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셰프 해외 키친 경험기, 정통 멕시칸을 전하다 진우범 셰프

인생에서 결정적인 순간은 늘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맛본 타코를 계기로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된 한 소년처럼 말이다.

 

열정 하나만으로 연고 하나 없는 멕시코로 떠나 낯선 이국의 요리를 배우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청년 요리사 진우범의 강렬한 멕시칸 소스같은 여정을 전한다.

 

타코와의 첫 만남

 

 

초등학교 6학년, 유학을 위해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유학 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평소처럼 길을 걷다 우연히 트럭에서 파는 타코를 맛보게 되었다. 음식에 대한 관심이 일절 없던 어린 나였지만, 처음 경험한 멕시코 음식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그날 이후 타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고, LA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멕시코 음식을 먹는 게 유학 생활의 유일한 취미이자 낙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직접 푸드트럭 가격 따위를 조사하면서 친구들에게 “내 플랜B는 한국에서 타코 트럭을 운영하는 거야”라는 말도 하곤 했다.

 

미지 탐험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나는 멕시코 음식보다는 이전부터 배워오던 건축 공부에 전념했다. 그러다 군입대를 위해 일시 귀국했고 전역 후 스물네 살이 되던 해, 멕시코 음식에 대한 갈망이 내 마음 속에서 점점 더 커져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결국 미국 대학 복학을 포기하고 멕시코 요리를 배우기 위해 멕시코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숙한 스페인어로 소통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유년 시절부터 시작한 오랜 유학 생활의 경험 덕에 낯선 타지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햇병아리 학생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기 위해 멕시코시티의 르 코르동 블루(LE CORDON BLEU)에 입학했다. 실습 위주로 구성된 그랑 디플로마 과정을 밟으며, 전문 셰프의 지도 아래 요리사의 기본적인 소양을 갖출 수 있었다.

 

 

레시피와 테크닉을 익히는 실습부터 음식에 대한 역사 수업까지 커리큘럼이 체계적이고 탄탄했다. 하지만 요리학교를 다니며 가장 인식이 바뀐 것은 멕시코 요리의 참모습. 학기 초반만 해도 멕시코 음식 하면 ‘길거리 음식’, ‘싸고 기름진 음식’, ‘자극적인’ 같은 단어가 떠올랐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내가 가졌던 멕시코 음식에 대한 선입겹인 변해갔다.

 

막연히 알고 있던 멕시코 음식과 현지에서 정통성을 기반으로 잘 만들어진 멕시코 요리에 대한 차이점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말이다.

 

정통 멕시칸을 찾아서

 

요리학교 생활에 적응해갈 무렵 미식의 도시로 알려진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주를 방문하게 되었다. 운 좋게도 내게 스페인어를 가르쳐준 지인이 음식 장인 한 분을 소개해주었다.

 

멕시코 전통 음식 연구가이자 장인인 유리 데 고르타리YURI DE GORTARI는 경험과 실력 모두 부족했던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잘 갖춰진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메뉴가 아닌 일반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즐겨 먹는 멕시칸 요리를 배움으로써 현지 식문화를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된 뜻깊고 고마운 만남이었다.

 

한 할머니에게 몰레를 배웠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몰레는 칠리와 각종 양념들을 배합하여 만든 진하고 걸쭉한 소스로, 멕시코 요리에서 기본이 되는 재료다. 할머니는 고추, 토마토, 카카오, 살사, 아보카도, 옥수수 토르티야 등 토착 원주민이 즐겨 먹던 식재료를 활용한 정통적인 몰레 레시피를 알려주었다. 토르티야 페이스트를 만들 때, 직접 돌로 옥수수를 빻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요리 대회 우승자가 되다

 

멕시코 요리를 공부하며 차츰 견문을 넓혀 나가던 어느 날, 윌리엄스 소노마WILLIAMS SONOMA에서 ‘2018 베스트 셰프 멕시코2018 BEST CHEF MEXICO’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멕시코 음식을 주제로 한 요리 대회라는 사실에 끌려 곧바로 팀원을 꾸려 참가 신청을 했다.

 

 

본선 진출을 위해 선택한 아이템은 바로 몰레. 들어가는 식재료에 따라 맛이 다채롭게 변하고, 현지인이 즐겨 만드는 아이템이라 가장 멕시코다운 맛을 표현하기 적합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수차례의 실험과 도전 끝에 최종 레시피가 탄생했다.

 

안심 필레미뇽과 건고추를 사용해 스터핑을 만들고, 여기에 각종 향신료와 견과류, 건대추, 자두를 활용해 만든 몰레를 곁들였다. ‘독자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한 몰레 요리’라는 평을 받으며 감사하게도 우승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그날의 벅찬 감정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꿈의 주방에 발을 딛다

 

멕시코로 떠나기 전 즐겨 보던 넷플릭스 다큐 ‘셰프의 테이블’에 등장한 멕시칸 파인 다이닝 <푸욜PUJOL>은 늘 나에게 꿈의 주방이었다. 졸업 후 일할 레스토랑을 모색하다 결국 <푸욜>의 문을 두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막 학생 신분을 벗어난 나는 간단한 이력서 한 장과 함께 꿈에 그리던 레스토랑에서 면접을 보았고하늘이 나의 열정을 높게 산 것일까?

감사하게도 스타주 입사가 결정되었다. 나의 롤모델인 멕시코 음식의 거장 ‘엔리케 올베라’와 함께 일하다니!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모니터 너머로만 간접 경험할 수 있었던 이곳 주방 생활이 나의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토르티야나 몰레 등 멕시칸 퀴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메뉴들을 매일 전문적으로 다루게 되었다. 특히 타코는 몰레만 올려도 토르티야라고 할 수 있는 메뉴라 하나를 만들어도 면밀히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반죽의 완성도에 따라 맛이 좌지우지되는 만큼 “토르티야 하나만큼은 포기하지 말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요리에 임했다.

 

이국 요리 위에 올린 김치

 

야채와 과일부터 육류, 해산물 등 여러 토핑을 활용해 타코를 만들다보니 “조금 색다른 타코는 없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다 문득 김치가 떠올랐다. 매콤하면서도 강렬한 멕시코 음식과 제법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잘게 썬 김치를 각종 채소와 함께 토르티야 위에 올린 ‘김치 타코’는 엔리케 올베라 셰프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푸욜>의 신메뉴로 올라갔으며, 이후 오아하카에서 장독대와 비슷한 옹기를 가져와 직접 김치를 담그기도 했다.

 

한국으로의 귀환

 

 

1년간의 짧은 시간 동안 <푸욜>의 첫 아시안 요리사로 일하며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직접 경험한 지구 반대편의 이색적인 식재료, 주류, 문화 등을 국내에 알리고 싶어졌다. 결국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멕시코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귀국 후, 내 목표를 실현할 멕시칸 푸드 브랜드 ‘몰리노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2021년 12월부터 레스토랑 <타께리아 엘몰리노>의 주방을 책임지며, 정통 방식에 현대적인 터치를 가미한 멕시칸 퀴진을 선보이고 있다. 바라건대 이 업장을 통해서 아직 국내에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멕시코 식문화를 많은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경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의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에필로그

 

다가오는 7월에는 길거리 타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업장을 준비 중이다.

다양한 타코 메뉴를 선보이던 기존 레스토랑과 달리 투박하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를 표방한다. 처음 요리사의 꿈을 키웠던 경험을 되살려 업장명은 ‘거리’를 뜻하는 스페인어 ‘라까예LACALLE’로 지었다. 늘 초심 그대로 고민하고 정진하며 ‘몰리노 프로젝트’를 통해 더욱 다양한 레벨의 멕시코 현지 음식을 선보일 계획이다.

 

진우범 JIN UBEOM

 

1993년생. 캘리포니아 푸드트럭에서 처음으로 경험한 타코 맛이 계기가 되어 요리사의 길로 들어섰다.

멕시코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일념으로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르 코르동 블루에 입학. 이후 ‘2018 베스트 셰프 멕시코’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요리사로서 본격적인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졸업 후 멕시코의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푸욜> 살사 파트에서 1년간 일했다. 현재는 서울에서 멕시칸 다이닝 <타께리아 엘몰리노>를 이끌고 있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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