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라이프] 고조리서의 味를 담다

수운에서 떠나는 반가 음식 여행

임금 수라상에 오른 편육부터 반가에서 별식으로 즐겼던 변시만두, 골동면까지.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한식을 선보이는 <수운>의 메뉴에는 우리를 궁중과 반가의 식문화로 안내하는 스토리가 면면히 담겨 있다.

 

고조리서에는 6백여 년을 거슬러 궁중, 사대부가에서 전해온 음식들의 원형이 고스란히 기록됐다. 현대 셰프들 가운데서도 고조리서를 통해 조상의 맛과 멋, 지혜와 풍류를 배우고 응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가 서울 종로에서 운영하는 한식 레스토랑 <수운>은 고조리서 속 전통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곳 중 하나다.

 

 

<수운>의 키친을 이끄는 임대한 헤드 셰프는 인터컨티넨탈, 콘래드, 파크 하얏트 등 유수의 호텔에서 한식을 담당해온 젊은 요리사로, ‘음식이 곧 보약’이라는 신념으로 최상의 제철 재료를 엄선해 기품 있는 메뉴를 추구한다.

 

특히 궁중·반가의 음식에 셰프만의 터치를 더해 전통을 따르면서도 현대인의 입맛에 꼭 맞도록 재해석한 요리들로 구성한 코스 메뉴를 선보인다. 코스의 초반에 등장하는 ‘한우 아롱사태 편’은 왕의 수라상에 꼭 올랐던 요리로, 쫄깃한 한우 아롱사태에 부드러운 전복과 셰프의 특제 맛간장을 사용해 깊이를 더했다.

 

이후엔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 등장한 비빔국수 ‘골동면’으로 깔끔하게 입안을 정돈하고, 고조리서 「규합총서」에 등장한 변시만두를 재해석한 ‘연계 만두’를 맛볼 수 있다. 궁중에서 ‘전유화’로 불렸던 육전을 비롯해 풍성한 식사를 마친 후에는 셰프가 손수 만든 주악, 과편, 빙자병 등의 전통 병과들이 코스의 말미를 장식한다.

 

전국 곳곳에서 엄선한 우리 술 리스트도 예사롭지 않다. 술을 ‘약주’로 즐겼던 우리 식문화를 반영해 <수운>의 메뉴와 어울림이 좋은 탁주와 약주, 증류주, 감미주를 다양하게 갖췄다. 다가오는 봄, 얼음이 녹은 냇물의 노랫소리에 맞춰 화전과 꽃술을 즐겼던 조상들의 풍류를 떠올리며 옛이야기가 담긴 정통 한식과 우리 술의 어울림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1. 한우 아롱사태 편 고조리서: 친림정부시의궤 / 전통주: 한산소곡주

 

수라상에는 소나 돼지로 만든 편육이 12가지 찬 중 하나로 꼭 올라갔다. 1865년 의정부 건물이 완공되자 고종이 친림한 사실을 기록한 「친림정부시의궤」에도 편육이 등장한다.

 

 

<수운>에선 손님을 왕처럼 귀하게 대접한다는 의미로 편육을 선보인다. 저온 조리해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한우 아롱사태에 신선한 전복을 더하고, 진한 육향을 가미한 특제 간장인 ‘다림장’으로 맛을 냈다. 이 짭조름한 맛에 달콤한 ‘한산소곡주’를 함께 즐기면 ‘단짠’의 궁합을 만끽할 수 있다.

 

2. 골동면 고조리서: 동국세시기 / 전통주: 담은 1932

 

궁중에서 먹던 고급 비빔국수인 골동면은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등장하며, 조선 후기 세시풍속서인 「동국세시기」에도 ‘메밀국수를 무김치, 배추김치에 말아 돼지고기를 섞은 것’이라고 기록됐다.

 

 

<수운>의 골동면은 고기를 빼고 산뜻하게 만들어 코스 중간에 입맛을 정돈해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생쌀을 발효해 질감이 고운 ‘담은 1932’를 곁들이면, 부드러운 메밀면과 잘 어우러진다.

 

3. 연계 만두 고조리서: 규합총서 / 전통주: 세종대왕 어주

 

조선 후기 빙허각 이씨가 기록한 「규합총서」에는 ‘변시 만두’가 등장한다. ‘밀가루 반죽을 밀어 귀나게 썰어 소를 넣고 귀로 싸고 닭 고운 물에 삶아 초장에 쓰라’고 기록됐다. ‘연계 만두’는 여기에 영감을 받아 새롭게 만든 메뉴다.

 

 

부드러운 연계로 만두소를 만들고, 노계는 저온에서 푹 고아 맑은 육수로 활용했다. 밀 누룩의 독특한 풍미와 산뜻한 단맛이 매력적인 ‘세종대왕 어주’는 노계 육수의 깊은 감칠맛과 어우러짐이 좋다.

 

4. 한우 육전 고조리서: 시의전서 / 전통주: 해창 막걸리 9도

 

궁중에서 반가까지 중요한 상차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육전은 조선 후기 고조리서 「시의전서」에 ‘고기 전유어’라고 기록되어 있다. <수운>의 육전은 한우 아롱사태를 적당한 두께로 저며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향을 완벽하게 살렸다.

 

 

땅끝마을 해남에서 빚은 ‘해창 막걸리 9도’와의 페어링을 추천한다. 달지 않으면서도 투박한 해창 막걸리 특유의 청량감이 육전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면서 구수한 풍미는 더욱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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