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만큼 회식 많고, 술 좋아하는 문화가 있을까. 강남, 건대, 홍대 등 번화가 상권에서부터 동네 골목까지 그 수요만큼 매해 다양한 형태의 술집들이 생겨나고, 유행주기는 타 업종에 비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룸 타입의 주점과 수작요리주점, 퓨전포차주점 등 다양한 컨셉의 술집들이 등장했고, 세계맥주전문점이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후엔 저렴한 맥주와 안주가격으로 젊은 층을 공략한 스몰비어가 대세를 이뤘지만, 단순한 메뉴 구성과 낮은 객단가로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엔 ‘가성비’를 내세운 주점들과 ‘혼술’, ‘커뮤니티’, ‘놀이문화’를 접목시킨 주점들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점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한다. 그해 관통하는 소비키워드가 트랜드에 그대로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스팟’으로 변화
30~40대라면 나이트클럽 부킹문화가 친숙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종업원 주선 없이 남녀 손님이 알아서 합석해 술을 마시는 ‘헌팅주점’이 2년 전부터 생겨나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새로운 만남이 있는 이색주점이라는 공통적인 테마로 과거 비싼 금액대의 나이트클럽과 달리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이성과 술자리를 갖는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곳에선 “같이 한잔 하실까요?”라고 말을 건데는 것이 당연한 문화여서 일반 술집에 비해 이성과의 만남 성공률이 훨씬 높아 방문객 대부분은 모르는 이성과 함께 술을 마시려는 목적으로 찾는다.
강남, 홍대, 건대입구 등 번화가 상권을 중심으로 입점해 있으며, ‘홍대 삼거리 포차 별밤’, ‘매드포차’, ‘포차끝판왕’, ‘포차그린라이트’ 등이 유명하다.
일반 호프집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에 술과 안주를 제공하며, 방문객의 나이를 공식적으로 제한하진 않지만 대체로 20~30대 초반 남녀 손님만 받는다.
손님이 서로 모르는 이성 손님에게 얼마든지 말을 걸고 함께 어울리게 분위기를 만들어놓았는데, 가령 메뉴판 대신 각 테이블에 태블릿PC가 비치되어 있어 술과 안주를 주문하는 것 외에도 다른 테이블 인원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소통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 기능을 통해 문자와 선물 보내기가 가능한 만큼,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부담 없이 어필할 수 있다.
나에게 위로 한 잔 소확행, 혼술낭만족
안주양 줄이고 소주·맥주 외 다양한 주류로 혼술족 겨냥, 원룸촌 많아
요즘에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집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2030 밀레니얼 세대 중심으로 현실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고자 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혼술문화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가게 밖에 ‘혼술 환영’이라는 문구를 걸어놓은 곳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SNS상에는 ‘혼술 하기 좋은 술집’의 사진을 올리고 공유하는 일들도 흔해졌다.
특히, 혼술이 가능한 직장인과 대학생이 밀집돼 있는 원룸촌을 중심으로 입점해있다.
주로 점주 1인이 운영하며, 대체로 매장이 크지 않고 ‘ㄷ’자 혹은 ‘ㅡ’자 구성의 바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다. 안주는 혼술족들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 양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춘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대체로 안주조리에 힘을 뺐지만, 칵테일, 수제맥주, 사케, 와인, 싱글몰트위스키 등 판매 주류는 다양화 한 것이 특징이다. 회식이나 모임에서 주로 소주나 맥주만 마신 만큼 혼자 술을 마실 때만은 다양한 술을 즐겨보겠다는 혼술족들의 요구 탓이다.
‘통조림바’ 혼술주점컨셉을 선보인 ‘더캔펍’이 대표적인 케이스로 일본에선 익숙하지만 아직 국내엔 생소한 심야혼술주점 컨셉으로 인기다. 매장 평수는 10평대로 주고객은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직장인으로, 혼술고객이 90%이상이다.
고객 대부분 수제맥주 2잔에 안주요리 하나를 즐겨 찾아 1인당 객단가는 2만5천원 선이다.
국내 최초 통조림 캔 바를 선보인 곳답게 일본에서 공수한 통조림 셀렉션을 갖추고 있으며, 위스키, 와인, 칵테일, 수제맥주와 함께 블랑, 기네스 등 프리미엄 생맥주가 구비되어 있다. 특히 점주와 고객이 대화를 쉽게 나눌 수 있는 바(bar)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고객 재방문율이 높은 것 또한 ‘더캔펍’의 매력 포인트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위로를 원하는 혼술낭만족을 겨냥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가 ‘히든 바(Hidden Bar)’다. 1920년대 미국을 지배했던 ‘금주령’을 시초로 만들어졌다는 ‘히든바’는 술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공간에 술집을 만든 것이 특징으로 경찰이나 이웃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술집에 관해 조용히 이야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의 경우 무거운 느낌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편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춘 ‘싱글몰트위스키바’가 직장인들의 혼술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싱글몰트위스키바’란 말 그대로 싱글몰트위스키를 판매하는 바이며 간판이 없거나 알아보기 힘든 식의 입구로 프라이빗한 느낌을 주는 식으로 운영된다.
미국의 ‘히든 바’ 컨셉을 그대로 차용, 역시 입구를 찾지 못하게 해놓거나, 소품장치를 둬 그것을 통해 비밀스런 바로 이어지게 하는 등 영화적인 장치를 둬 인기를 끈다.
입구를 찾을 수 없는 정원에 비밀스러운 방이 바(bar) 곳곳에 존재하는 청담 ‘앨리스’. ‘찰스H바’, 히든 라운지바인 ‘이상한나라의미쓰윤’ 등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