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은 서비스의 주요한 특성으로 인해 중요하다. 서비스는 무형이다. 형태가 없는 서비스가 느껴지게 하려면 서비스를 가시화해야 한다. 또한 서비스는 즉시 소멸된다. 제품과 달리 소멸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는 서비스에 대한 기억만이 남는다. 따라서 브랜드가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중요한 것은 기억에 남을만한 특별한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왜 브랜드경험에 소리가 중요한가?
지금까지 브랜딩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주로 시각적인 것들이었다. 심벌/로고, 색상, 형태, 그래픽, 서체, 슬로건, 마스코트, 캐릭터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브랜드는 시각으로만 경험되지 않는다. 브랜드는 오감을 통해 경험되는 것이다.
체험 마케팅의 창시자인 번 슈미트(Bernd H. Schmitt)교수는 브랜드경험을 만드는 것으로 감각, 감성, 인지, 행동, 관계의 5가지 전략적 경험 모듈(Strategic Experiential Modules=SEMs)을 제시한바 있다.
브랜드공간에서 감각적 요소의 하나인 소리는 지금까지 덜 주목받았다. 그러나 소리를 체험적 도구로 사용한다면 보다 풍부하고 감성적인 브랜드경험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객의 브랜드경험이 중요하게 되면서 소리를 이용한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운드스케이프’란 캐나다 작곡가 머레이 쉐이퍼 교수에 의해 1969년 제창된 개념이다. ‘소리sound’와 ‘경관landscape’의 복합어로서 ‘소리로 만들어지는 풍경’을 의미한다.
인간의 경험은 오감을 통해 만들어진다. 활자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청각은 가장 중요한 감각이었다. 청각과 시각을 함께 이용한 공감각적 브랜드경험디자인은 시각만을 자극하는 것에 비해 강한 경험과 기억을 남기게 된다.
체험적 도구로서 소리는 시각, 촉각, 후각, 미각적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소리를 줄이고 텔레비전을 보면 소리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소리나 배경음악이 다르면 같은 영상도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브랜드공간에 대한 경험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브랜드공간에 방문했을 때 느끼는 이미지는 인테리어 같은 시각적 요소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배경음악(BGM)이나 벽천이나 분수, 바람소리나 풍경소리 같은 청각적 이미지도 중요하다. 향기나 신선한 공기 같은 후각적 이미지도 필요하다. 이 모든 감각적 요소들이 모여 브랜드만의 독특한 장소성을 만들어낸다. 브랜드경험을 만들어낸다.
소리는 분위기를 만들며 추억과 의미를 공간에 담아낸다.
소리는 공기나 물과 같은 매체를 통한 파동작용에 의해 발생한다. 소리는 귀를 통해 뇌로 전달되고, 뇌에서 인지과정을 거쳐 심리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시각신호보다 청각신호에 더 빠르게 반응한다. 청각피질의 정보처리 속도가 시각피질의 정보처리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태어나기 전부터 소리에 영향을 받는다. 청각은 그만큼 원초적인 감각이다.
인간의 의식은 청각자극에서부터 시작하며 태어난 순간부터 소리로 자신을 표현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도 수많은 청각적인 기호들이 존재한다. 소리는 분위기를 만들면서도 인간의 내면을 담고 있는 의미 있는 기호다.
브랜드만의 독특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디자인하자.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이란 소리를 이용해 브랜드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브랜드공간은 시각적 환경의 개선에 대부분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브랜드공간에 ‘사운드스케이프’ 개념을 반영한다면 사람들에게 더욱 놀라운 경험, 즐거운 경험, 기억나는 경험을 안겨줄 수 있다. 자연 같은 특정한 연상과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브랜드공간을 만들 수 있다.
‘사운드스케이프‘는 주변 소음을 차단한다.
지금까지 소음은 불필요하고 불쾌한 것으로만 인식되었다. 소음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소음에 대한 주요한 대책이었다.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은 브랜드공간에 맞는 소리환경을 만들어 소음을 가려서 마음의 안정과 즐거움을 갖게 한다. 소리의 이미지로 브랜드의 정체성과 장소성을 만들어 낸다.
레스토랑은 벽천(waterfall)이나 연못의 분수의 물소리를 이용해 주위의 잡음을 차단하고 공간에 깊이가 더 느껴지게 만들 수 있다. 공간에 새소리나 종소리 같은 것을 디자인하면 흥미로움과 즐거움을 주면서도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운드스케이프’는 평온하며 즐거운 브랜드경험을 만든다.
소리는 인간의 감정을 자극한다. 적절한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은 브랜드공간에서 평온, 기쁨, 흥분 같은 감정을 경험하게 만든다. 도시의 각박한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은 현대의 브랜드에게 중요하다.
한식이나 일식 레스토랑의 벽에 자연의 이미지나 미디어-월을 설치하고 스피커로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면 ‘바이오필리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고객들이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마음과 정신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소리는 그 소리와 관계없는 공간과 시간에서도 정신적으로 공간이동을 경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도심의 레스토랑에서도 바닷가나 숲속에 있는 것 같은 경험은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다.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들어 소리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자.
지금까지 브랜딩에 시각적인 방법을 주로 이용했다면 이제는 소리를 이용해 브랜드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보자. 독특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디자인해서 의미 있는 공간, 편안한 공간, 즐거움과 조화가 느껴지는 브랜드공간을 만들어 보자. 소리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자.
<필자소개>
진익준 / 브랜드경험디자인연구소
기억에 남는 브랜드경험을 제공해야만 서비스업의 무형성, 소멸성을 극복하고 멋진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브랜드경험디자인 연구와 현장실천을 하고 있다. 디자인에 관한 글과 책도 쓰면서 대학강단과 여러 단체에서 강의도 해오고 있지만 오래도록 글쓰기와 강단에 선 것은 남보다 나아서가 아니라 많이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