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선릉역 주변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이 즐비한 강남의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이다. 작년 상권 연 매출을 살펴보면 광화문역, 삼성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소비력을 갖춘 직장인을 잡기 위한 경쟁 또한 그만큼 치열한 곳이기도 하다.
선릉역 1번 출구를 나와 언덕길을 올라가면 본관은 물론 별관까지 손님으로 가득 찬 족발집이 있다. 2005년 시작해 뽕나무쟁이 족발을 서울 4대 족발로 키워온 과정에 대해 박상욱(49세)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 만만하게 본 장사에 큰 코 다쳐
박 대표가 자영업의 길로 들어서건 아내의 뛰어난 요리 솜씨를 믿었기 때문이다. 응암동에서 분식집을 하던 아내를 설득해 2005년 선릉역 근처에 가게를 얻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고 기본적으로 음식 맛만 받쳐주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장사가 잘 될 거란 막연한 기대만 안고 2층짜리 큰 규모의 매장을 열었으나 첫 달부터 적자를 면치 못했다.
요리는 아내가 책임지니 홍보에만 신경을 썼다. 하지만 분식집을 하는 것과 규모가 큰 외식업을 운영하는 건 완전히 달랐다. 처음 매장을 시작했을 땐 삼겹살, 두루치기, 청국장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했다. 매장 운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음식 수가 너무 많으니 주방에서 제때 요리를 만들지 못했다. 주문 후 음식 나오는 시간이 계속 길어지자 점차 매장을 찾는 고객의 발길이 끊겼다.
장사가 처음이다 보니 좋은 사람을 보는 안목도 부족했다. 매장 규모가 큰 만큼 함께 호흡을 맞춰 일할 직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원을 뽑으면 갑자기 출근을 하지 않거나 실력이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더 이상 직원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박 대표는 주방으로 직접 들어가 일을 하기 시작했다.
◆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선택한 족발
삼겹살로 메뉴를 간소화하고 운영 틀이 잡히자 점차 손님이 다시 매장을 찾았다. 8개월 만에 드디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220석의 매장은 손님으로 가득 찼다. 공간 효율성을 높이고 싶은 욕심에 힘들게 자리 잡은 삼겹살에서 소고기로 메뉴를 변경을 구상했다.
장사가 잘되는 유명 식당을 다니며 맛을 보니 어렵지 않아 보였다. 고깃집은 좋은 고기만 쓰면 된다고 생각해 급하게 업종을 전환했다. 단순한 음식이라도 깊이 있는 내공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설상가상 소고기로 메뉴를 바꾸고 3개월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선릉역을 덮쳤다. 회사들은 법인카드를 막기 시작했고 내부적으로 회식을 안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매장을 접어야 할 정도로 위기에 몰렸을 때 박 대표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족발을 선택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메뉴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선릉역 수많은 족발집 사이에서 경쟁력 가지려면 뽕나무쟁이만의 독특함이 필요했다. 박 대표는 매니아층 공략하고자 양념 족발을 고안해냈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고기 속까지 베여있어 쌈 채소 없이 그냥 먹어도 맛이 일품이다. 매장의 상징적인 메뉴가 돼 현재도 고객 70%가 양념 족발 찾는다. 족발은 저녁 회식 메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뽕나무족발은 점심 식사를 위해 오는 고객의 비중도 높다.
◆ 힘든 시절 버팀목이 되어준 든든한 우군
박 대표가 사업을 하면서 위기를 극복한 건 주변에 든든한 우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사가 어려워 임대료가 10개월 동안 밀렸지만 건물 주인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줬다. 건물 관리소장은 대출을 받아 박 대표를 도와주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정작 가족도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박 대표는 힘든 시절 주변의 도움으로 성공한 만큼 거래처와 신의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매장을 운영하며 13년 동안 한 번도 거래처를 먼저 끊은 적이 없다.
◆ 마케팅 끝은 결국 신뢰
박 대표가 10년 넘게 매장을 키워오며 마케팅의 끝은 결국 신뢰라는 것을 배웠다. 처음에는 아침 8시부터 선릉역에 나가 전단지를 뿌렸다. 광고를 통해 모객은 할 수 있지만 결국 매장을 찾은 고객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허상에 불과하다.
고객이 뽕나무쟁이 족발은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도록 맛은 물론 인테리어 신경을 썼다. 별관은 오래된 전통 가옥에서 그대로 가져온 고재를 사용했다. 옛 정취가 물씬 나는 매장이 음식의 맛을 더한다.
지역 명소가 되며 가맹사업을 문의하는 이들이 많지만 박 대표는 함부로 사업을 확장하지 않는다. 직접 해보니 장사가 이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일인데 남에게 선뜻 권유하는 건 죄를 짓는 것이라 느껴져서다. 대신 오래 같이 일해 뽕나무쟁이 족발 브랜드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직원에게는 직영점 운영을 허락하고 있다.
끝으로 박 대표는 “브랜드 이름을 지을 때 고민 끝에 나와 아내의 고향명을 붙여서 지었다. 어떤 이름이든 브랜드 가치는 결국 고객이 만들어가는 것이라 본다. 가맹사업에 신중한 것도 브랜드를 유지해 일본과 같은 노포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