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맛남] 냉면에 좋은 와인은?

  • 등록 2022.08.17 08: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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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기와 꿉꿉한 습도로 전국을 찜통으로 만들어버리는 한여름에 접어들었다. 이런 무더위 속에서 잠시나마 여름만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음식은 바로 냉면이 아닐까?

 

전국의 냉면 맛집을 찾아 한 그릇 뚝딱 비우는 상상만 해도 더위가 한풀 꺾이는 느낌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냉면에 잘 어울리는 와인을 살펴보자.

 

냉면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로 한반도 북부 지역에서,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수확한 햇메밀로 만든 면과 겨울철 무로 담근 동치미를 활용한 겨울철 별미로 시작했다.

 

그러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남쪽으로 내려온 이북민을 통해 냉면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퍼지게 됐다는 설이다. 특히 근대부터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냉면은 배달 음식으로도 명성을 떨쳤으며, 현대에 와서는 여름철뿐만 아니라 사계절 즐기는 별미로 자리 잡았다.

 

더위에 지친 입맛을 산뜻하게 살려주는 한국인의 한여름 소울 푸드, 냉면에 어울리는 와인이 과연 존재할까? 놀랍게도 그렇다. 심지어 ‘매우 잘 어울리는 매칭’이 존재한다.

 

평양냉면에는 드라이 리슬링

 

잘 만들어진 평양냉면의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평안도 출신 시인 백석은 자신의 시 ‘국수’에서그 맛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중략) / 이 그지없이 고담 枯淡 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이렇듯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하고, 고담하고, 소박한 평양냉면과잘 어울리는 와인은 무엇일까? 바로 드라이한 리슬링이다.

아로마틱한 향과 경쾌한 산도, 독특한 미네랄 풍미를 지닌 리슬링은 평양냉면을 바탕으로 삼은 담백한 캔버스 위에서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떨친다. 메밀 면의 깊고 은은한 맛과 향은 리슬링 특유의 미네랄 향과 훌륭한 조합을 이루고,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는 육수는 리슬링의 매력적인 과실 향과 어우러지며 입안에서 멋진 춤을 춘다.

 

또 다른 매칭의 포인트는 냉면 육수 조리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옛날 평양냉면은 동치미 국물이 베이스였으나, 현대엔 소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등갖가지 동물성 재료로 만든 육수를 활용하게 되면서 맛의 균형감, 복잡성, 보디감 측면에서 더 고급화됐다. 이러한 육향의 추가는 결과적으로 리슬링의 경쾌한 산도와 더욱 잘 어울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리슬링은 육류나 가공육과도 아주 잘 어울리는 몇 안되는 화이트 품종이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프랑스 알자스 지역에서는 그들의 최애 식품 중 하나인 육류나 가공육 찜, 또는 구이를 먹을 때 리슬링을 곁들이는 것을 당연시한다.

 

이들은 리슬링 산미의 매력을 이미 오래전부터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평양냉면과 리슬링을 매칭할 때는 반드시 잘 칠링된 드라이 리슬링을 준비해야 한다.

리슬링의 고향인 독일의 카비네트나 스패트레제 SPÄTLESE 급의 드라이(독일어로 Trocken) 리슬링이 제격일 것. 다른 지역의 리슬링을 추천한다면, 호주 남부의 클레어 밸리 CLARE VALLEY 나 에덴 밸리 EDEN VALLEY , 그리고 뉴질랜드 남섬 캔터베리 CANTERBURY 지역의 드라이 리슬링도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함흥냉면에는 오프 드라이 스위트 리슬링

 

그렇다면 시원한 육수가 매콤달콤한 양념장으로 바뀌는 함흥냉면의 경우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이경우에도 리슬링이 상당히 유효하다. 하지만 평양냉면과 달리 스패트레제나 아우스레제 AUSLESE 급의 오프 드라이나 스위트한 리슬링이 제격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함흥냉면을 먹을 때 기호에 따라 설탕을 가미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매콤한 맛에 단맛을 더하는 선택은 대부분 옳다. 더군다나 리슬링이 주는 깔끔하고 세련된 달콤함은 설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콤달콤함의 매력을 배가시켜줄 것이다.

 

 

또한 리슬링의 복잡한 산미는 보통 냉면에 뿌리는 식초에서는 찾기 힘든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것. 더군다나 평양냉면에 비해 전분이 높은 면이 주는 쫄깃쫄깃한 식감은 씹는 시간을 늘리면서 입안에서 펼쳐지는 매칭의 향연을 좀 더 오랫동안 즐기는 추가적인 기쁨도 만끽할 수 있다.

 

  • WSA와인아카데미

17년의 역사를 지닌 국내 최초의 국제 인증 와인 교육기관이다. WSET 레벨 4 디플로마 자격을 획득한 강사진을 국내 최다로 보유해 수준 높은 와인 교육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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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rgm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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