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과 명이, 감태, 유자, 곶감, 새우젓이라는 한국 식재료가 미국 크림치즈와 만났다.
<비채나>의 전광식 총괄 셰프가 미국유제품수출협회(USDEC)와 손잡고 식탁에 올린 동서양 발효의 맛이다.
크림치즈와 한식. 도통 접점이 없는 것 같던 두 세계가 12월 9일, 한식 파인 다이닝 <비채나>에서 만났다. 미국유제품수출협회와 협업해 ‘크림치즈로 빚은 한국의 미미 美味’ 쇼케이스가 열린 것. 지금껏 특정 브랜드와 협업한 사례가 없던 <비채나>가 외부와 손을 잡았다는 점, 그리고 미국 오리지널 치즈인 크림치즈가 한국의 대표적인 한식 레스토랑과 만났다는 신선함이 더해지며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선보인 메뉴는 한국 식재료를 크림치즈와 접목한 한 입 요리 6가지와 칵테일 1종. 소고기와 명이의 궁합을 활용한 ‘명이나물 크림치즈 육회증편’을 시작으로 청유자와 청양고추, 소금을 숙성해 크림치즈와 배합하고 대게살 반죽에 넣어 튀겨낸 ‘유자크림치즈 게살튀김’, 한 입 크기의 호떡피에 계피와 곶감, 크림치즈를 섞어 넣은 ‘곶감 크림치즈 옛날호떡’, 누룽지와 생크림, 누룩 소금, 크림치즈로 완성한 소스에 국수와 볶은 김치, 양파장아찌를 담아낸 ‘누룩소금 크림치즈 비빔국수’, 바삭한 수제 김부각 사이에 감태 크림치즈를 샌드한 ‘감태 크림치즈 김부각’, 생채소와 크림치즈의 조화를 꾀한 ‘네 가지 맛 크림치 즈와 채소 스틱’, 그리고 크림치즈 된장 폼을 올린 칵테일 ‘장 클라우드'까지 상상력을 뛰어넘는 다채로운 조합을 보여주었다.
각각의 메뉴에서는 명이, 유자, 누룩, 감태, 새우젓 5가지의 한국 식재료가 발효를 거쳐 크림치즈에 섬세하게 스며들었다. 발효라는 공통점으로 동서양의 맛을 완전히 합치시킨 미식 실험은 어떻게 완성됐을까. 메뉴 개발을 담당한 전광식 총괄 셰프를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미국유제품수출협회와 크림치즈를 주제로 협업하게 된 계기는.
핵심은 ‘발효’라는 공통분모였다. 비채나는 장 醬과 김치로 대표되는 한국의 전통 발효 문화를 깊이 탐구하고 요리에 녹여내는 곳이다. 치즈 역시 발효 과정을 통해 깊은 맛과 독특한 질감을 완성한다. 이처럼 한국 전통음식과 치즈 모두 발효라는 본질을 공유하면서 서로 특색이 다른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 다. 전통 한식에 방점을 둔 <비채나>가 우리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주제라고 생각했다.
명이, 누룩, 감태, 새우젓을 각각 발효하고 건조해 파우더로 만들었다.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식의 본질은 결국 식재료에 있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재료야말로 우리 고유의 맛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비채나>는 이 본질을 지키되, ‘낯설게 보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창의적인 해석을 통해 한식의 지평을 확장하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다. 통전복을 만두피로 사용한 메뉴 ‘생복 만두’처럼 말이다. 이번에는 그 방식이 ‘파우더’였다. 파우더는 서양에서는 활발하게 사용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조미료 외에는 잘 쓰이지 않는 방식이다. 가장 한국적인 식재료에 서양의 테크닉을 입혀 물성을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비채나>가 추구하는 ‘뉴 클래식’이자 이번 협업에서 보여주고 싶은 창의적 해석이었다.
파우더화가 맛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
파우더화는 재료의 불필요한 수분을 모두 제거하고 맛을 응축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크림치즈와 섞었을 때 질감이 묽어지지 않고, 한국 발효 식재료의 깊은 감칠맛을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다. 무엇보다 양 조절이 매우 쉬워 배합 비율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메뉴를 꼽는다면.
‘명이나물 크림치즈 육회증편’이다. 장아찌 간장에 3개월 숙성한 명이를 건조해 파우더화한 뒤 크림치즈와 섞어 만든 명이나물 크림치즈를 튀긴 증편에 올리고, 육회 간장으로 버무린 소고기를 더한 구성이다. 명이가 지닌 마늘 향이 자연스럽게 육류의 풍미를 끌어올리고, 부드러운 크림치즈가 바삭한 증편과 쫀득한 육회의 질감을 부드럽게 연결하며 균형감 있는 맛을 선사한다. ‘감태 크림치즈 김부각’은 구운 감태를 장아찌 간장에 재워 건조해 파우더화 하고 크림치즈와 배합해 수제 김부각 사이에 샌드했다. 김부각과 감태의 바다 풍미가 크림치즈의 짭짤함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메뉴다.
앞으로 준비하는 도전이나 새로운 시도가 있다면.
<비채나>는 서양 식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캐비어 같은 재료도 원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젓갈로 만드는 등 한식 조리법을 접목해 제한 적으로만 사용해왔다. 이번 협업을 통해서 <비채나>의 한식에 서양 식재료를 접목해도 크게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식재료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양식을 전공한 팀원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면서 하나씩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고 싶다.
크림치즈 Cream Cheese
크림치즈는 1872년 뉴욕주에서 치즈 제조업자 윌리엄 로렌스에 의해 개발된 치즈 로, 우유의 고소함과 크림의 부드러운 풍미가 조화를 이루는 ‘아메리칸 오리지널 치즈’다. 미국은 단일 국가 기준 세계 1위 치즈 생산국으로, 2024년 기준 약 650만 톤의 치즈를 생산하며 전 세계 치즈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치즈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cheesefromtheusa.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