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 없는 '수상한' 바(BAR) 5선

맛, 술에 대한 전문성, 호스피탤러티, 어쩌면 분위기까지도. 바를 평가할 때 상당 부분은 바텐더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바텐더라는 단어 자체도 BAR와 돌보는 사람을 뜻하는 TENDER의 합성어 아닌가. 그런데 여기, 이토록 중요한 바텐더의 존재가 없는 수상한 바들이 있다.

술이 있어 더욱 달콤한 디저트 바

JL DESSERT BAR

 

 

손님이 바에 앉아 주문을 하면 바로 눈앞에서 재료를 조합해 나간다. 만드는 동안 각 재료에 대해 설명하기도, 이따금씩 손님의 물음에 답을 하기도 한다. 흔한 바 풍경이지만 그렇게 완성된 것은 칵테일이 아닌 한 접시의 디저트. 바를 지키는 것도 당연히 바텐더가 아닌 페이스트리 셰프, 저스틴 리다.

디저트의 사전적 정의는 ‘양식에서 식사 끝에 나오는 과자나 과일 따위의 음식’. 이처럼 식사와 떼어놓을 수 없는 디저트의 운명을 거슬러 <제이엘 디저트 바>에서는 독립된 하나의 요리로 낸다.

 

페이스트리 셰프로 발돋움하기 전,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탤리언 요리사로서 쌓은 경험이 지금의 독보적인 행보에 발판이 됐다. “중심이 되는 플레이버를 정하고 나면 그에 맞는 초콜릿과 과일, 스파이스, 견과류, 술 등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요. 특히 술을 즐겨 쓰는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과일의 직관적인 맛에 복잡 미묘한 풍미로 ‘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다양한 맛의 조화만큼이나 셰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하나는 다채로운 식감이다.

 

입안에서 바삭하게 터질 때 가장 매력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견과류는 주로 크럼블로 만들어 곁들이고, 분자 요리를 접목해 하나의 재료를 동결 건조, 크림, 머랭, 아이스크림이나 소르베, 겔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시켜 한 접시에 담아내기도 한다. 오직 디저트만으로도 파인 다이닝처럼 테이스팅 코스를 구성할 수 있는 이유다.

1.패트론 아네호 오크통에서 1년 이상 숙성한 최상급 데킬라. 바닐라, 건포도 아로마에 은은한 꿀의 단맛이 이어지고 캐러멜과 스모키 노트의 여운을 느낄 수 있다. 향이 풍부해 보통의 데킬라샷 글라스보다 글렌캐런 글라스에 따라 즐기는 것이 좋다.

2.한라봉, 둘쎄32%초콜릿, 코냑, 생강, 아몬드, 카다몸한라봉은 겔로, 시럽에 재운 과육으로, 아이스 벌눈으로만들고 둘쎄 크림은 코냑을 넣어 두 가지 질감으로 표현했다. 밀가루 대신 아몬드 파우더로 무겁지 않은 풍미를완성한 둘쎄 브라우니, 생강을 넣은 아몬드 크럼블, 카다몸 파우더가 디저트의 맛과 질감을 한층 다채롭게 한다. 모든 재료를 잘 섞어 한입에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즐길수 있다.

 

T 02-543-6140

H 13:00-17:00, 18:00-22:00, 금 13:00-17:00, 18:00-24:00, 토 13:00-24:00

제이엘 디저트바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38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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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 한잔 할래요?

BAR 酌

 

지글지글 기름에 지져낸 전과 찌그러진 양은 사발에 콸콸 부어 마시는 막걸리도 마음을 동하게하는 술자리 풍경이지만, 우리 술을 위스키처럼 맛보고 와인처럼 음미해보는 건 어떨까? 전형적인 서양식 바의 모습을 갖춘 <작>의 백바BACK BAR는 놀랍게도 오로지 우리 술로만 채워져 있다. 특히 증류주 라인업이 탄탄한데, 쌀 베이스의 소주류부터, 한약재를 부재료로 숙성한 주류나 과실 증류주까지 43여 종을 갖추고 있다.

바를 지키는 건 바텐더 대신, IT 전문가 생활을 정리하고 우리 술 전도사가 된 강병구 대표. 취미 삼아 술을 빚던 것이 이제는 업業이 됐다. “우리 술도 맛이 정말 다양한데,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려면 가볍게 한 잔씩 즐길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왕이면 좋은 분위기, 술마다 어울리는 각양각색의 유리 잔, 하나하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생각하다 보니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그가 말하는 우리 술의 장점은 아로마의 차이가 극명해 처음 접하는 손님들도 편하게 취향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 게다가 누룽지 향, 감귤이나 매실, 오미자 등 과실 향, 갓 지은 쌀밥 냄새 등 모두 우리 머릿속에서 쉬이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다. 증류주를 모두 잔술로 즐길 수 있는 데다 이강주, 죽력고, 감홍로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조선 3대 명주 샘플러’나 5가지 안동소주를 테이스팅해볼 수 있는 ‘안동 소주 샘플러’, 시즌마다 구성이 바뀌는 ‘작 샘플러’도 준비되어 있다.

1 소호 오직 쌀로 빚은 술을 증류 후 숙성해 은은한 곡 향이 감도는 소주. 이계송 화가가 빚은 술로 레이블에 한국의 오방색을 담은 서양화 작품 ‘상춘常春’을 새겨 넣었다. 2 추사 40 예산 사과를 증류한 후 오크통에서 숙성해 과실은 은은한풍미와 바닐라 향, 초콜릿 향의 여운이 길길다. 높은 도수에도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T 02-501-2342

H 18:00-02:00, 토요일 예약 운영, 일요일 휴무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95길 14

내자동 소리 맛집

SLOWHAND

 

누군가는 단번에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영국의 유명 기타리스트인 에릭 클랩턴의 별명이자 앨범 타이틀인 ‘슬로우핸드’를 업장명으로 내건 이곳이 음악과 관련이 있음을. 정확히는 예민하게 조율하고 배치한 오디오 시스템으로 최적의 사운드를 전달하는 일명 ‘하이파이 라운지’다.

<텐더>, <코블러> 등 내로라하는 클래식 바가 위치한 내자동 한옥 골목에 바텐더도, 백 바BACK BAR도 없이 1년여 전 호기롭게 오픈한 이곳은 하나의 질문에 대한 실험이었다. “나처럼 오디오 쟁이가 아니어도, 내가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도 느낄 수 있을까?” 긴 시간 오디오에 푹 빠져 지낸 임영웅 대표에게 어느 순간부터 이 궁금증이 집요하게 따라다녔고, 가수와 연주자가 바로 앞에서 공연을 펼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보자 결심한 것. 무대를 설치하기에 한옥 구조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마당에는 백 바 대신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하고, 버건디 컬러 커튼을 드리웠다. 음악이 시작되면 바 좌석은 자연스럽게 관람석이 된다. 마치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현대판 대청마루의 느낌이랄까. 관람료는 위스키든 와인이든 맥주든, 취향에 맞는 술 한 잔이면 충분하다.

소리를 모으기에는 까다롭지만, 나무 구조 덕에 온화한 아날로그 사운드를 즐기기 좋은 한옥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스피커는 미국 에스칼란테 디자인사가 만든 프리몬트FREMONT. 천연 대나무로 만든 캐비닛을 사용해 풍부하고 따뜻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에 맞는 앰프의 선택도 중요한데, 단단하고 현대적인 정밀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은은한 배음과 따뜻한 촉감을 전달할 수 있는 진공관 앰프를 사용했다. 아롱거리는 진공관 앰프의 불빛은 어둠이 내려앉은 한옥과 조화를 이루며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선물해준다.

 

이렇게 설치된 사운드 시스템만 20여 개. 여기에 마지막으로 주인장의 세심함이 더해진다. 밤늦은 시간 진행된 인터뷰 중에도 노래에 따라, 혹은 같은 노래도 구간에 따라 음량을 조절하며 손님들에게 최적의 사운드를 선물하기 위해 리모컨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1 CALL ME BY YOUR NAME 가요와 팝, 재즈.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들과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선곡한다. 예쁜 LP 커버 덕에 젊은 손님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2 SLOWHAND 바의 이름이자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닉네임, 그리고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 타이틀이다. 에릭 클랩턴은 공연 도중 기타를 조율하는 시간이 아주 길어지곤 했는데, 지루해진 관객들이 빨리 조율을 끝내달라는 의미로 천천히 박수를 치면서 슬로우핸드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일화가 있다.

 

3 END OF THE ROAD 라프로익, 캄파리, 샤르트뢰즈를 배합한 도수 높은 클래식 칵테일. 전문 바텐더는 아니지만 요즘 술 만들기에 취미를 붙인 임현지 씨가 일과를 마치고 즐겨 마신다고.

 

4 EITHER OR 싱어송라이터 엘리엇 스미스의 앨범. 1번 트랙인‘Between The Bars’는 흥얼거리듯 속삭이는 서정적 느낌의 노래. 왠지 제목부터 이곳에서 감상하기에 제격 아닌가.

T 02-737-9871

H 19:30-02:00, 일요일 휴무

슬로우핸드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12길 1

헤밍웨이가 꿈꾼 천국

BAR PIERRE CIGAR

 

“내 삶은 라 보데기따 델 메디오에 있는 모히토와 엘 플로리디타의 다이키리에 존재한다.” 익히 알려진 술꾼 헤밍웨이다운 쿠바 예찬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이것이 없다면 천국도 가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있으니, 바로 시가다. 대체 어떤 매력을 지녔기에 천국도 마다한다는 것인가. 헤밍웨이만큼이나 쿠바 시가와 열렬한 사랑에 빠진 피에르 대표는 한마디로 ‘믹싱의 마법’이라고 말한다.

1994년, 시가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그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오로지 쿠바산 시가만을 취급한다. 시가의 풍미를 좌우 하는 것은 여러 종류의 담뱃잎을 블렌딩한 ‘필러’인데, 와인처럼 어떤 종류의 잎을 어떻게, 어느 정도 양으로 배합하느냐에 따라 풍미가 달라진다.

 

더 나아가 담뱃잎이 자라는 토양, 즉 테루아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로 양산하는 시가는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쿠바산 시가의 섬세한 맛과 향을 따라오기 어렵다고. “시가는 쿠바 그 자체예요. 1800년대부터 시작된 역사, 그 속에 알알히 박힌 보석 같은 이야기들, 만드는 과정, 쿠바의 테루아를 담은 채 피어오르는 연기. 와인을 마시다 보면 그 나라에 가고 싶다고들 하잖아요. 시가도 마찬가지죠.”

2002년 문을 연 <피에르 시가 바>는 ‘서울시가 클럽’의 멤버십 전용 공간으로 시작해, 지금은 일반 손님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뒀다. 기존의 밀폐된 공간에서 최근 이전해 남산 소월로 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도 갖췄다. 한쪽에는 삼나무로 마감한 컨디셔닝룸에 시가가 진열되어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수십여 가지지만, 입문자가 즐기기 좋은 길이가 짧고 무난한 맛과 향의 시가부터 한 개비에 14만원 하는 최고급 시가까지 실제로는 1백50여 종을 갖추고 있다.

로미오 이훌리에타 넘버 2 비교적 얇고 짧은 길이의 시가, 무겁지 않은 맛과 향 덕에 시가 입문자가 시도하거나 데일리로 가볍게 즐기기 좋다. 시가의 단짝으로는 럼을 비롯해 주로 하드 리큐어, 다이키리나 모히토 등이 꼽히지만 와인도 퍽 잘 어울린다. 다만, 시가가 복합적인 풍미를 지녔기 때문에 주정 강화 와인 혹은, 풍미가 비교적 단순한 스위트 와인 계열을 매칭할 것을 추천한다.

 it! ITEM <이탈리아 맥주>

직접 주류 수입도 하는 만큼 보기 드문 주류 리스트가 눈에 띈다. 그중 이탈리아 브루어리 발리의 맥주는 포도를 주재료로 한 인류 최초의 인공 감미료 ‘사파’를 사용해 와인 못지않은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 동시에 청량감이 탁월하다.

 

T 02-790-4522

H 09:00-24:00, 금·토 17:00-23:30, 일요일 휴무

피에르 시가 바

서울특별시 용산구 소월로38길 25

취향이 달라도 괜찮아요

LA COUPE

 

 

와인으로 대동단결해도 둘 이상 모이면 취향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주종이 갈리는 날 결국 누군가는 포기하고 만다. 여기, 취향이 다른 세 여자가 모여 각자 좋아하는 술로 가득 메운 공간 <라 꾸쁘>라면 어떨까? 손기은·양진원·홍지원 대표는 각자 기자로, 와인 칼럼니스트이자 강사로, 와인 마케터로 만나 5년 넘게 알아온 ‘술친구’다.

 

그러나 좋아하는 술은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손 대표는 도수가 높은 하드 리큐어, 특히 요즘에는 셰리 오크통의 풍미가 뛰어난 위스키에 빠져 있다. 플로리스트로 변신한 홍 대표는 화이트 와인 중에서도 크리스피하면서 쨍한 산미를 느낄 수 있고 음식 없이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소비뇽 블랑 계열을 좋아하는가 하면, 양 대표는 레드 와인 품종인 피노 누아를 ‘대체품이 없다’고 생각할 만큼 좋아한다. 이렇다 보니 어느 와인 바나 위스키 바 못지않게 모두 리스트가 탄탄하고 전문적이다.

그런데 1백30여 종의 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정 강화 와인. 위스키와 와인의 느낌을 모두 지녔으면서 그냥 마셔도, 간단히 치즈부터 자극적인 한식까지 페어링도 좋아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25종의 주정 강화 와인은 모두 잔으로 즐길 수 있고, 와인 역시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처럼 보기 드물거나 계절성을 고려해 매달 5종 정도 잔으로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해뒀다.

 

세 사람이 또 한 번 의견 합치를 이룬 건 ‘어둡고, 빈티지하고, 아저씨 서재 같은’ 분위기에서 탈피 하자는 것. 공간을 비비드한 컬러로 채우고 곳곳에 스탠드 조명을 설치해 누군가의 집에 온 듯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문 DJ에게 의뢰한 플레이리스트 역시 젊고 활기차 손님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1 블랑 오 리뜨르 홍지원 대표의 추천은 알자스 지역의 내추럴 와인. 셋이서 술을 마시기로 한 날, 1L 용량이 쏙 마음에 들어 골랐다고. 게다가 실바네르, 리슬링, 오세루아 3개 품종을 블렌딩한 와인이라 더욱 와닿았다. 음식 없이도 가볍게 즐기기 좋다.

 

2 보아랑 쥐멜 로제 샴페인 리스트는 여성 생산자의 것으로 꾸렸는데, 양진원 대표의 추천은 피노 누아 100%로 만든 로제 샴페인. 직접 만나본 양조가의 당차고 우아한 느낌이 술에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세니에 기법으로 피노 누아에서 자연적으로 뽑아내 영롱하게 빛나는 붉은 빛깔이 봄과 잘 어울리기도 한다.

 

3. 글렌로티스 WMC 48도의 도수, 셰리 오크통의 풍미, 매일 마시기 좋은 부드러움. 요즘 손기은 대표의 마음을 꽉 잡고 있는 위스키로 특색이 있다기보다는 기본이 탄탄하다. 본래 셰리 캐스크로 유명한 양조장은 아니어서 처음에는 병 모양 때문에 눈길이 갔다고.

 

 

T 070-7576-1215

H 18:00-24:00, 금·토 18:00-01:00, 일·월요일 휴무

라꾸쁘

서울특별시 종로구 계동길 15 지하1층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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