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라이프] 서울미식의 뉴웨이브, 마켓 다이닝(1)

지난 10월 1일부터 6일까지, 서울에 위치한 재래시장 5곳에서 ‘재래시장과 핫 플레이스의 맛남’을 주제로 한 서울 마켓 다이닝이 열렸다.

 

서울시가 주관한 서울미식주간의 일환으로, 재래시장 근처에 위치한 업장 중 평소 시장 상인들과 꾸준히 상생을 도모한 5곳이 하루씩 돌아가며 특선 메뉴를 선보였다. 재래시장의 진미를 색다르게 탐험하기에 충분했던, 그날의 현장을 들여다봤다.

 

 

시장에서 한식에 와인 한잔 ‘금남방’

 

10월 1일, 금남시장 인근에 위치한 한식 내추럴 와인 바 <금남방>이 일일 팝업 다이닝의 시작을 알렸다. 평소 이곳은 퓨전 한식을 계절에 맞게 선보이는데, 이번 행사에서는 궁중 한식 기반의 캐주얼한 메뉴를 준비했다.

 

시장 상인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행사 취지에 맞게, 모든 요리는 시장 내 상점에서 수급한 재료로 구성했다. 떡갈비만두는 고기 전문점인 <금대고깃간>의 소고기로 만들었다. 육가공을 직접 하면서 신선한 원육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곳으로, <금남방> 오픈 때부터 모든 고기는 이곳에서 구매하고 있다고. 여기에 떡집 <백미당>의 쫄깃한 떡을 속재료로 넣었다. 「동의보감」에도 나오는 맑은 물인 지장수를 활용해 떡을 만드는 곳이다.

 

 

손두부 조림의 두부는 시장 앞 삼거리 노점상의 유명 인사인 ‘두부 할머니’에게 공급받았다. 할머니가 매일 아침 직접 만들어 고소함이 살아 있다. 임주희 매니저는 이번 행사 메뉴에 어울리는 주류로 오렌지 와인을 꼽았다. 적절한 타닌은 간장 등 짭짤한 한식 소스와 잘 어우러지고, 산미가 기름진 느낌을 잡아준다는 설명이다.

 

박민지 셰프는 “제철 식재료에 대한 노하우가 있는 시장 상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메뉴 개발에 영감을 얻는다”면서 “앞으로도 전통 시장에 젊은 셰프들이 모여서 전통과 현대가 만나 새로운 혁신을 이루는 일이 자주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 A 서울시 성동구 독서당로 285
  • H 18:00-24:00, 일∙월요일 휴무

 

백범 선생의 손길이 닿은 곳 ‘금남시장’

 

금남시장은 약 70년 가까이 제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금호동의 랜드마크다. 1949년, 백범 김구 선생의 기부금으로 금호동에 무산 아동을 위한 학원과 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금남시장이 형성됐다.

 

시장 입구에 ‘1949 금남시장’이라고 쓰인 것은 이런 이유다. 1970-90년대엔 이곳으로 이전한 금강제화 본사를 중심으로 구두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들면서 황금기를 맞았다. 현재도 신발을 비롯한 의류 전문점이 포진해 있으며, 농산물 가게와 골목골목 숨은 맛집 등이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 A 서울시 성동구 금호산2길 32

 

이것이 진정한 한국식 시장 통닭 ‘계류관’

 

‘재래시장과 핫 플레이스의 맛남’ 두 번째 주자는 야키토리 전문점 <코슌>의 천관웅 셰프가 지난해 9월 새롭게 오픈한 공간인 <계류관>이다.

 

시장에서 당일 수급한 신선한 닭을 활용해 ‘참나무능이장작구이’, ‘닭모듬전’, ‘닭모래집대파튀김’, ‘고기된장막국수’ 등 다양한 창작 요리를 선보인다.

장작구이에 사용되는 닭고기를 비롯해 모래집, 연골 등의 닭 특수 부위 모두 시장 내 정육점 <노벨유통>과 거래한다.

 

 

도축장에서 포장된 닭 중에서도 800-900g 무게의 당일 도축한 닭만을 취급하는데, 살코기에 지방이 적당히 분포되어 있어 육질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좋기 때문이라고. 이후 먹기 좋게 손질한 닭은 레몬, 소금, 설탕, 월계수, 마늘, 생강에 염지해 참나무 장작에 굽는다. 기름기가 빠져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살코기가 인상적이다.

 

통닭구이에 들어가는 찹쌀, 능이버섯, 은행 등 대부분의 식재료 구입 또한 시장에서 해결한다. 그는 “품질이 좋고 빠른 수급이 가능해 요리의 맛을 한층 높일 수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번 행사를 통해 손님들은 재래시장의 식재료를 활용한 창작 요리 시식뿐 아니라,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여러 상점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각종 식료품이 올라간 가판대와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노포, 새롭게 떠오르는핫 플레이스까지, 그야말로 맛과 멋이 공존하는 신당동을 재발견한 행사였다.

 

  • A 서울시 중구 퇴계로87길 15-17, 102-103호
  • H 16:00-22:00

 

성동구 주민의 정겨운 친구 ‘서울중앙시장’

 

동대문 바깥에 위치한 황학동은 일찍이 서울로 들어오는 물자의 집산지 역할을 도맡았다. 자연스레 가정에서 소비되는 채소, 양곡, 과일, 해물, 닭과 돼지의 부산물 등 각종 식료품을 판매하는 시장이 형성되었고, 점차 규모가 커지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60년대까지 서울 시민이 소비하는 양곡의 70% 정도를 거래했으며, 서울 3대 시장으로 꼽힐 만큼 명성을 떨쳤다. 1962년 개설 이후, 이곳의 특산품으로 꼽히는 닭과 돼지 부산물을 중심으로 점포가 들어섰으며, 이를 활용한 음식도 다양하게 판매 중이다.

 

  • A 서울시 중구 퇴계로85길 36

 

맥주 안주로 재탄생한 명물 먹거리 ‘브루어리 304’

 

영천시장 입구 골목은 화요일 오후부터 활기를 띠었다. 서울미식주간을 맞아 일일 팝업 행사가 열리는 이곳은 시즌마다 셰프와 협업해 메뉴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번 컬래버레이션의 주인공은 케이터링으로 유명한 <팍스키친>이다. 행사를 맞아 <브루어리 304>는 영천시장의 명물을 활용한 세 가지 메뉴를 개발했다.

 

 

먼저 '고사리 오일 떡볶이'는 <풍년떡집>의 가래떡을 사용한 비건 떡볶이로, 갓 뽑아낸 쌀떡을 기름에 튀긴 뒤 간편식 전문 스타트업 '배드캐럿'의 고사리 오일 소스, 꽈리고추와 볶아냈다. 쫀득한 떡에 매콤한 소스가 배어든 떡볶이에는 '플루토 블론드 에일'을 페어링했다.

 

두 번째 메뉴는 <최가상회>의 떡갈비 반죽을 활용한 '떡갈비 치즈 핫도그'. 빵 사이에 떡갈비 미트볼과 모차렐라 치즈, 당근라페, 바질페스토 등을 넣어 완성했다. 여기에는 화사한 과일 향과 쌉쌀함이 어우러지는 '헬레나 IPA'를 곁들였다. 마지막으로 '영천 도넛플'은 찹쌀 도넛을 와플메이커로 구워낸 뒤 생크림과 크림치즈, 그리고 훈제 햄을 곁들인 '단짠' 메뉴로, 맥아 향이 두드러지는 '쥬빌리 비터'를 추천한다.

 

"처음부터 시장 상인과 교류하고 싶어서 영천시장에 자리 잡았어요. 행사를 통해 협업이 조명되어 기쁩니다." 참가 소감을 밝힌 이미혜 대표는 상인들이 소식을 듣자 덤을 얹어주기도 했다며 미소 지었다.

 

  • A 서울시 서대문구 통일로11길 7
  • H 17:00-23:00(토요일은 14:00 오픈), 일∙월요일 휴무

 

줄 서서 먹는 맛집이 한가득 ‘독립문 영천시장’

 

서대문구 독립문 인근의 영천시장은 1960년대 서대문형무소 근처의 떡 골목으로 출발해 떡 도매시장으로 확장되었으며, 지금은 주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서대문구 대표 골목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양한 메뉴 가운데 떡볶이와 꽈배기, 떡갈비는 이곳의 3대 명물로 꼽히는데, 떡 전문 시장이었던 만큼 갓 뽑은떡 수급이 용이하여 자연스레 떡볶이가 인기를 끌었고, 1980년대에는 꽈배기 골목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떡갈비가 널리 사랑받으며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 A 서울시 중구 퇴계로85길 36

 

 

서울미식의 뉴웨이브, 마켓 다이닝-2편으로 이어집니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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