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문화트렌드] 커피에 담긴 각국의 문화

같은 커피 한 잔이라도 이를 대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의 장인정신, 중국의 스케일, 이탈리아의 전통, 호주의 독립성까지. 커피를 마시는 방식은 각 나라의 문화와 제도, 공간 감각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 박근하 대표가 각국에서 경험한 커피 문화를 통해 그 차이를 들여다본다.


  • 박근하 커피헌터

20년 경력의 바리스타다. <프릳츠커피 컴퍼니>의 공동 대표.

2014년 동료들과 함께 마포구에 <프릳츠커피> 1호점을 오픈하였고 같은 해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로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 참가했다.

주로 스페셜티 커피의 산지를 방문해 생두를 선별하는 일을 맡고 있다.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료지만, 그 문화를 즐기는 방식은 나라마 다 확연히 다르다. 에스프레소 중심의 전통적인 커피 문화를 여전히 고수하 는 이탈리아, 대형 글로벌 브랜드조차 쉽게 진입하지 못할 만큼 고유의 커피 정체성이 뿌리 깊은 호주. 반면, 미국식 커피 문화가 스타벅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그 영향권 아래 커피를 소비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커피 문화는 단순히 마시는 것을 넘어, 무엇을 어떻게 마시고, 어디에서 마시며, 그 안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가를 포함한다. 커피의 맛, 추출 방식, 음료 구성뿐 아니라, 공간의 구조, 서비스의 흐름, 법적 규제까지 커피를 둘러싼 모든 요소가 한 나라의 생활 방식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탈리아, 일본, 중국, 그리고 최근 다녀온 미국 내 몇몇 도시를 중심으로 각국의 커피 문화가 어떻게 다르게 형성되고 운영되는지를 살펴 본다. 스스로 모든 국가의 커피 문화를 다 경험했다고 말할 수 없고, 어떤 곳은 오래전에 다녀온 터라 기억이 단편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직접 보고 마시고 경험한 범위 안에서 각 나라의 커피 풍경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어디까지 나 외부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것이기에 다소 편향적일 수 있음을 미리 양해 구한다.

 

커피를 공예와 같이 여기는 일본

 

일본에는 킷사텐 喫茶店이라는 전통 찻집, 다방 형태의 카페가 있다. 요즘에 는 많이 사라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실내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 강렬 하게 로스팅된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남아 있다. 일본 커피 문화는 이 뿌리를 기반으로 유지된다. 킷사텐에서는 나이가 제법 든 바리스타가 한 잔 한 잔 정 성스레 커피 내리는 광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테크닉이나 수치에 기반 한다는 느낌보다 영혼을 다해 커피 한 잔을 추출한다는 정서에 가깝다.

 

 

이러한 문화는 일본의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 그대로 적용되기도 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도쿄 <리브스 커피 Leaves Coffee>는 입장 인원을 한정하고, 한 잔을 내리는데 대단한 정성을 기울인다. 자리를 잡고서도 커피 한 잔을 받기 위해서 꽤 긴 기다림이 필요하다. 효율을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 커피 향미를 최대한 잘 표현하기 위한 루틴으로 전 과정이 제법 길다. 먼저 커피를 계량하는 직원은 원두를 한 알 한 알 체크하고, 잔류 실버 스킨(원두 표면을 감싸 고 있는 얇은 껍질)을 정성스레 제거한 후 그라인딩한다. 이후 바리스타에게 전달하면 드리퍼를 예열하고, 커피를 담은 후 수평계로 드리퍼의 수평을 확인한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서야 드디어 한 잔을 내리기 시작하는데, 마치 도를 닦는 듯한 모습이다. 심지어 로스팅 과정에서 커피의 크랙 소리를 듣 기 위해 로스터기에 헤드폰을 연결하기도 하는데, 매우 감각적이라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이와 유사하지만 보다 명확한 콘셉트를 갖춘 업장도 있다. 도쿄 <마메야 커피 Mameya Coffee>는 바리스타 한 명이 고객 한 팀을 서비스 한다.

 

바리스타 네 명이 근무 중이라면 손님도 한 번에 네 팀만 들어올 수 있다. 담당 바리스타는 친절하게 커피의 선택을 돕고, 커피를 내리는 와중에도 자세한 설명과 배려를 잊지 않는다. 고객이 문밖으로 나가고 나서야 다음 팀 을 받는다. 이렇다 보니 입장에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도쿄 기반의 <오모테산도 커피>도 같은 콘셉트로 운영되는데, 싱가포르, 마닐라 등 아시아 지역을 비롯해 런던에도 지점을 두고 있는 브랜드다. 서양에서는 이색적인 커피 문화로, 2018년 런던점이 오픈했을 당시 큰 호응을 얻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거대 규모와 시그너처 메뉴로 승부하는 중국

 

중국 상하이는 최근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눈에 띄게 성장하는 도시 중 하나다. 커피 관련 전시회나 페스티벌만 봐도 규모가 상당히 크며, <O.P.S>, <T12 COFFEE>, <3&1/2> 등 스페셜티 커피 신에서 주목받는 현지 카페들 은 저마다 고유의 시그너처 메뉴를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다. 아직 가보지 못 했지만, 전해 들은 것만으로도 개성 있는 시그너처 커피를 즐기는 일 자체가 상하이 카페 투어의 큰 즐거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소 과장된 포장이나 손이 많이 가는 복잡한 메뉴들도 있지만, 이 또한 상하이 커피 문화의 한 특징 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루이싱 커피 Luckin Coffee>처럼 전자동 머신을 활 용해 빠르게 매장을 확장하는 대형 브랜드도 존재한다. 특히 창업자 CEO 첸즈야 錢治亞가 새롭게 시작한 브랜드인 <쿠디커피 Cotti Coffee>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 중이며, 2025년 말까지 자그마치 매장을 5만 개 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에스프레소의 본고장, 이탈리아의 커피

 

한편, 오랜 전통의 힘이 강하게 작용해 메뉴의 다양화나 판매 방식의 변화가 쉽지 않은 곳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탈리아다. 에스프레소 문화의 발 상지인 이탈리아는 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할 뿐 아니라,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에스프레소 문화가 깊이 스며 있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 어렵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유명 관광지를 제외하고 대부분 서서 커피 를 마시는 경우 1.2-1.8유로 정도의 가격에 판매한다. 반면 앉아서 마시면 가 격은 3-4유로 이상으로 뛴다. 대다수 사람들은 짧은 시간 서서 커피를 마시 고 자리를 뜬다. 이탈리아인은 ‘카페’라는 공간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 체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이렇다 보니 이탈리아의 몇몇 스페셜티 커피 회사들은 고민이 많다. 스페셜 티 커피 한 잔의 가치를 생각하면 1.8유로는 지나치게 낮은 가격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리려 하면, 대부분의 카페가 여전히

 

1유로대 커피를 제공하고, 많은 이탈리아인이 현재의 커피 문화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는 현실이 걸림돌이 된다. 로스팅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에서는 배전 도가 낮은 커피를 찾기 어렵다. 북부로 올라가야 비교적 가볍게 로스팅한 밝은 커피를 만날 수 있는데, 그조차 다른 나라의 스페셜티 커피에 비하면 여전 히 묵직한 편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단단히 자리 잡은 문화인 만큼 변화의 여 지가 매우 적고 빈틈을 찾기도 쉽지 않다.

 

강력한 로컬 커피 문화가 뿌리내린 호주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은 고유한 스페셜티 커피 문화로 유명하다.

영국과도 유사한 점이 있는데, 스페셜티 커피에 몸담았던 호주인이 영국으로 건너가며 자연스럽게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플랫 화이트 Flat White’, ‘롱 블랙 Long Black’ 등 호주에서 탄생한 메뉴는 이제 세계적으로 알려졌지만, 원래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던 용어다. 사용하는 재료는 대부분 물과 우유로 단순하지만, 그 비율이나 추출 방식의 미묘한 차이가 맛의 정체성을 결정짓 는다. 특히 멜버른은 고유한 커피 문화의 뿌리가 단단해, 스타벅스조차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할 정도다.

 

 

개성 있는 카페들이 즐비해 하나하나 나열하기 어 려울 만큼 풍성하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은 곳은 단연 <프라우드 메리 커피 Proud Mary Coffee>다. 2009년 오픈했는데, 2013년 방문했을 당시 에스 프레소 머신 중 최상급에 속하는 시네소 Synesso 머신을 6그룹까지 연장해 설치한 기묘한 광경을 보고 보통 내공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기술과 장비에 대한 덕후적인 집착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실행력,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기는 분위기가 이 브랜드만의 에너지와 문화를 만들어낸다. 이후 <프라우드 메리>는 미국 포틀랜드와 오스틴에도 지점을 열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멜버른의 많은 카페는 그들만의 독특한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로 인해 커피 하나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의 카페가 주방을 함께 운영하며 아침과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자리에 앉으 면 메뉴판을 건네며 커피 주문을 받고, 커피를 가져다줄 때 음식 주문을 추가 로 받는다. 손님이 커피를 다 마실 즈음이면 음식이 서빙된다. 이때 직원이 자연스럽게 묻는다. “커피 한 잔 더 드릴까요?” 넋 놓고 있다 보면 30-40달러를 금방 쓰게 된다. <프라우드 메리>는 이 시스템을 그대로 미국으로 가져가 정 착시켰고, 현재까지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시장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지역마다 경제적 환경과 생활 방식의 차이도 뚜렷하다. 그래서 단 몇 가지 이야기로 미국의 커피 문화를 설 명하긴 어렵다. 이번에 미국을 다녀오며 흥미롭게 느낀 점은, 도시의 형태나 구조에 따라 카페들이 운영 방식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다음 호에 이어지는 칼럼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최근 방문한 미국 각 도시의 카페 이야기를 이어보려 한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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