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라이프]1월의 PLACE|저장 음식의 계절-1

1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 이름만 보면 ‘대한大寒’이 더 추울 것 같지만, 이는 중국 화북 지역 기준이고 한반도는 그렇지 않다. 하여 ‘대한이 소한이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 ‘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는 말이 전해온다. 하지만 이 무렵의 추위만 이겨내면 앞으로 한 해 동안 어떤 역경도 감내할 수 있다는 의미로 ‘소한 추위는 꾸어 다가도 한다’고 했다.

 

이처럼 소한으로 문을 여는 1월이면 ‘정초한파’라 불리는 매서운 추위가 몰려 온다. 우리 선조는 소한부터 이 풀리는 입춘 무렵까지 약 한 달간의 혹한에 대비해 땔감과 양식을 집 안에 비축해두고 월동 준비를 했다.

 

 

특히 계절마다 갈무리해둔 저장 음식은 긴긴 겨울을 버틸 든든한 식량이 되어주었다. 선조들은 계절마다 다르게 자라는 재료들을 적절한 방법으로 가공 비축해왔다. 재료를 꾸덕꾸덕하게 말리거나, 장 숙성이 대표적이다. 계절을 맛있게 저장하는 법을 터득한 지혜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말린 저장 식량의 대표 주자는 시래기다. 김장철, 깍두기와 동치미 등을 담근 뒤 남은 무청을 버리지 않고 그늘진 처마 밑에 매달아 겨우내 말린 것. 보기엔 볼품 없어도 이만한 겨울 식재료를 찾기 어렵다.

미지근한 물에 담가두면 금세 원형으로 돌아와 국거리나 반찬거리로 그만이다. 이 밖에 봄철 고사리와 취나물, 여름철 가지, 호박 등도 햇볕에 말려두면 장기 보관은 물론이고, 수분이 날아가 단맛이 강해지면서 영양 성분도 농축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장아찌도 채소를 사시사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채소류를 된장이나 간장, 소금, 혹은 고추장 속에 넣어 삭혀 먹는 저장 음식의 진수다. 장아찌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고려 중기 문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나온다.

‘좋은 장으로 무를 재워서 여름철에 보관하기 좋고, 소금에 절여 겨울철에 대비해서 장아찌를 담는다.’ 시간이 흘러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를 접할 수 있는 현대에 와서도, 장아찌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24절기의 마지막인 소한과 대한에 만나는 미식의 테마는 ‘저장 음식’이다. 한 겨울에도 사계절의 맛과 영양을 고루 섭취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들여다보고, 이를 각자의 레시피에 활용한 셰프들의 요리도 살펴본다.

 

Dried Vegetable

시래기 & 건머위 & 호박·가지고지

 

채소는 싱싱할 때 먹어야 더 맛있고 몸에 좋다고 흔히 생각하기 일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말린 채소가 생채소보다 오히려 영양분이 더 높다.

말리는 과정에서 수분이 빠지면서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등의 영양소 함량 비율이 최대 10배 높아지기 때문. 채소가 가진 고유의 향과 맛도 더 진해진다.

 

이런 이유에서 선조들은 제철에 거둔 채소를 잘 말려 한겨울 식량으로 먹곤 했다. 싱싱한 무에 달린 무청을 찬 바람에 말린 시래기는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 A․B․C가 골고루 들어 있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봄철에 캔 고사리, 머위 등을 말린 묵나물도 우리 겨울 밥상에 빠질 수 없는 식재료. 호박, 가지 등 수분이 많은 채소들도 얇게 썰어 말려두면 깊은 단맛과 꼬들꼬들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서울 임자탕 & 말린 채소 주먹밥

by 와일드 플라워

 

들깨가 들어간 걸쭉한 탕에 도토리 가루로 반죽한 수제비를 넣은 ‘도토리 임자탕’은 도토리가 흔한 산간 지역에서 많이 해 먹는 음식. 여기에 영감을 받아 만든 서울 임자탕은 말린 도토리묵을 가루로 내어 뽑은 면에 시래기, 건머위, 들깨, 된장으로 맛을 낸 소스를 뿌리고, 오븐으로 바삭하게 말린 호박칩을 곁들인 요리.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도토리면과 시래기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들깨 소스와 절묘한 조합을 이룬다. 그리고 말린 채소의 오독오독한 식감이 살아 있는 주먹밥을 곁들였다. 물에 불려 다진 호박, 가지고지와 다진 한우를 섞은 완자가 쫀득한 찹쌀 속에 보석처럼 숨은 메뉴다.

 

  • 와일드플라워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26길 19 1층

 

Dried Fish '황태'

건조 생선은 생물과는 확실히 다른 매력을 지녔다. 부패를 막기 위해 꾸덕꾸덕 말리는 생선의 종류는 멸치나 명태 말고도 도미, 굴비, 가자미, 갈치 등 생각보다 다양하다. 건조 과정에서 비린내가 옅어지고, 수분이 빠지면서 육질에 탄력이 생기고, 숙성된 육질로 인해 깊은 맛이 살아난다.

 

말리는 법에 따라 그 명칭도 다양한 생선은 바로 명태. 내장을 제거하고 겨울바람에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해 말리면 ‘황태’, 그보다 오래 바싹 말리면 ‘북어’, 내장과 아가미를 빼고 코를 꿰어 반건조하면 ‘코다리’다. 이 중 쫄깃한 육질과 깊은 감칠맛이 매력적인 황태는 명태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아미노산도 풍부하다. 특히 간을 보호하고 노폐물 배출을 돕는 효능이 탁월해 해장국으로 즐겨 먹는다.

 

어글탕

by 청담만옥

요리는 대부분 속살을 쓰지만, 껍질로만 만든 경기, 경남 지역의 향토 음식이 있다. 바로 ‘어글탕’.

 

우선 황태 껍질을 얇게 벗겨내 물에 불린다. 그리고 껍질 안쪽에 밀가루를 묻힌 뒤 소고기, 숙주, 두부를 다져 만든 소를 얹고 달걀물을 입혀 전으로 부친다.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황태 머리와 표고, 대파로 뽀얗게 육수를 낸 황탯국에 넣어 한소끔 끓여내면 추위에 언 몸을 뜨끈하게 채워줄 어글탕이완성된다. 황태껍질전에 들어가는 고기는 우둔살을 쓰는데, 조용재 셰프는 소갈빗살로 감칠맛을 배가했다.

 

  • 청담만옥
  •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152길 13

 

Dried Fruit '곶감'

우리 구전 동화 속 호랑이보다 더 강력한 존재로 등장하는 곶감. 우는 아이의 울음을 멈추는 데 곶감만 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곶감은 건과의 대표 격인 음식이다.

단단한 땡감의 껍질을 벗겨서 말린 곶감은 생감보다 단맛이 4배 높고, 비타민 A도 풍부하다. 이처럼 건조 과일도 채소와 마찬가지로 말릴 때 수분이 빠지면서 단맛이 더욱 강해지고 각종 영양분은 그대로 농축된다는 장점을 지녔다.

 

우리 병과 중에선 과일을 건조시켜 저장성과 단맛을 높인 건정과를 하나의 예로 꼽을 수 있다. 사과, 금귤, 매실 등 제철 과일을 꿀이나 설탕에 재우거나 조리는 과정을 거친 후에 바싹 건조해 과일이 가진 본연의 색감과 새콤달콤한 맛을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다.

 

곶감 약식 & 과일 쌀강정

by 병과점 임오반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에 꼭 먹는 음식은 약식이다. 보통 찹쌀에 대추, 밤, 잣 등을 섞어 만드는데, ‘곶감 약식’은 다소 거친 식감의 대추 대신 부드러운 곶감속을 넣어 만들었다.

이것을 곶감 껍질에 감싸서 식감이 쫄깃쫄깃한 새로운 스타일의 약식으로 완성했다. 함께 곁들인 과일 쌀강정은 화려한 색감으로 사랑받는 메뉴. 튀밥에 꿀과 조청,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조림을 섞어 상큼함이 감도는 엿강정 위에 사과, 금귤, 매실, 유자 등 말린 정과를 얹었다. 계절마다 제철 과일을 그때 그때 갈무리해둔 주인장의 부지런함이 엿강정 위에 곱게 피었다.

 

  • 병과점 임오반
  • 서울특별시 성북구 동소문로17길 27 102호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바앤다이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barnd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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