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논란의 퇴직급여 개정안, 걷기도 전에 뛰기를 바라는 꼴

2010년 6월, 당시 노동부는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적용하는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됐던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을 50년 만에 모든 사업장까지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한 달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도 퇴직금 지급을 의무화하자는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 개정안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에게 붙어있던 산호호흡기마저 떼어버리는 법이란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한 달 일하고 그만둬도 퇴직금을?

 

현행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할 경우 퇴직금을 지급해야한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이나 근로자들이 해당 사항을 인지하고 있다. 1년 이상 근무하지 않고 퇴직금을 요구했다가 망신을 당했다는 일화들이 웹툰으로 그려질 정도로 상식적인 일이 됐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법은 ‘퇴직금 지급 대상을 한 달 이상 근무한 근로자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역대 최악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소식이었다.

 

 

법안 발의가 뉴스를 타자마자 곧바로 격렬한 비난이 쏟아졌다. 서울 신촌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었다. 막역한 사이었기에 바로 한탄 섞인 욕설부터 흘러나왔다. 그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영업자들 다 죽으란 소리다. 대학가에서 영업하는 외식업체들의 타격이 더 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20대 친구들은 취업 준비다 교환학생이다 해서 보통 한두 달. 길어도 학기에 맞춰 서너 달 일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경우도 퇴직금을 다 챙겨주라는 건 자영업자들에게 장사하지 말라는 이야기다."라고 토로했다.

 

 

아르바이트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는 편의점 주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필자의 아파트 단지 내에서 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 내외들도 지난 최저임금 인상, 주휴수당 지급 등의 변화로 아르바이트를 대폭 줄였다.

 

분명 입주 초기에는 분명 사장 내외의 얼굴을 보기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편의점에 가면 항상 두 사장이 번갈아 일하고 있었다. 그런 마당에 이번 퇴직금 개정안까지 더해지자 사장의 얼굴 주름이 더 깊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외식업체와 자영업자들은 사실 인건비 하나로 삶이 오락가락 한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아르바이트도 줄이고 야간에는 내가 오후에는 아내가 주말도 없이 일하고 있다. 그런데 그나마 쓰고 있는 아르바이트들의 퇴직금까지 사람을 괴롭히니, 야속한 기분이 드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한 마디에 임대료에 인건비까지 한 푼이 아쉬운 자영업자들의 심정이 너무 잘 녹아있었다. 괜한 질문을 던져 한숨 한 번을 늘린 것 같아 미안한 생각까지 들었다. 안건만 발의된 상태임에도 이 정도이니 실제로 통과가 된다면. 그 후의 상황은 더 막막하게 보일 뿐이다.

 

걷기도 전에 뛰길 바라는가?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이해한다. 친 노동 정책이기에 장기적으로는 필요한 부분일 수 있다는 의견에도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사회, 그리고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심각함을 모두가 알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굳이 이런 법안을 발의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한 달 남짓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퇴직금을 준다는 것은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서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10% 이상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아르바이트보다 돈을 못 가져가는 사장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과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될지 우려가 앞선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개정안이 정작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일자리를 줄어들 게 만든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최저임금 상승과 주휴수당 지급 등으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더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번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비례대표로 당선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출신이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근로시간이 짧은 대부분의 저소득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퇴직 후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답답한 이야기다.

 

2명을 뽑는 카페 아르바이트 자리에 100여명이 몰렸다거나, 최저임금 때문에 오래 일했던 편의점에서 해고당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흔한 것이 됐다. 이런 상황에 한 달만 일하고 그만둬도 퇴직금을 줘야한다는 이번 개정안은 ‘근로자의 퇴직금을 챙겨주려다, 일자리를 없애 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

 

다른 문제도 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아르바이트생들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청소년 혹은 대학생들의 경우, 상황의 특수성으로 오랜 기간 아르바이트를 하기 어렵다. 특히 몇 만원의 금액이 아쉬운 어린 아르바이트생들의 경우, 한 달 간 가볍게 일하고 퇴직금을 챙겨 받고 그만두는 일을 반복할 수도 있다.

 

일을 가르치고 익숙해 질만 하니 그만둔다는 문제가 더욱 확산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법적인 다툼과 논란도 더욱 커질 것이다. 때문에 이번 개정안의 발의는 시기상조이자 과한 욕심이라고 생각 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외식업계에서 인력을 줄이기 위해 로봇을 사용하거나 키오스크 등의 무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흐름이 시작됐다. 필자는 과거 식품외식경영 칼럼을 통해 해당 흐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실제로 필자가 자주 찾는 베스킨라빈스 매장은 최근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아르바이트생을 대폭 줄였다. 그 자리에는 키오스크를 통한 무인결제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아르바이트 고용이 부담이 되자 과감하게 무인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해당 매장 역시 직장에서 퇴직한 사장이 퇴직금과 대출을 통해 차린 매장이었다. 그만큼 자영업자, 소상공인들도 곤궁하고 절박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고 자력으로 버티거나 가족에게 힘을 빌리게 될 것이다.

 

또한 아르바이트가 필요할 경우 한 달 이전에 사직시키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만을 모집해 활용하는 기형적인 방식들이 생겨날 수 있다. 결국 아르바이트생들이 갈 곳은 더욱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법안 발의의 목적대로 퇴직금을 받고 새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전까지 근로자들이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이전에, 왜 정작 일자리 구하는 곳이 없어져 더 핍박한 생활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하지 않았는지 그 의중이 궁금하다.

 

근로자들의 권리와 삶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근로를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사업장이 있어야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근로자 중심의 정책을 펼치려다 정작 사업장들이 망한다면 그게 과연 무슨 소용일까? 이번 개정안은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이 일방적이고 편협한 사고를 가지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선례로 남을 것이다.

 

어린 아이가 걷기 전에 달리기부터 요구하는 부모는 없다. 최저임금 인상, 주휴수당 지급 등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자영업자들에게 단기 아르바이트생의 퇴직금까지 챙겨주길 바라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이번 개정안 발의가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많은 이들이 좋지 않은 눈길로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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