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만큼 회식 많고, 술 좋아하는 문화가 있을까. 강남, 건대, 홍대 등 번화가 상권에서부터 동네 골목까지 그 수요만큼 매해 다양한 형태의 술집들이 생겨나고, 유행주기는 타 업종에 비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룸 타입의 주점과 수작요리주점, 퓨전포차주점 등 다양한 컨셉의 술집들이 등장했고, 세계맥주전문점이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후엔 저렴한 맥주와 안주가격으로 젊은 층을 공략한 스몰비어가 대세를 이뤘지만, 단순한 메뉴 구성과 낮은 객단가로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엔 ‘가성비’를 내세운 주점들과 ‘혼술’, ‘커뮤니티’, ‘놀이문화’를 접목시킨 주점들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점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한다. 그해 관통하는 소비키워드가 트랜드에 그대로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험이 중요,
'특별한 술' 찾는 소비 트렌드 확산
최근 20대들의 음주성향을 보면 이전과는 상당히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소주와 맥주로 일관된 음주패턴을 보였다면, 요즘의 젊은이들은 전통주에서부터 시작해 칵테일, 와인, 세계 각국의 이색적인 수제맥주까지 즐기는 주류의 범주가 크게 확대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편의점에선 국산맥주에서 수입맥주로, 수입맥주에서 지역 수제맥주로 맥주 소비가 다양화하고 있다. ‘강서맥주’, ‘달서맥주’, ‘제주위트에일’ 등의 특색 있는 맛과 향을 살린 수제맥주까지도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국내 수제맥주시장의 경우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인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장을 해오고 있었지만, 최근엔 ‘크래프트벨트(Craft Belt)’, ‘구스아일랜드 펍’, ‘바이젠스콜’, ‘생활맥주’ 등 다양한 수제맥주 전문점이 등장, 물류 유통망을 구축하며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중 ‘생활맥주’는 2014년 설립 후 만 4년 만에 전국 150개 매장을 오픈하며 수제맥주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부산, 대전, 안동 등 전국 각지 소규모 양조장과 함께 개발한 수제맥주 20여종을 전국 매장으로 유통하고 판매한다.
또한 프리미엄 레스펍 ‘치어스’는 수제 맥주 트렌드를 반영해 치어스만의 독자적인 크래프트 비어 & 드래프트 비어 펍으로 변신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각국의 야시장 콘셉트를 표방한 포차형 에스닉 주점들도 떴다. 현지 로컬 그대로의 분위기와 맛을 살린 것이 공통적인 특징으로 메뉴뿐 아니라 각국 현지의 주류를 그대로 수입해와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령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현지음식을 주 안주로 비어사이공, 비어하노이와 같은 베트남맥주와 비어창, 싱하, 리오 등 현지에서나 맛볼 수 있는 태국맥주를 판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의도에 위치한 한 태국포차주점의 경우 ‘루앙카오실버’라는 생소한 태국 소주를 태국식삼겹살과 함께 구성, 특별한 술이란 해시태그로 각종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종로구 익선동 한옥펍들과 홍대, 이태원 등 전통주를 메인으로 내세운 이색주점들 또한 커뮤니티모임과 데이트코스로 인기다.
보통 젊은층이 선호하는 모던한 분위기를 강조하거나 웨스턴 바 형태가 많고, 퓨전한식과 스파클링막걸리 등 20여종이 넘는 전통주를 판매, 새로움을 찾는 이들에게 어필 중이다.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느린마을 양조장’의 경우 ‘도심형 막걸리 양조장 & 펍’이란 컨셉으로 수제 생막걸리의 제조과정을 보여주며 맛 볼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직접 만든 막걸리와 함께 막걸리 훈증법으로 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고 쫄깃하게 만들고 잡냄새를 없앤 ‘양조장 막고기 한 접시'와 막걸리 숙성 치킨 등 막걸리가 가진 특성을 적용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도박주점까지, 자극적인 테마주점 증가세
단순히 술만 마시는 공간이 아닌 술과 함께 다양한 게임 이벤트로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주점’이 증가세다.
홀에 VR게임존을 비치한 ‘VR주점’과 함께 특히 일명 ‘도박술집’(도박 시스템을 도입한 프랜차이즈 주점)이 강한 중독성을 지닌 내기 게임을 앞세워 게임술집들이 젊은 손님들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먹자골목, 번화가를 중심으로 매장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며 고객반응이 좋아 9시 이후로는 웨이팅이 이어질 정도다.
‘마카오포차’, ‘포차끝판왕’, ‘포차플레잉’ 등의 주점이 대표적인데, 보통 3000원대 많게는 9000원대 가격의 안주나 주류를 걸고 테이블에 비치된 테블릿PC를 통해 다른 테이블과 게임을 즐긴다. 게임에서 이긴 테이블은 안주를 획득하게 되며, 안주금액은 진 테이블에서 지불한다. 게임종류는 악어이빨 누르기, 병돌리기, 가위바위보 등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확률형 게임이 주를 이룬다.
아예 카지노 컨셉으로 꾸며진 펍도 등장했다. 입장료를 내면 게임칩을 받아 홀덤게임이나 룰렛, 게임칩을 통해 술이나 안주로 바꿔먹을 수 있다.
현재까지 이런 테마주점의 위법 여부에 대해 관련부처는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업주가 적극적으로 손님들끼리 게임을 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분명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손님들끼리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는 단속 대상이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