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사이트]누구나 아는 '김치찜'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한옥집 윤철 대표

  • 등록 2019.01.23 09: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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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서대문역 2번 출구를 나와 골목을 조금만 걸으면 예스러운 외형의 식당이 하나 보인다.

김치를 기반으로 한 찜과 찌개가 주력 메뉴인 이곳은 허영만 화백의 단골집으로 만화 식객에도 나온 전국맛집이다. 무한도전, 맛있는 녀석들 등 방송에 나온 것은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2002년 가을 문을 열어 서대문 대표 식당이 될 수 있었던 과정을 한옥집의 윤철(62세)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윤 대표가 장사를 처음 접한 건 80년대 중반이었다. 신설동에서 2년 동안 슈퍼를 운영했다. 운영이 잘되니 건물주가 자신이 하겠다며 윤 대표를 내쫓았다. 계속 장사를 하고 싶단 마음은 있었지만 밑천이 부족해 우선 식품회사에 입사했다.

 

일을 시작한 곳은 유명 제과회사에 아이스크림을 납품하던 하청 업체였다. 기획 업무를 맡아 히트상품인 누룽지사탕을 개발하기도 했다. 10년간 일을 하며 자동화된 생산시설로 인해 사회초년생이 숙련자를 대체하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길을 찾고자 회사를 나왔다.

 

그 뒤로 11톤 트럭을 타고 지방 거래처로 아이스크림 배송을 다니다가 캐릭터 식품사업에 도전했다. 전 재산을 투자했지만 사탕이 장마철을 만나 상품성이 떨어진 바람에 판매를 하지 못했다. 더이상 끌고 나갈 여력이 없어 사업을 정리했다.

 

앞으로 살길이 막막했던 윤 대표는 친구 지인이 하는 식당에서 김치를 공급해 주겠다는 약속에 다시 한번 장사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正 써가며 준비했으나 첫 음식 장사 쉽지 않아

 

이미 한번 실패를 맛본 윤 대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자 혼자서 상권 조사를 시작했다. 혼자 서대문역 근처 은행 앞에 서서 공책에 바른 정자를 쓰며 유동인구를 확인하며 사업을 준비해 나갔다.

 

문제는 가게를 열고 두 달 뒤에 벌어졌다. 김치 값은 정상적으로 지불했지만 식당에서 돌연 공급을 중단했다. 김치 납품을 약속한 식당 주인은 이미 소식을 감춘 뒤였다. 위기에 빠졌을 때 마침 매물로 내둔 봉고차를 구입한 사람이 응암동에서 김치공장을 운영 중이었다.

 

공급처를 확보해 한고비를 넘기니 매장 주변이 재개발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매장만 신경 쓰느라 주변 상권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가게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손해를 감수하고 자리를 지금의 한옥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삶에 경험에서 탄생한 한옥집 ‘김치찜’

 

지금의 한옥집을 있게 한 김치찜의 탄생은 윤대표의 직장 생활 경험에서 시작됐다. 아이스크림 시장은 여름에 팔 물량을 6개월 앞선 겨울부터 준비한다. 미리 기획하고 준비하던 습관이 몸에 벤 윤 대표는 겨울이 되자 일찌감치 내년 여름에 손님에게 어떤 음식을 선보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김치를 활용해 무더운 여름에도 먹을 수 있는 메뉴 보완을 고심하다 어릴 적 먹은 김치찜을 떠올렸다. 고객이 뜨거운 불 앞에 있지 않아도 되니 여름 상품으로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윤 대표는 주방에 혼자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한 연구에 몰두했다.

 

우선 사업 초기 안정적인 김치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복수 거래처를 두고 맛의 기본을 잡았다. 한옥집만의 특징을 만들고자 김치 맛의 핵심인 산도, 염도, 당도, 조직도 기준을 정하고 관리했다.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으면 과감히 전량 폐기했다. 김치 맛이 달라져 8천만 원 어치를 폐기한 적도 있다. 그만큼 맛의 기준을 엄격히 지켰다.

 

한옥집은 대표메뉴인 김치찜, 김치찌개 모두 8500원으로 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제대로 된 한식을 맛볼 수 있다. 고기는 수차례 연구한 끝에 김치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 돼지 앞다리 살만을 사용한다. 또한, 매장 가운데에서 주문 즉시 만들어주는 대왕 달걀말이와 떡갈비도 인기 메뉴다.

 

 

맛만큼 운영 전략도 중요해

 

10년 넘게 기획 업무를 해온 만큼 윤 대표는 메뉴 도입도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고객을 ABC 그룹으로 선정하고 서비스로 김치찜을 주면서 맛을 다듬어 나갔다. 여름이 가까워지며 점차 서비스 횟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레시피를 완성 시키자 윤 대표는 7월 1일부터 김치찜을 정식 메뉴로 넣었다.

 

한옥집에는 한식당이면 흔히 볼 수 있는 밥장고가 없다. 오랜 시간 넣어두면 밥 맛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마케팅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밥장고 있던 밥이 아닌 갓 지은 따뜻한 밥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고객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선사한다.

 

약 100평(330㎡)의 실제 거주하던 한옥을 개조해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어 전통가정집 분위기가 물씬 난다. 최근에는 복고적인 느낌을 찾는 뉴트로가 트렌르로 떠오르면 젊은 손님들의 방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식당이 유명세를 얻으며 대기업과 제휴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윤 대표는 여전히 고객이 다시 매장 찾을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수익률이 낮더라도 혼밥 시대에 맞게 1인 주문을 가능하게 했고, 서비스로 공깃밥과 라면 사리를 추가해준다.

 

무엇보다 맛이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 서대문 본점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끝으로 윤 대표는 “식당을 하며 어려운 순간도 많았지만 부인과 함께 일했기에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멀리서 찾아온 손님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지금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성공포인트1.미리 준비해라

한옥집의 명성을 만들어준 김치찜은 윤철 대표의 미리 준비하는 자세에서 시작됐다. 겨울에 미리 여름 메뉴 구상에 들어가며 상품 개발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인 만큼 맛을 확실히 잡았다.

 

성공포인트2.품질과 타협하지 않는다.

윤 대표는 최고의 김치 맛을 내기 위해 손해도 기꺼이 감수했다. 맛에 대한 한옥집만의 기준을 만들고 철저히 관리했다. 김치 제조 공장에 의뢰해 만든 김치가 원하는 맛이 나지 않으면 전량 폐기해 버렸다. 산도, 염도는 물론 씹히는 맛인 조직도까지 신경 써 고객이 언제 오더라도 같은 맛을 유지했다.

 

성공포인트3.본질을 잊지 않았다.

한옥집은 다수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기업과 제휴해 HMR 시장에도 진출한 성공한 브랜드이다. 직원에게 맡기고 쉴 수도 있지만 윤 대표는 늘 서대문 본점으로 출근한다. 외식브랜드의 본질인 본점의 맛이 흔들리면 모두 공중누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준 기자 jun4548@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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