬다
지난달 1일 혼슈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일본 전국 처음으로 매월 정액제로 아침을 제공하는 'IZUMI-CAFE'가 오픈했다.
'IZUMI-CAFE'의 정액제는 매월 4,320엔을 지불하면 모닝 세트(오전 7~11시 사이)와 1잔 400엔의 드립 커피를 매일 먹을 수 있다. 모닝 세트는 빵(갓 구운 크로와상, 버터 토스트), 샐러드, 삶은 달걀 세트가 기본이지만,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오구라 버터 토스트 등으로 변경 가능하다.
실제로 일본 외식업계에선 구독 모델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을까. 화제가 된 정액제 커피 전문점에 이어 라면 가게, 선술집, 와인 바 등 다양한 업종에서 전개하는 구독 모델을 소개한다.
coffee mafia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coffee mafia는 매월 정액제 서비스가 있는 커피 브랜드다. 정액 회원 코스는 두 가지로 나뉜다. 월 3000엔 코스는 Quick Cup(용량 240ml) 커피가 무료이며 스페셜티 커피 등 음료는 240엔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월 6500엔 코스는 스페셜티를 포함해 모든 음료가 매일 무료다. Quick Cup 커피 한잔이 300엔이기 때문에 한 달에 10번만 방문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출근길 커피를 즐기는 직장인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라면 나기 타마치점
이곳은 도쿄를 중심으로 라면 가게를 전개하는 회사 나기 스피릿츠가 운영하는 매장이다. 월 정액제인 라이트 패스는 1 개월에 8,000엔, 프리미엄 패스는 3개월간 22,000엔이다. 또한, 타임 패스는 3개월동안 14시 ~ 22시 한정이며 15,000엔이다. 라면 나기는 2004년 신주쿠 가부키쵸 골든 거리에서 4평 8석의 작은 가게로 시작한 라면 브랜드이다. 전국에서 엄선한 20여 종의 멸치를 직접 혼합해 깔끔하며 진한 육수 맛이 특징이다.
안도모와 주식회사
전국에 술집을 전개하는 안도모와 주식회사 역시 구독 모델을 매장에 도입하고 있다. 작년 2월부터 ‘키타노하나 챠야쵸우점(北の華 茶屋町店)’을 비롯한 일부 점포에서 먼저 시작했다. 생맥주를 포함한 총 250종류의 음료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단 서비스 이용 시 식사류를 2가지 이상 주문해야 한다. 요금은 1개월 3,000엔, 2개월 5,000엔, 3개월 7,000엔, 6개월 13,000엔이다.
Provision
롯폰기에 있는 프렌치 와인 바 Provision는 월정액제를 통해 언제든지 친구, 연인과 들러 와인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월 30,000엔이면 회원 포함 4명까지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와 프렌치 와인을 제한 없이 주문할 수 있다. 이미 규정 회원 수를 채워 현재는 모집을 하지 않을 정도로 월정액제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야로우 라멘
캇츠리계(ガッツリ系, 양이 듬뿍) 라면으로 유명한 야로우 라멘은 재작년 11월 일찌감치 구독 모델 ‘1일 1그릇 야로우 라멘 생활’을 도입했다. 월 8,600엔(세금 별도)를 지불하면 하루에 돈코츠 라멘(780엔), 국물없는 라멘(830엔), 된장라멘(880엔)을 중 1종을 선택해 먹을 수 있다. 단, 18~38세로 연령 제한이 있다. 이어 12월에는 월 300엔으로 인기 토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정기권을 추가하기도 했다.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걱정 없이 서비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갈수록 구독 모델을 찾는 소비자는 늘 전망이다. 일본에선 일부 업종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업태로 구독 모델이 퍼져 나가고 있다. 음식점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서비스 외에도 여러 점포가 제휴를 맺은 구독 모델도 등장하는 추세다.
구독하는 고객이 늘수록 수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판매량이 예측 가능해 재고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 국내 외식시장에선 ‘먼슬리 키친’이 공유주방에 구독 모델을 적용한 서비스에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불황의 늪을 빠져나올 해결책으로 일본의 구독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30년간 한국과 일본에서 외식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알지엠컨설팅 강태봉 대표는 “정액제 서비스는 안정적인 수입과 더불어 고객과의 관계성 강화라는 이점을 가져다주지만, 고려해야 할 사항들도 많다. 점포의 입지 조건과 손님이 만족할만한 가격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회원 대상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회원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