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쿠라마의 뒷골목가면 작은 유럽식당 ‘Comptoir Coin’이 있다.
이곳은 마루이 유스케 대표 혼자 운영하는 1인가게다. 작은 규모로 10석의 좌석과 오픈키친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문이 들어오면 한쪽에선 프라이팬으로 고기를 굽고 동시에 파스타 면을 삶는다. 단골 고객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삶의 기운이 느껴져 즐겁다고 말한다.
소박하지만 내 가게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며 1인 가게 창업이 늘고있는 추세다.
마루이 대표는 작업을 간소화하는 등 매장 운영에 군더더기를 널어내 효율적인 원 오퍼레이션을 구축했다. 마루이 대표의 1인 가게 운영 전략은 무엇일까?
아르바이트하며 1인 가게 운영 노하우 터득
마루이 대표는 창업 전 프렌치, 이탈리안, 일식 등 다양한 현장에서 외식 경험을 쌓았다. 그 전에는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연관성이 없던 외식업계로 뛰어들게 된 것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면서다.
“엄청난 자연재해가 일어나며 지역 농축산 시설이 모두 풍비박산이 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음식이란 무엇일까?’란 고민이 들었다. 인테리어 일을 하며 시모키타자와(下北沢)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를 한 곳은 요리뿐만 아니라 사무, 회계, 서비스, 소믈리에 등 업무 전반을 맡아 해야 했다. 다른 직원이라면 힘들다고 그만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루이 대표는 속으로 ‘아! 가게도 혼자서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년 정도 근무하며 능숙한 상태가 되자 다른 가게 운영도 맡게 됐다. 이후 다양한 장르의 음식점에 일하며 요리 실력을 키웠다. 만두 공장 인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일을 하며 어느 정도 자본금이 모이자 창업을 결심했다.
도내에서도 조용한 동쪽 지역인 쿠라마에 출점을 한 것은 ‘자연 와인을 다룬다’는 매장 컨셉과 번화가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Comptoir Coin’은 내츄럴 와인을 취급하는 가게다. 내츄럴 와인이란 제조과정에서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 시켜 만드는 와인이다. 생산 개수가 한정돼 있고 1인 가게다 보니 처음부터 고객 유치에 힘을 넣진 않았다.
NO SHOW 방지하는 SNS 예약
예약을 하지 않고 나타나지 않는 NO SHOW는 외식업계의 골칫거리 중 하나다. ‘Comptoir Coin’은 예약제이지만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는다. 예약하길 원하면 메일이나 SNS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1인 가게는 운영이 간편화해야 한다. 불필요한 영업 전화에 시달리는 것도 업무 효율을 저하하는 요소이다. SNS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고, 메일에 쓰인 문구를 보면 어느 정도는 진심인지 짐작할 수 있다.”
고객 방문 문턱을 높인 덕분에 NO SHOW가 없다. 예약하고 취소를 하는 경우도 드물다. 연령대가 있는 고객도 요즘은 메일, SNS 사용에 익숙해 큰 어려움 없이 예약 후 가게를 찾는다.
낮 예약은 3일 전부터 필수
‘Comptoir Coin’은 밤 예약이라면 당일도 가능하다. 하지만 낮에 찾아오려면 기본적으로 3일 전부터 예약이 필요하다. 낮과 밤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데 예약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예약이 얼마나 들어오느냐에 따라 준비시간을 조절하고 있다. 따라서 낮에 갑자기 오면 대응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밤에 예약한 손님이 주문했는데 ‘이것은 품절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낮에 충분한 준비시간을 가져 만족할 만한 요리를 선보이고자 낮 예약자 수는 적게 조절하고 있다.”
양파 타르트에 들어가는 아파레이유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8~9시간이 소요된다. 타르트 반죽까지 하면 다른 메뉴를 만들 시간이 없다. 오랜 시간이 걸리니 3일 전부터는 방문 고객 수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직원 자리는 조리기구가 대신
마루이 대표는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대신 조리기구에 투자했다. 자신의 손발이 되어주는 조리기구로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주방 공간이 좁은 만큼 기기는 작으면서 실속있는 것들로 배치했다.
“독일제 식기 세척기를 사용하고 있다. 수압, 세제 양, 세척 시간을 설정할 수 있어 그릇에 벤 음식 냄새까지 씻어준다. 건조까지 해주니 그릇을 보관할 공간도 절약된다. 필요할 때 바로 꺼내서 사용한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 소형 진공 포장기도 이용하고 있다. 햄버거와 소스를 소분해 신선한 채로 냉동 보관한다.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가맹점에 원팩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1인 가게에 적용한 것이다.
가정형 컨벡션 오븐으로 피자를 굽는 것도 특징이다. 피자용 가마는 공간을 너무 차지하고 손이 많이 가 1인 가게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가정에서 먹는 피자 느낌을 살리려고 데크 오븐이 아닌 컨벡션 오븐을 선택했다.
주문이 몰리면 잠깐 멈춰 생각부터
혼자 가게를 운영하며 갑자기 주문이 몰리면 허둥지둥하기 마련이다. 마루이 대표는 이럴 경우 잠깐 멈춰 생각을 정리한다. 냉장고에 붙은 주문표를 보며 조리 우선순위를 정해 시간을 단축할 방법을 찾는다.
"가령 햄버거, 피자, 전채 요리 주문이 함께 오면 햄버거를 해동하고 있는 사이에 전채 요리를 담는다. 그다음에 준비된 피자 반죽을 오븐에 넣고 온도를 올린다. 피자가 완성될 무렵이면 햄버거 냉동이 끝나서 반죽해 구우면 된다. 가능한 주문을 함께 받으려고 메뉴를 하나로 구성했다. 한 번에 3가지 음식을 제공해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
아무리 주문이 늘어도 굽기, 요리, 튀김, 담기라는 패턴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주방에선 일이 수월하다.
손님과 거리 두는 서비스
1인 가게라면 사장과 고객이 담소를 나누는 친근한 분위기를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Comptoir Coin’의 서비스는 손님과 거리두기다. 물은 셀프이고 적극적으로 먼저 손님에게 다가가 말을 걸지 않는다. 이 거리감은 패밀리 레스토랑을 보고 참고했다.
“이탈리아 음식점 사이제리야에 가면 점원이 ‘우리는 밀라노풍 도리아도 맛있으니 꼭 먹어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권유를 받지 않으니 손님도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다. 그 자연스러운 뉘앙스를 에 도입하고 싶었다.”
언제 가도 묘한 편안함이 드는 ‘Comptoir Coin’ 분위기에는 마루이 대표의 이러한 생각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