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인사이트] 사람과 환경을 배려하는 일본의 뉴노멀 레스토랑

도쿄의 <놀>은 컨템퍼러리 퀴진을 표방하지만, 그 너머의 사람과 환경, 지속 가능한 식재료를 고민한다.

레스토랑을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하는 허브로 만들고자 노력 중인 올해의 그린 스타, 노다 다쓰야 셰프를 칼럼니스트 시푸미가 만났다.

 

 

일본 도쿄 주오구의 DDD 호텔 1층에 위치한 <놀 nôl>은 지금 도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레스토랑이다.

2021년 4월 오픈한 이래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미쉐린 1스타를 3년 연속 수상했고, 올해 그린 스타까지 획득했다. 디렉터 겸 헤드 셰프는 후쿠오카 출신의 노다 다쓰야.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요리사로 전향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일본의 여러 프렌치 레스토랑을 경험하고, 2011년 프랑스로 건너가 당시 사토 신이치 셰프가 이끌던 레스토랑 <패시지53>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일본과 프랑스를 오가며 식품 제조, 캐주얼 다이닝, 세계 각국의 셰프 및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는 등 요리사의 활동 범위를 넘어서도 활약해왔다. <놀>의 디렉터를 맡은 지 1년도 채 되지않아 미쉐린 1스타를 획득했으며, 현재 ‘새로운 맛의 창조’를 테마로 의료·예술·AI 등 타 장르의 종사자들과 교류해 음식을 접목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 도쿄 2024」에서 1스타와 그린 스타를 겹수상했다. 소감이 어떤가.

 

1스타와 더불어 그린 스타는 우리에게 가치 있고 영광스러운 평가다. <놀>은 미식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고 싶어 시작한 업장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인지하기 쉽도록 ‘레스토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오픈 당시에는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시도를 전달하기 위해 ‘컬렉티브 메종’, ‘키친 스페이스’같은 표현을 썼다.

 

단순히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을 허브로 파티시에나 소믈리에, 생산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음식을 주축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의미에서다. 카카오 열매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열기도 하고, 요리사 교류회를 운영하기도 했다. 기존 레스토랑이 지닌 역할을 넘어선 시도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는데, 이번 수상이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지지해준 것 같아 기쁘다.

 

도쿄 도심 속에서 그린 스타에 선정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업장을 시작한 초기부터 우리는 ‘대도시의 지속 가능한 노력’에 대해 고민해왔다. 얼마 전 나가사키현에 있는 로컬 레스토랑 <페세코>를 방문했다. 오너 셰프인 이노우에 다카히로에게 안내받아 현지를 경험했는데, 그의 요리는 매일 아침 산에 올라 천연수를 길어 오는 것부터 시작된다.

 

물부터 도쿄와는 다른 것이다. 산기슭에 있는 유기농 농원에 들러 갓 수확한 콜리플라워를 시식하기도 했는데, 생명력 넘치는 맛에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도쿄에서는 만날 수 없는 지방의 탁월함이다. 한편 도쿄에는 지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있다. 어떤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큰 이점이 있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 요리를 만들고 그것을 고객이 먹는 것 이상의 일을 도쿄에서는 실현할 수 있다. 도쿄라서 가능한 다양한 일을 기획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지속 가능한 식재료를 소개하는 것 외에도 탄소 감축, 플라스틱 프리, 컴포스트(친환경 퇴비)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환경을 위한 여러 활동을 일상에서 실천하고자 한다. 이러한 방향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면 농원으로 데려가 우리의 식재료는 누가 재배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주방까지 오는지 직접 보고 경험하게 한다.

그 절차를 직접 겪고 나면 채소를 다루는 태도부터 달라진다. 내가 환경을 위해 하는 일들은 다소 작지만, 그 작은 일들을 쌓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실천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린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으로서 사회에 어떤 도움을 전할 수 있을지를 꾸준히 고민하고 여러 가지 실천 방안을 탐구하고자 한다.

 

파인 다이닝부터 마을 레스토랑, 케이터링 사업, 식품 제조 등 폭넓은 산업을 경험해왔다. 다양한 업종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어 각각을 연결하고 보완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할 것 같다.

 

그렇다. 솔직히 말하면 미식을 추구하고 그것에만 집중하던 시기에는 더 많은 요리 기술을 배우고 높은 경지에 도달하려는 욕심만 앞섰다. 케이터링 사업이나 캐주얼 레스토랑 분야를 나와는 연관 없는 것으로 여긴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케이터링을 직접 경험해보니 일회성 행사임에도 세계적인 셰프나 멤버들과 함께 팀을 이루고 성공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가스트로노미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꼈다. 내가 요리사로 전향한 이유는 맛있는 요리로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는 단순하고 강한 동기부여 때문이었는데, 케이터링이나 제조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이유를 되새길 수 있었다. 그 경험이 모여 지금의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선보인 테마 ‘조화와 순환’을 지나 올해부터 ’흙으로 세계를 재생하다’라는 새로운 테마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3년간의 흐름을 짚어보면 요리사에게도 고객에게도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의식이 어느 정도 정착되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고민하다 보니 도시 재생이 떠올랐다.

상태가 좋지 않은 도시의 토지에 컴포스트 퇴비를 뿌리고 토질을 향상시켜 자연의 순환을 되살리는 것이다. 원래 토양이 비옥한 장소가 아니라, 상황이 좋지 않은 토지를 재생하는 일 또한 도쿄에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이 활동은 이제 막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사람들이 있나.

 

컴포스트를 만들기 위해 유기물을 제공받은 레스토랑이나 여러 기업과 공동으로 농원을 만들어가고 있다.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등 환경문제에 적극적인 기업과 도내 뜻 있는 곳의 지원을 받아 구체적인 수치를 목표로 정하고 하나씩 해결해나갈 생각이다. 재생된 토양은 이산화탄소를 땅 속에 품어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 눈에 띄는 수치나 단기적인 성과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 좋은 미래를 다음 세대에 남겨주기 위한 활동이다.


지속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 요리를 만들고, 그것을 고객이 먹는 것 이상의 일을 도쿄에서는 실현할 수 있다


푸드 저널리스트 <시푸미 에토>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란 푸드 저널리스트이자 여행 저널리스트, 인터뷰어. 프리랜서 기자로서 신문, 매거진, 웹사이트 등 다양한 매체에 활발하게 음식과 여행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특히 미식 여행에 집중하며, 사케와 와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심 분야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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