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라이프] 우리 햇밀 이야기

 

몰랐었다. 6-7월이면 밀 농사를 꿋꿋하게 지어온 농부들의 밭에서 밀 수확이 한창이고, 갓 제분한 햇밀이 쏟아진다는 것을. 그러고 보면 가을바람이 불 때쯤이면 햇곡식과 햇과일로 장터가 활기를 띠는데, 햅쌀이 나오기 전 ‘햇밀’이 나온다는 소식은 왜 몰랐을까?

 

뽀송뽀송하고 구수한 햇밀에 관심을 갖게 된건 매년 7월 말에 열렸던 마르쉐 ‘햇밀장’이 올해는 8월부터 온라인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부터였다. 값싼 수입 밀에 밀려 우리 밀 농사의 규모는 쌀보다 매우 적다.

그나마 어렵사리 길러낸 밀을 수확해도 밀을 전문으로 소량 제분하는 방앗간이 귀해 가루를 만들기도, 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니 농부가 직접 제분하거나, 아예 빵으로 만들어 팔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대량 생산된 수입 밀가루보다 단가가 높은 걸 감내하고서라도 우리 밀로 건강하고 풍부한 맛을 만들고 싶은 셰프와 베이커들은 자신이 구현하고픈 맛에 맞는 품종을 찾는 길이 막막하다. 농부들 또한 우리 밀을 찾는 이들과 교류하고, 같은 밀 농사를 짓는 이들과 동병상련할 장이 없는 상황.

이런 막막함에 조금이라도 물꼬를 틔우고자, 햇밀을 테마로 농부들이 오고, 요리사, 제빵사, 양조자 등이 모인 햇밀장이 열리게 된 지 올해로 벌써 6회째를 맞았다.

 

갓 수확한 밀의 영양적인 우수함, 소규모 품종이 만들어낸 다양성, 그리고 이런 맛과 영양을 담아낸 음식들. 햇밀의 이런 장점들이 전국적으로 떠들썩하기는커녕 온라인으로만 치러지는 것이 아쉬워 지면으로 초대했다.

여름과 가을 사이, 햅쌀이 나오기 전 햇밀의 계절이 머문다는 것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편집부가 전국의 온라인 햇밀 제품까지 모으느라 꽤 땀방울을 흘렸다.

 

 

우리 밀 품종 10가지

순수 토착종부터 국내에서 개발된 개량종과 기능성 신품종까지. 대표적인 밀 품종 10가지의 특징을 김경훈 국립식량과학원 밀연구팀 농업연구사의 도움으로 알아봤다.

 

● 백강

 

탑동과 클래식KLASIC을 교배하여 2005년 개발된 품종이다. 성장 속도는 금강과 유사하나, 입자가 큰 백색의 알곡이 많이 달리는 편이다. 금강과 조경보다 단백질과 글루텐 함량이 높아 빵 가공 적성이 우수하며, 식빵으로 만들면 부피가 크고 부드럽다.

 

● 새금강

 

금강과 올그루를 2007년 인공 교배해 만든 품종이다. 금강밀보다 추위에 잘 견디고 붉은곰팡이병에 대한 저 항력이 강하다. 숙기가 빨라 이모작에 적합한 것도 장점. 밀가루 색이 밝아 국수로 만들었을 때 고운 하얀색 이 나오며, 반죽이 부드럽고 쫄깃하다.

 

● 조경

 

● 금강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밀의 약 80%를 차지하는 품종이다. 한국형 빵밀 품종 육성을 위한 연구 끝에 인공 교배를 통해 1997년부터 보급했다. 성숙기가 빠르고 재배 안정성이 뛰어나다. 낟알이 하얗고 단백질 함량 이 높아 제면과 제빵에 두루 사용된다.

 

● 오프리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없는 세계 최초의 기능성 밀 품종으로 2017년 개발됐다. 글루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오메가-5-글리아딘’ 등의 물질을 유전자 변형이 아닌 전통 방식의 인공 교배를 통해 제거했다. 잠정 대상 수출국인 미국, 중국, 유럽에 국제특허 출원까지 완료했다.

 

● 아리흑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유색 밀이다. 안토시아닌, 타닌, 폴리페놀 성분이 일반 밀보다 많아 항산화 기능도 10배가량 높다. 껍질에 기능성 성분이 많으므로 통밀로 섭취하면 좋다. 2017년 부터 계약 재배가 시작돼 피자 도우, 빵, 국수 등으로 제품화가 시도되고 있다.

 

● 아리진흑

 

아리흑의 농업적 형질을 개선한 기능성 유색 밀이다. 아리흑보다 키가 작아 잘 쓰러지지 않으며 면적당 수확량도 높다. 폴리페놀 함량이 100g 당 137.07㎎이고,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능력을 뜻하는 ‘DPPH 라디칼 소거능’도 100g당 100.94㎎로 다른 품종에 비해 높다.

 

● 우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증류주용 밀이다. 당화 효소 활성도가 높아 주정 생산 수량이 일반 밀의 약 1.5배에 달한다. 현재 안동 밀 소주 개발에 활용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세계 주류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증류주의 원료로 수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황금알

 

제빵용 밀가루를 국내 생산할 수 있게 만든 신품종이다. 겨울 추위에 강하고 성숙기가 빠르며 수확량도 많은 편. 단백질 함량이 14%로 다른 품종보다 높으며, 식빵을 만들었을 때 빵 부피도 크게 나와 제빵용으로 우수하다. 2022년부터 농가에 시범 보급될 예정.

 

● 앉은키밀(앉은뱅이밀)

 

남해안 지역에서 명맥을 이어온 토종밀의 한 종류로, 일반 밀보다 키가 작고 병충해에 강하며, 맛에 찰기가 있다. 그동안 ‘앉은뱅이밀’로 불리다가, 장애인 비하라는 지적이 있어 농촌진흥청이 올해 장애인의 날을 기 점으로 ‘앉은키밀’이라고 개명했다.

 

인류를 기아에서 구한 ‘녹색 혁명’의 씨앗이 된 품종이라는 이야기도 전 해진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앉은키밀을 가져가 ‘농림 10호’로 개량했는데, 미국 농학자 노먼 볼로그가 이 품종의 키 작은 유전자를 활용해 ‘소노라 64호’로 다시 개량한 것.

이 품종은 병충해에 약한 서양 밀보다 수 확량이 60%나 높아 볼로그는 인류 식량 증산에 이바지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이 사실은 유전학 적으로 증명되진 않았으나, 진주 금곡정미소에서 3대째 재배해온 앉은키밀이 안완식 박사에 의해 알려지며 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되기도 했다.

 

《 셰프의 손을 거쳐 식탁 위 별미로 태어난 우리 밀 요리들 》

 

 

올해로 3년째 마르쉐 햇밀장에 참여하면서 우리 밀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다양한 품종으로 제면을 시도한 끝에, 저와 제일 잘 맞았던 품종이 ‘앉은키밀’이었어요. 우선 반죽할 때 뚝뚝 끊기지 않아서 다루기 쉬웠고, 생면으로 만들면 식감이 살짝 거친 편이라 와일드한 느낌의 이탤리언 소스와 잘 어우러졌어요. <카밀로 한남>에서는 올 하반기, 햇밀이 소진될 때까지 시즌 메뉴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김낙영 카밀로 한남 셰프

씹는 식감이 살아 있는 햇밀 파스타

 

<카밀로 라자네리아>와 <첸토페르첸토>의 김낙영 셰프가 운영하는 이탤리언 가정식 레스토랑으로, 투박하고 소박한 느낌의 토스카나 지방 스타일 메뉴들을 선보인다.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를 넣고 만든 ‘카밀로 스타일 라구 라자냐’와 시금치를 넣은 생면 파스타에 직접 만든 리코타 치즈와 각종 해산물로 소를 채운 ‘토마토 소스 깐넬로니’가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다.

 

 

올 8월부터는 여느 레스토랑에선 쉽게 만날 수 없는 우리 햇밀 파스타 메뉴들을 시즌 한정으로 선보이고 있다. 앉은키밀을 제분한 통밀가루로 자가 제면한 면에, 풍미 진한 정통 소스를 곁들여 토종밀 특유의 식감과 고소한 맛을 만끽할 수 있다.

 

  • 카밀로 한남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대로20길 61-7 3층

 

갓 제분해 구수한 풍미 가득한 국수​

윤서울

모던 한식 코스와 전통주의 페어링을 선보이는 <윤서울>이 어느 순 간 우리 밀을 이용해 제대로 만든 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김도윤 셰프와 이지혜 셰프가 협업해 1980년대 이전의 우리 밀면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

 

 

맛과 영양이 사라진 현재의 밀가루 면에서 벗어나 갓 도정하고 제분해 구수한 풍미가 가득하고 속도 편한 밀면을 업장 메뉴와 밀키트로 선보이고 있다. 면은 경남 사천의 박성한 농부의 백강밀을 전통 맷돌에 직접 갈아 만든 통밀가루에, 4주간 항아리 숙성을 거친 유기농 백밀가루를 섞 어 만든다.

최근엔 올해 수확한 밀로 만든 ‘햇 우리밀 통밀면’을 온라인에서 한정 판매 중이다.

 

  • 윤서울
  • 서울특별시 마포구 홍익로2길 31 1층

 

우리 밀과 친환경 식재료의 만남

꽃, 밥에 피다

유기농, 친환경 농축산물로 차린 건강한 밥상을 선보이는 <꽃, 밥에 피다>는 모기업인 친환경 학교 급식 식품 기업 ‘네니아’에서 우리 밀 제품을 공급받아 메뉴에 활용하고 있다. 네니아는 2004년부터 우리밀 살리기운동본부와 함께 첨가료를 최대한 배제한 우리 밀 식품을 기획하고 생산해왔다.

 

 

업장에서 쓰는 밀가루는 주로 전남 구례 지역에서 계약 재배한 무농약 금강밀 등을 같은 지역에 있는 우리밀가공공장에서 제분하여 생산한 것이다. 그 밖에 우리 밀 가공식품을 메뉴에 활용하기도 하는데, 꽃빵의 경우 100% 무농약 우리 밀에 유기농 설탕, 천일염, 해바라기유를 넣고 발효시켜 부드러운 결과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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