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탐방] 무궁무진한 메밀의 변주. 4월의 신상맛집은-1

 

겨울을 견뎌낸 식물만이 싹을 틔우듯, 4월에도 막 뿌리를 내린 신규 외식업장들이 대거 등장했다.

 

닭고기의 직관적 매력을 전하는전 문점부터 다이닝과 베이킹, 베버리지의 베테랑들이 의기투합한 심상치 않은 실력파 베이커리, 한국식 재료로 선보이는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메밀 하나로 온갖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일식 다이닝, 과거의 대중가요를 안주 삼아 음주音酒를 즐기는 칵테일바까지.


행복을 전하는 실력파 베이커리, 밀스

 

지난 12월, 빵집 격전지 성수동에 실력파 베이커리 카페가 등장했다. 업장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의 절반을 차지하는 오픈 키친부터 범상치 않은데, 이곳 정영훈 대표가 덴마크 <108>과 <모수>를 거친 파인 다이닝 셰프 출신임을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08> 베이커리 파트에서 1년간 일한 경험을 살려 또 다른 미식의 행복을 전하고 싶었다고. 방앗간을 뜻하는 영단어 Mill에서 업장명을 따온 이곳은 다양한 식사 대용 빵과 음료류를 선보인다. 정소윤 헤드 베이커를 필두로 <타르틴 베이커리> 출신의 베이커 4명이 만드는 이곳만의 사워도우는 껍질은 얇고 속은 밀도 있게 구워 한층 부드러운 식감을 지녔다. 이렇게 구워낸 사워도우에 킥을 더하는 것이 바로 샤퀴테리. 성수동의 수제 샤퀴테리 전문점 <세스크멘슬>에서 실력을 쌓은 장호림 키친 매니저는 돼지고기를 곱게 분쇄하는 독일 방식으로 햄과 소시지를 만들어 메뉴에 접목한다.

 

 

‘소시지 스튜와 포카치아’나 ‘데브라지너 소시지 번’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얹은 ‘나폴리탄 번’, 베트남 반미 샌드위치에서 영감받은 ‘반 밀스 번’ 등 세계 곳곳의 요리에서 영감받은 이곳만의 메뉴가 독특하다. 한편, 음료는 용산 <오츠커피> 출신의 김재준 베버리지디렉터가 담당한다. 피스타치오 크림 라테, 민트 모히토 커피 등 이색적이면서도 식사 메뉴와 궁합이 좋은 음료를 준비한다. 1층에서는 통창 밖으로 보이는 정겨운 골목 풍경과 함께 오픈 키친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널찍한 2층 공간에서는 빵 굽는 구수한 냄새를 맡으며 식사할 수 있다. 볕 좋은 날에는 야외 테라스도 좋은 선택이 될 것.

 

‘소시지 스튜와 포카치아’는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이곳 대표 메뉴다. 당근, 병아리콩, 양파 등 각종 채소류를 넣은 소시지 스튜와 올리브오일을 양껏 넣고 구운 포카치아를 함께 낸다. 스튜를 한 입 떠먹은 다음, 포카치아를 스튜에 찍어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데브라지너 소시지 번’은 헝가리 전통 소시지 데브라지너를 올린

 

메뉴. 카옌페퍼, 육두구, 캐러웨이 등 매콤한 향신료의 킥을 더한 데브라지너를 만든 뒤, 적양배추와 양파를 절인 후 마요네즈와 케첩으로 버무린 콜슬로와 함께 번 위에 올렸다.

 

  • 밀스
  • 서울특별시 성동구 뚝섬로4길 21 1층, 2층

쌀국수에 가미한 한국의 맛, 마오

 

색다른 한국형 쌀국수 메뉴를 선보이는 베트남 퀴진이 지난 12월 성수동에 문을 열었다. 닭고기 육수를 바탕으로 쌀국수에 토핑을 더해 신선한 맛의 조합을 추구하는 이곳은 덴마크의 뉴 노르딕 레스토랑 <108>, 한국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모수>를 거친 정영훈 셰프가 운영하는 업장이다.

 

덴마크에서 일하던 시절 즐겨 먹었던 하노이 스타일의 베트남 쌀국수를 귀국 후에도 잊을 수 없어 당시의 맛을 추억하며 본 업장을 구상했다고. 주 메뉴는 베트남 쌀국수가 지닌 고유의 풍미를 기반으로 한국인 입맛을 고려해 완성한 개성 있는 쌀국수다. 하노이식 쌀국수의 육수는 맑고 가벼우며 향이 옅은 것이 특징. 이를 구현하기 위해 잔잔한 불에서 닭과 다시마, 각종 채소와 정향, 생강, 후추, 계피 등의 향신료를 장시간 우려 베이스 육수를 만드는데, 자꾸먹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육수 맛을 위해 연구한 최적의 조합이다.

 

 

슴슴한 국물에는 먹을 때 라임즙이나 칠리 오일로 맛을 완성할 수 있는 여백이 존재한다. 메뉴로는 떡갈비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고기 토핑이 올라가는 ‘함박쌀국수’, 매콤한 닭발과의 조화가 눈에 띄는 ‘매운닭발쌀국수’와 더불어 익히 알고 있던 닭 가슴살의 질감과는 사뭇 다른 부드러운 식감의 닭 가슴살 토핑이 올라간 ‘닭쌀국수’ 등이 있다.

 

사이드 메뉴인 ‘돼지튀김’은 한국의 양념 돼지고기를 튀겨 만든 특별한 요리. 그 외에도 치킨라이스, 분짜, 스프링롤 등 베트남 식당에 기대하는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공간은 정돈된 분위기의 베트남풍 인테리어와 오픈형 주방으로 조성되어 무대 위 공연을 보듯 분주한 요리사들의 키친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쌀국수 위에 함박스테이크가 올라가는 함박쌀국수는 진한 풍미의 스테이크와 맑은 육수의 조화가 인상적인 메뉴. 함박스테이크는 다진 소고기와 돼지고기, 소의 지방을 배합해 부드러운 식감으로 조리한다. 셀러리, 대파를 태우듯이 볶아 넣은 국물의 은은한 향과 짙은 소고기 풍미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매운닭발쌀국수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매콤함을 더한 메뉴로 말레이시아의 매운쌀국수인 ‘락사’를 응용해 완성했다. 닭 육수를 기반으로 콩물과 향신료를 섞어 부드러운 알싸함을 표현한 것이 특징. 매운맛은 각종 채소와 홍고추로 만든 오일을 더해 조절한다. 마무리로 올라가는 닭발은 레몬그라스 기반의 수제 칠리오일로 조리해 매콤한 국물과 맛의 조화를 이룬다.

 

  • 마오
  • 서울특별시 성동구 뚝섬로4길 21 지하1층

 


무궁무진한 메밀의 변주, 소바쥬

 

마포역 뒤편, 식당이 밀집한 성지빌딩 지하상가에 메밀의, 메밀에 의한, 메밀을 위한 오마카세 메밀국수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일본식 메밀국수를 뜻하는 ‘소바’를 차용한 업장명에서 알 수 있듯 메밀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국내 외식 업장에서 10여 년 경력의 박주남, 박주성 형제가 지난 2월 오픈했다.

 

콘셉트 구상 중 독특한 식감과 향을 지닌 ‘메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메뉴마다 재료와 조리법이 중복되지 않는 가이세키 요리에 착안해 일식을 베이스로 하게 됐다. 레시피는 일본 옛 고조리서를 탐독하며 개발하였는데, 메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붓고 반죽한 ‘소바가키’, 생물 김으로 만든 특제 소스에 소바 면을 곁들인 ‘참치 노리소바’ 등 각기 다른 조리법으로 메밀 본연의 맛을 살리는 식이다.

 

 

메밀 본연의 담백한 맛을 중시해 부안과 예천에서 수급한 ‘단메밀’만을 사용하며, 면의 경우 밀가루와 메밀가루를 2:8 비율로 섞는 ‘니하치’ 스타일로 제면한다. 코스에 육류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주류는 적당한 산미감을 갖춘 화이트와인과 스파클링 와인, 사케, 쇼추로 구성했다. “식당은 음식의 맛은 물론, 공간이 주는 만족감이 있어야 한다”며 공간

 

인테리어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아지트 같은 아늑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우드와 아이보리로 톤을 맞추고, 암막 커튼을 설치해 공간에 분리감을 주었다. 식기류는 발품을 팔아 구매한 것으로 김정기

 

작가와 광주요의 협업 제품을 비롯해 일본의 한 골동품 숍에서 발견한 쿠로라쿠 냄비, 일본에서 경매로 낙찰받은 1백 년 된 올드 바카라 유리잔 등 라인업이 비범하다.

 

 

초록빛 완두콩 잎 밑에 감춰진 메밀 요리가 사뭇 궁금해지는 비주얼의 ‘소바가키’. 메밀가루에 물을 섞은 뒤 냄비에서 열을 가해 떡 처럼 눅진한 식감을 완성했다. 곁들인 페이스트는 제철을 맞아 한껏 고소해진 완두콩과 백미소를 배합했는데, 메밀 특유의 구수한 맛을 배가하고 본래 없던 감칠맛을 더해준다고. ‘참치 노리소바’는 차가운 비빔국수 형태의 메뉴다. 

 

자가 제면한 메밀면 위에 특제 김 소스와 단초를 뿌리고, 참치 등살을 올려 마무리했다. 별도로 제공되는 와사비 오일을 뿌려 먹는 것을 추천하는데, 해산물 풍미 뒤에 와사비의 매콤함이 은은하게 느껴지며 입맛을 돋운다. ‘삼치 갈레트’는 프랑스 디저트 갈레트에서 영감을 얻은 메뉴로, 제철 생선인 삼치를 사용해 고소함을 배가했다. 메밀 반죽을 전병처럼 얇게 부친 후, 훈연 마요네즈를 바르고 루콜라와 미디엄 굽기로 익힌 삼치를 얹어 낸다.

 

  • 소바쥬
  • 서울특별시 마포구 큰우물로 75 상가 지하1층 22호

 [미식탐방] 4월의 새얼굴, 신상맛집은-2편으로 이어집니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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