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맛남] 경주에 등장한 새로운 바

 

천년의 신라가 잠든 도시, 경주. 깊은 역사의 땅에 주목할 만한 신생 바들이 등장하고 있다. 경주에서 새 역사를 써 내려갈 따끈따끈한 바 두 곳을 바텐더가 직접 소개한다.

 

묘(墓)하고 묘(妙)한 바

 

누군가의 무덤을 보며 술을 마신다는 것. 그 자체로 묘墓하고 묘妙하다.

대낮부터 능을 감상하며 칵테일 한 잔을 즐기는 호사, <프렙>에서는 가능하다. 횡단보도를 건너 스르륵 문을 여는 순간, 우드 톤의 인테리어와 따뜻한 햇살을 품에 안은 듯 아늑한 분위기가 바에 대한 심리적 벽을 허무는 것은 물론 여정 중에 쌓인 눈의 피로마저 풀어준다.

 

 

군더더기 없이 시원시원한 스타일의 박조아 바텐더는 <마이너스>와 <바 뽐>을 거친 실력파 오너 바텐더다. 경주에 전혀 연고가 없었으나 우연히 여행을 왔다

이 도시에 반해 바를 차린 대담함까지 지녔다. 바텐더들이 재료를 침출하고, 거르고, 끓이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료들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을 소위 ‘프렙prep 잡는다’고 표현하는데, 이름이 <프렙>인 만큼 항상 고객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는 포부가 전해진다.

 

 

마침 오래 걸어 여독이 쌓인 차에 시원한 스프릿츠 한 잔이 간절했다. ‘스프릿츠’란 이탈리아 식전주 문화인 아페리티보의 주요 칵테일 형태 중 하나로, 프로세코와 탄산수, 리큐어 등을 혼합해 만든다.

 

첫 잔으로 모스카토 코디얼과 셰리 와인으로 만든 ‘모스카토 스프릿츠’를 추천받아 마셨는데, 알코올 도수가 낮지만 청량하고 다채로운 뉘앙스를 드러내는 칵테일이었다.

 

두 번째로 마신 ‘얼씨 네그로니’의 베이스로 사용된 고소리술은 제주의 증류식 소주로, 오랜 기간 저온 항아리 숙성을 거쳐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돼지감자와 캄파리, 스위트 베르무트를 더해 땅의 느낌을 표현해냈다. 가니시로 내어주는 상큼하고 쫄깃한 식감의 감귤정과는 칵테일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가장 인상 깊은 칵테일은 솔잎으로 빚은 전통주 ‘담솔’과 쑥, 호박씨 시럽, 달걀흰자,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조합한 ‘송편’이었다. 내기 직전 화룡점정인 양 신중히 스포이트로 찍어낸 참기름 향이 폴폴 피어올라 고소했다. 자칫 텁텁하거나 쓴맛이 도드라질 수 있는 재료를 조화롭게 풀어내 마무리 칵테일로 손색이 없었다.

 

관광객과 지역 주민의 사랑방 같은 분위기, 함께 근무하는 윤혜성 바텐더의 편안한 환대와 더불어, 화장실에 치실과 면봉을 포함한 다양한 위생용품을 구비해놓은 세심한 서비스에 반하고 말았다.

 

  • 프렙
  • 경상북도 경주시 원효로 97 1층

 

시간 여행자를 위한 바

경주 최씨 13대손, 17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LA 출신 바텐더, 카페와 고택 스테이를 운영하는 청년 사업가. 전혀 접점이 없을 것만 같은 이 수식어들은 모두 <바 분>의 최재광 대표를 표현하는 말이다. 저녁이면 인적이 드문 황남시장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면 <바 분>을 만날 수 있다.

 

바에 앉자마자 백 바를 빼곡히 채운 황기, 당귀, 감초 등의 한약재와 각종 코디얼이 눈길을 끌었다. 그의 고향 집에는 3백50년 수령의 모과나무를 비롯해 산수유나무, 탱자나무가 살아 숨 쉬고 있어 그곳에서 얻은 과실로 코디얼을 만든다.

 

또한 2백 년 된 고향 집 중문을 떼어내 바 탑으로 사용한 덕분에 세월의 흔적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바 분>은 ‘향기 분芬’ 한자 그대로 향기로우며 아름다운 덕행이나 명성을 뜻하는데,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과 인연이 닿아 상호와 글씨 꼴을 받았다고 한다.

 

 

첫 번째 추천 칵테일은 한약재 시럽을 가미한 토속적인 풍미의 ‘진앤토닉’이다. 만약 조선시대에 탄산 기술이 발달했다면 이런 맛의 전통 음료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재미난 상상을 해보았다. 두 번째로 마신 ‘매콤한 탱자’는 칵테일 비터 브랜드 보이 드링크 월드의 램 우드윈이 만들었던 팔로마 칵테일에서 영감을 받아, 메스칼과 캄파리, 청양고추, 탱자를 넣어 한국적으로 풀어낸 메뉴다.

 

메스칼은 아가베로 만든다는 점에서 테킬라와 비슷하지만, 아가베의 당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장작불을 지펴 달궈진 돌과 흙을 덮어 구워내는 전통 방식을 따르고 있어 스모키 향이 특징인 멕시코 술이다. 만약 아일레이 위스키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다면, 메스칼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 잔은 ‘조엽수림’을 추천한다. 1980년 산토리 식품 비즈니스 스쿨의 교장 후쿠니시 에이조가 개발한 이 칵테일은 녹차 리큐어와 우롱차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며, 일본 만화 「바텐더」에도 등장한다. 이곳에서는 직접 만든 말차 리큐어를 사용하는데 도수가 높지 않기에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다음 날 일정을 준비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터. 마치 숲 한복판에서 차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잠시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이 들었던 <바 분>. 외국인 여행객도 그 정취를 느끼러 온 모습이다. 바에 머무는 내내 경쾌한 목소리로 열정을 담아 설명하는 최재광 바텐더의 모습에서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 속 주인공의 기운이 느껴졌달까. 숙소로 돌아가는 길, 출출하다면 맞은편 <땡큐치킨>에서 반반 치킨을 포장하는 것도 좋겠다.

 

 

  • BAR분
  • 경상북도 경주시 포석로 1058-7 56호

 

 

김서윤 바텐더

바텐더명 첼시. 바텐더는 물론 소믈리에, 바리스타로도 일하며 음료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서울에서 가장 바에 많이 가는 바텐더라 자부할 정도로 바 문화를 사랑하며, 새로운 바 발굴이 취미다. 현재 도곡동 <티앤프루프>의 캡틴으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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