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견뎌낸 식물만이 싹을 틔우듯, 4월에도 막 뿌리를 내린 신규 외식업장들이 대거 등장했다. 닭고기의 직관적 매력을 전하는전 문점부터 다이닝과 베이킹, 베버리지의 베테랑들이 의기투합한 심상치 않은 실력파 베이커리, 한국식 재료로 선보이는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메밀 하나로 온갖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일식 다이닝, 과거의 대중가요를 안주 삼아 음주音酒를 즐기는 칵테일바까지.
직관적인 닭 요리의 매력, 야키토리 키유
오사카의 미쉐린 1스타 <야키토리 이치마츠>, <야키토리 마츠리> 출신의 우진명 셰프와 가로수길에 위치한 야키토리 전문점 <콘유>에서 경험을 쌓은 전주환 셰프가 뭉쳤다.
일본과 호주 등 해외 유수의 레스토랑을 경험하며 일식 요리의 DNA를 얻게 된 두 인물이 ‘야키토리’라는 공통분모로 올 3월 <야키토리 키유>를 오픈한 것. 업장명은 일본식 닭고기 요리인 ‘야키토리’와 두 사람이 태어난 계유년을 재치 있게 표현한 ‘키유’를 조합한 것으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수준 높은 미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한다.
코스로 제공되는 야키토리는 현재 모래집, 가슴살, 허벅지살, 염통, 어깨살, 발목살 등 닭의 다양한 부위를 주문할 수 있으며 난소, 신장, 간 등 특수 부위도 맛볼 수 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중시해 조리와 동시에 소금만으로 간을 맞추며, 코스 순서에 따라 간의 강약을 조절한다. 사용되는 토종닭은 신선도를 고려해 양계장과 도계장을 함께 운영하여 업계에서는 유명한 안성 ‘조아라농장’에서 당일 수급한다. 주류는 생맥주를 비롯해 니혼슈
(사케), 위스키, 고구마와 보리 쇼추(소주), 와인 등 닭고기와 페어링을 고려하여 구성했다. 술을 즐기지 않는 손님을 위한 소프트드링크 ‘크래프트 콜라’는 우진영 셰프가 오사카 시절 동료의 레시피를 토대로 개발한 시그너처 메뉴다. 내부 공간은 기본 카운터 테이블과 룸으로 구분했으며, 낮은 조도의 조명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룸은 문 대신 양쪽 기둥 부분에 나무 목재로 제작한 창살을 설치하여 개방감을 준 점이 독특하다. 또 하나 독특한 아이템은 바로 발골 후 남은 닭 쇄골뼈로 만든 젓가락 받침대. 닭고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간다운 유니크한 아이템이다. 식기류는 두 셰프가 일본 6대 도자기 마을인 시라가키에서 직접 발품 팔아가며 공수해온 것들이라고.
‘네기마’는 ‘허벅지 사이에 파가 있다’라는 재미있는 뜻의 메뉴로, 토종닭의 허벅지살과 대파를 함께 구워낸 꼬치 요리다. 소금으로 최소한의 간을 한 뒤 화로에 바삭하게 구워 재료 본연의 풍미와 불향을 살렸다. ‘레바 파테’는 바게트 위에 닭 간과 버터로 만든 파테를 올리고 발사믹 소스와 핑크 페퍼를 뿌려 마무리한 메뉴. 셰프는 페어링 주류로 샤르도네 품종의 화이트와인 또는 스파클링 와인을 추천했는데, 보디감이 무겁지 않고 적당한 산미가 느껴져 파테의 고소함을 해치지 않고 잘 어울린다는 이유를 들었다.
- 야키토리 키유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도화4길 31 1층
올드 팝송 한 잔을 마시다, 영동다방
음악 다방에 영감받은 칵테일 바가 지난 1월 영동시장에 자리 잡았다. <장생건강원>의 서정현 오너 바텐더와 매니저인 안하늘 바텐더, 그리고 논현역 카페 <어딕티브>의 함정후 바리스타가 한국 노래를 들으며 칵테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완성하기 위해 모였다.
사용하는 재료의 90%는 영동시장에서 구해 시장 상인과의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 게이샤 커피를 활용한 아메리카노 사워, 죽력고와 영귤티를 혼합한 영귤티 하이볼 등 커피와 차를 접목한 다양한 칵테일 메뉴가 있지만, 주인공은 단연 칵테일을 코스로 내는 ‘시즌 세레모니’다.
1990년대를 풍미한 올드 팝송 가수를 한 명 선정해 그의 인생과 노래를 칵테일로 풀어내는 콘셉트로, 현재 선보이고 있는 첫 번째 가수는 故 김광석이다. 매일 오후 3시 30분, 5시 30분, 7시 30분에 시작해 1시간가량 진행되는 코스는 김광석의 생전 인터뷰를 시작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날들’ 등 그의 히트곡을 들려주면서, 각 노래의 분위기와 노랫말에서 영감받은 칵테일과 한 입 거리 메뉴를 페어링한다.
예를 들어 두 번째 코스에 등장하는 연두부 튀김은 노래 ‘일어나’의 가사 ‘일어나 / 봄의 새싹들처럼’이라는 대목을 구현해 새싹을 올린 메뉴. 추후 월별 혹은 시간대별로 다양한 가수를 등장시켜 칵테일 코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다방이라는 업장명답게 좁지만 아담한 공간 한편에는 강수지부터 임재범, 신승훈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들의 LP판이 걸려 있다.
총 6코스는 모두 김광석의 노래에서 영감받았으며, 노래와 동명인 칵테일과 한 입 거리로 구성됐다. 첫 번째 메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이강주 베이스의 칵테일로, 시장 떡집에서 구한 술빵과 페어링했다. 술빵은
배 퓌레와 생강 크러스트, 검정깨를 골고루 묻혀 먹으면 되는데, 알싸하고도 고소한 풍미가 어우러진다. 다음 칵테일 ‘일어나’는 담솔솔 추출물과 진저비어를 넣어 상쾌한 향미가 돋보이며, 새싹을 올린 연두부 튀김과 매칭했다.
‘그날들’은 진도 홍주와 홍삼을 넣어 쌉싸름하면서도 묵직한 칵테일. 계피향 그윽한 페이스트리 꽈배기와 매끄럽게 이어진다. ‘서른 즈음에’는 감홍로와 쌍화탕을 넣어 마치 아이리시 위스키 같은 칵테일로, 약과 크럼블 등 한식디저트와 함께 맛볼수 있다. ‘사랑했지만’은 게이샤 커피 시럽과 버번위스키를 혼합해 올드패션드 칵테일을 재해석했으며, 직접 만든 막걸리 아이스크림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이달의 위스키’ 한 잔이 대미를 장식한다.
- 영동다방
-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24길 26 지상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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