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맛남] 난로회, 코리안 바비큐를 논하다

  • 등록 2022.11.24 08: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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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투골이라 불리는 전골 틀에 양념한 소고기를 구워 먹던 조선 시대의 ‘난로회’.

 

그 폼 났을 모임이 21세기 서울에서 재현되었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식음 전문가들이 모여 고기를 구워 먹으며 K-BBQ와 한식 문화의 내일을 논하는 유의미한 조선판 고기 파티. 2022년 마지막 모임에 참석했다.

 

 

조선시대에는 음력 10월이 되면 추위를 막기 위해 화로에 소고기를 구워 먹으며 풍류를 즐기는 풍속이 있었다. 기름·간장·파·마늘·고춧가루 등양념도 듬뿍 곁들였다. 일종의 ‘조선판 고기 파티’다. ‘난로회’라 불리는 이모임은 조선 후기의 세시풍속서인「 동국세시기」에도 등장하며, 민간부터 왕실까지 두루 즐겼다고 전해진다.

 

이때 활용한 조리 도구인 전립투골은 숯불을 지핀 화로 위에 벙거지 모자를 뒤집어놓은 것처럼 생긴 무쇠그릇을 올린 형태로, 고기를 가장자리에 구워 먹거나 전골처럼 담가 먹는 등 2가지 방법으로 즐길 수 있었다.

 

역사 속 풍경이 최근 서울에서 조용히 재현되고 있다.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중국·한국 부의장이자 샘표 우리맛연구중심 소속의 최정윤 셰프가 이끄는 난로회가 그것. 올 2월에 시작한 모임은 회차마다 한식, 전통주, 우리 식재료 중 한 가지 세부 주제를 정해 열린다.

 

장소와 식사는 서울 시내에 있는 레스토랑의 대표가 최 셰프와 공동 호스트를 맡아 제공한다. 2022년 마지막 난로회는 ‘K-BBQ의 고급화 전략’을 주제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캠핑 콘셉트의 코리안 바비큐 레스토랑 <계미산장> 루프톱에서 지난 9월 26일 열렸다. 행사는 1부 난로회 소개, 2부 강의 및 의견 발표, 3부 식사로 꾸려졌으며, 서울의 유명 고기 업장 대표와 셰프를 비롯해 다양한 직업군의 게스트 40여 명이 모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불고기-한국 고기구이의 문화사」를 쓴 이규진 경남대학교 교수의 강의가 진행됐다. 그에 따르면 고구려의 고기구이인 맥적이 조선 궁중 음식인 설야멱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조선 후기로 넘어가면서 너비아니로 변형된 것이 지금의 석쇠 불고기로 계승된다.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육수 불고기가 등장하는 등 양상이 다양해졌는데, 조선시대 난로회에서 즐기던 소고기 전골이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강의가 끝난 후, 게스트들은 행사 전에 제출했던 'K-BBQ의 고급화 전략'에 대해 공유했다. 많은 참석자들이 "K-BBQ의 본질과 가치를 한국인인 우리가 먼저 탐구하고 이해하자"고 입 모아 말한 가운데, 정동우 <고도식> 대표는 "작가, 연출가, 제작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코리안 바비큐를 대표할 얼굴을 연출하자"는 의견을 표했고, 김태경 <어메이징 브루어리> 대표 등은 "K-BBQ를 대표할 페스티벌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최성희 '켈리타앤컴퍼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K-BBQ 전용 가위를 브랜딩하자", 한충희 <금토일샴페인빠> 대표는 "고기 굽는 직원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해 한국만의 접객 문화를 만들자"고 말하면서 문화적 경험 디자인을 강조했다. 그 외에도 "요리학교를 만들자", "한국 고유 식재료의 수출 지원이 필요하다" 등 시스템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모임의 마지막은 전립투골을 활용해 난로회의 풍류를 그대로 재현한 식사가 장식했다. 메인 메뉴인 불고기는 전립투골의 가장자리 철판에 구워 먹거나 움푹 파인 가운데 부분에 있는 소스에 담가 먹을 수 있었고, 여기에 상차림으로 나온 육회와 깻잎전, 젓갈류, 장류, 쌈채소 등을 곁들였다.

 

전립투골을 통해 옛 조상의 지혜를 느낀 것은 물론, 현대적인 활용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고기를 어떤 장에 찍어 먹고, 어떤 쌈채소를 얹어 먹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맛을 즐기면서 반찬으로 무궁무진한 페어링이 가능한 한식의 강점을 맛볼 수 있었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관리자 rgm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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