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라이프] 6色6味 고창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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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땅에는 돌을 심어도 감자가 난다’는 말이 전해온다. 그만큼 땅이 비옥하고 기운이 좋다는 이야기다.

오로지 땅의 힘으로 들과 산에선 갖가지 곡물과 과일들이 쑥쑥 자라고, 서해안과 맞닿은 청정 갯벌에선 각종 해산물이 넘쳐난다.

고창에서 철기 시대 지배 계층의 유물과 고인돌이 다량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류 정착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중심지였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풍요의 노래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식량 생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민관이 협심해 부가가치를 높인 상품과 서비스로 무장한 ‘한국형 6차 산업’의 성공지로 도약 중인 것. 2016년 문 연 유기농업법인이자 체험 목장인 상하농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찬란한 5월, 고창에 펼쳐진 6가지 컬러와 그 속에 담긴 맛들을 탐미하러 떠나본다.

 

part 1. 5월의 초록 파도, 보리

5월이 되면 고창 곳곳이 푸르른 청보리 물결로 뒤덮인다. 백제 시대부터 고창은 모양현牟陽縣으로 불렸는데, ‘모’는 보리를, ‘양’은 태양을 뜻한다.

그만큼 보리를 많이 재배한 지역임을 짐 작할 수 있다.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갈 무렵, 잘 자란 보리 들은 고창 앞바다에서 부는 해풍에 온몸을 맡긴 채 춤춘다. 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대지에서 싱그러운 자연의 맛이 피어난다.

 

옛말에 양반은 쌀밥 먹고 트림하고 상놈은 보리밥 먹고 방귀 뀐다고 했다. 해마다 이맘때 넘었던 보릿고개 시절 얘기다. 하지만 요즘 보리의 위상은 달라졌다. 쌀보다 귀한 건강 식품으로 대접받는가 하면, 관광 상품으로까지 활용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고창은 이런 보리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는 지역이다. 고창의 보리는 밭보리여서 타 지역의 논보리에 비해 알곡이 굵고 맛있다는 평이 있다. 10월 하순께 콩이나 팥을 베어낸 밭에 심는 게 밭보리고, 벼를 베어낸 논에 심는 것이 논보리다.

11월 말엔 푸른 잔디밭 정도로 자라다가, 혹한기에는 성장을 멈춘 채 봄을 기다린다. 그러다 3월 초 다시 자라기 시작해 4월 중순께 보리 이삭이 나오며 보리알이 맺힌다. 이때부터 누렇게 익어가 는 5월 중순 전까지가 제일 예쁜데, 이 시기를 보리의 청춘기라 는 뜻으로 ‘청보리’라 부른다.

 

식용부터 관광까지, 보리의 활약

보리 품종은 수확할 때 껍질이 떨어지는 ‘쌀보리’와 껍질이 있는 ‘겉보리’로 크게 나뉘는데, 고창의 농가들은 대부분 찰쌀보리를 심고 있 으며, 관광용으로 조성된 구릉 밭에는 겉보리 를 심는다.

겉보리가 푸른 청보리일 때 더 아 름답게 보이기 때문. 이런 노력에 힘입어 5월 만 되면 청보리를 보러 고창을 찾는 여행객이 끊이질 않는다.

 


농업이 식량 생산을 넘어 아름 다운 경관을 제공하는 관광사업으로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보리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역 내 민관 의 협력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고창에 위치 한 상하농원은 농촌진흥청과 함께 우리 보리 와 밀을 각종 상품과 서비스로 활용하는 프로 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 11월, 농원 내 3백 평의 텃밭에 우리 밀과 보리를 빼곡히 심었는데, 보 리 품종은 쌀보리인 ‘누리찰’과 겉보리인 ‘흑다 향’, 사료용 품종인 ‘유연’ 등이다. 장명환 상하 농원 식물연구팀 과장은 “쌀보리와 겉보리는 각각의 식감에 맞는 식품으로 가공하고, 사료 용 품종은 생산량을 체크해 추후 지역 축산 농 가에서 활용할 수 있게 데이터화할 예정”이라 고 말했다.

 

​새싹보리는 15-20cm 정도 자란 어린 보리의 잎을 말한다.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에 효과적 이며, 면역력 향상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슈퍼푸드로 최근 주목받으며 보리 농가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고창에서도 ‘청보리’ 로 유명한 지역색을 살려 새싹보리를 활용하는 식당이 등장하는 추세. 그중에서도 <성송회관>은 고창군이 지역 내 청정 농산물을 활 용한 향토 음식점에 부여하는 ‘한반도 첫 수도 고창밥상’ 업소로 선정된 곳이다.

 

 

<성송회관>의 김정우 대표는 직접 키운 새싹보리를 요리에 활용한다. 겉보리 품종의 일종인 큰알보리를 모판에 심어 비닐하우스에서 연중 생산한다.

온도를 약 18℃로 잘 맞춰주면 8-9 일 후엔 새싹이 요리에 쓰기 좋은 크기로 자라 난다. 잎이 부드러우면서도 보리의 고소하고 담백한 풍미를 그대로 품고 있어 누구나 부담 식용부터 관광까지, 보리의 활약 새싹보리로 차린 봄의 만찬 없이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새싹보리 생고기 비빔밥’. 청보리를 먹여 육질이 부드러운 고창 한우 육 회에 새싹보리와 함께 무채, 고사리, 오이, 콩 나물, 양배추 등 각종 채소와 나물을 풍성하게 올린다. 이 밖에 검정보리로 부친 전에 새싹보 리를 얹은 ‘새싹보리전’부터 새콤한 양념에 무 친 새싹보리 우렁무침까지.

 

모든 메뉴의 식재 료는 80% 이상 고창산을 쓴다. 그래서인지 요 리 하나하나에 신선하고 건강한 기운이 가득 하다. 주인장이 인심 좋게 건넨 새싹보리즙까 지 들이켜면, 몸속이 봄의 활력으로 가득 채워 지는 기분이다.

 

  • 성송회관
  • 전라북도 고창군 성송면 대성로 796 란경식당

 

part 2. 순백의 깨끗함, 유기농 우유와 치즈

비옥한 황토와 깨끗한 바닷바람을 양분 삼아 펼쳐진 고창의 푸른 초지는 젖소들 의 행복한 놀이터다. 천혜의 환경에서 방 목되는 젖소들은 목장주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으며 신선하고 안전한 우유 를 공급한다.

행복한 젖소들의 우유를 맛 보고 체험하는 관광객의 얼굴에도 미소 가 피어난다. 기업과 농부, 지자체가 합 심하여 바른 먹거리에 대한 부가가치를 높이는 고창의 유기농 목장 이야기다.

 

 

국내 낙농업계에 ‘유기농’이라는 개념 이 들어선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유기농 낙농 인증제도에 대한 인식이 낮았는데, 2008 년 매일유업이 고창의 목장들과 협력하 여 유기농 브랜드인 ‘상하목장’을 선보이 면서 그 시장 규모가 조금씩 확대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유기농 목장 12곳으로 시작해 현재는 20여 곳에서 생산한 원유 를 전량 매일유업이 매수해 유기농 유제품으로 만든다.

 

원유의 하루 생산량만 약 66t. 국내 유기농 우유 시장의 90%를 차 지하는 양이다. 일반 목장에서 유기농 목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우선 기존 땅에 스며든 농약 성분과 화학비료를 걷어내고 새로운 초지를 일궈야 했으며, 일반 사료에 길들여진 소들이 거친 유기농 풀에 적응하는 전환기를 3년간 거쳐야 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목장주들의 굳은 의지와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하나로 합쳐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건강한 젖소들의 값진 선물

유기농 목장은 인증 기준이 까다롭다. 젖소와 풀이 자라는 토지의 오염 방지, 깨끗한 수질 유 지, 유전자 변형 물질 사용 금지, 가축 분뇨의 퇴비화 등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

또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쾌적한 축사 환경을 갖춰야 하는데, 젖소 한 두당 축사 공 간은 17.3㎡, 방목장은 34.6㎡, 초지 면적은 916㎡ 이상 확보되어야 한다.

 

유기농 사료도 중요한 요소다. 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옥수수, 대두박 등을 배합한 사료와 건초만을 공급한다. 이런 유기농 우유 생산은 사람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환경 조성에도 큰 기여를 한다. 건강한 풀을 먹고 자 란 젖소의 분뇨는 유기농 퇴비로 만들어지고, 이 퇴비는 다시 유기농 초목으로 자라나 젖소들의 먹이가 된다. 자연 그대로의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매일유업은 고창군, 지역 농민들과 협력해 유기농업법인이자 체험 목장 인 상하농원을 2016년 오픈했다.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는 목장의 표준 모델을 제시하고, 유기농 먹거리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설립됐다. 농원 내외 약 4만 평의 초지에서 젖소 등을 방목해 유기농 목장을 운영 중인데, 상하농 원의 조계상 목장장이 매일 소들의 건강 상태 를 체크하고 보살피면서 쾌적한 환경 조성에 힘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하루 평균 약 2.7t으로, 체험 목장 내부에 위치한 농원상 회에서 판매되거나, 농원 내 치즈공방에서 각 종 유제품으로 만들어 레스토랑과 카페에 공급된다. 특히 보존료와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고 만든 수제 치즈는 고소한 맛과 신선한 풍미가 일품이다.

 

 

상하농원 유기농 목장이 만들어진 2016년부터 지 금까지 목장 전체를 책임지고 지휘하는 목장장이다. 매일 젖소들을 정성으로 보살피면서 축사시설 부터 착유까지 꼼꼼하게 관리한다. 현재 2백6두의 젖소를 키우고 있는데 이 중 2백4마 리가 홀스타인, 2마리가 저지 품종이다.

 

홀스타인은 하루 원유 생산량이 가장 많으며 유기농으로 키워지는 경우에는 한 마리당 평균 27-28L의 우유를 생산한다. 저지는 체구가 작지만 생산 원유의 유지방 함 량이 높아서 버터나 치즈 같은 유제품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

 

  • 상하농원
  •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75길 22

 

고창 옹기가 품은 발효의 미학, 전통장

특정 지역의 기본적인 맛을 따져보는 데 ‘장’만한 것이 없다. 고창은 미네랄이 풍부한 황토가 낳은 콩과 무공해 전통 옹기, 청정 갯벌의 천일염 등 장 맛에 필요한 요소들을 고루 갖췄다.

 

텃밭에서 키운 콩을 가마솥에 삶아 메주를 띄우고, 깨끗한 천일염과 함께 전통 방법 그대로 자연의 맛을 느리게 담는다. 숨쉬는 옹기 속에서 고창의 맛이 진하게 익어간다. 장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재료 중 하나는 소금이다.

 

고창의 소금은 예부터 유명했다. 한반 도에서 가장 먼저 염전을 만든 지역이라는 설도 있다.

고창 선운사에는 백제의 승려 건담선 사가 도적들에게 염전에서 소금 만드는 법을 가르쳐 마을에 도적이 없어지자, 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년 선운사에 소금을 공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이 풍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에도 고창의 소금은 높은 퀄리티로 인정받는다.

 

특히 바닷가 마을인 해리면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이자,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청정 갯벌이 있어 명품 소금을 만들어내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소금에는 차진 갯벌의 게르마늄을 다량 포함하고 있으며, 바다로 흘러나오는 하천의 민물로 인해 미네랄도 풍부하다.

 

 

숨 쉬는 항아리의 비밀

고창의 비옥한 황토도 남다른 장맛을 만들어 내는 데 한몫한다. 흙이 워낙 좋아 옛날에는 집집마다 옹기를 직접 빚었을 정도라고. 지금도 5백 년 넘는 세월을 이어오는 옹기 마을이 고창 고수면에 있다.

 

6대째 가업을 이어오며 무공해 전통 옹기를 만드는 도공이 있을 정도로 전통과 실력을 자랑하는 곳이다. 솔잎재와 약 토를 배합한 무공해 유약을 바른 후, 재래식 장작 가마에 구워 완성되는 고창옹기는 일명 ‘숨쉬는 항아리’라고 불리며, 발효 식품에 최적화 된 용기로 주목받는다. 옹기를 구성하는 진흙 속 알갱이가 미세한 공기 구멍을 만들어내 안팎으로 공기가 통하기 때문에 음식이 잘 익고 오랫동안 보존되는 것. ‘좋은 항아리에 장을 담 그면 메주가 돈다’는 말이 있듯, 장이 살아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다.

 

상하농원에는 전통 옹기 속에서 무려 천 일간 발효를 거쳐 프리미엄 된장과 간장을 빚는 발효공방이 있다. 마당에는 청량한 바람이 불어 오는 돌담들 사이로 전통 옹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예스러움 물씬 풍기는 발효방도 갖추고 있다.

 

전통 방법 그대로 장을 담그기 위해 내부에는 재래식 가마솥을 설치했으며, 건물은 메주의 건조 및 숙성에 도움이 되도록 황토와 목재를 주재료로 지었다. 상하농원에선 지역의 전통 장 전문가를 초빙하여 다양한 발효 식품을 만들고 있다.

 

양혜영 고문이 그 주인공. 11월 말부터 빚은 메주로 정 월에 장을 담그고, 장이 잘 익어가도록 수십여 개의 장독을 관리하는 일까지 모두 그녀의 손 을 거친다. 메주는 고창에서 나는 친환경 대두 부터 제주의 푸른 독새기콩, 파주의 장단콩까 지 전국의 토종 콩을 활용해 빚는다고.

 

균의 특 성에 따라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15여 일 만에 메주를 발효시키는데, 무엇보다 이불이나 볏짚 을 덮어 발효시키는 품온 과정을 꼭 거쳐서 메주 속 잡균은 배출하고, 유익균만 남도록 한다. 이렇게 주로 전통 방식을 따르지만, 최근 기후 환경이 많이 바뀌면서 습도와 온도를 인공적으로 조절해 균일한 장맛을 내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상하농원에서는 천일 숙성한 한식 된장, 간장 외에도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가공한 장류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전통장과 개량장을 배합한 뒤 천연 해물 육수를 넣어 찌개나 국을 끓일 때 시원한 감칠맛을 내는 ‘상하된장’, 우리 콩으로 만든 양조간장에 해물육수와 감초를 더해 깊은 맛이 매력인 ‘상하간장’, 고창산 해풍 고춧가루로 만들어 깔끔한 맛과 고운 색감을 자랑하는 ‘상하고추장’ 등이 있다. 이외에도 고창식초문화마을과 함께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프리미엄 발효식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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