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플레이스] 10월의 새로운 다이닝-1

 

베테랑들의 2차전을 눈여겨보자. 힘을 주거나, 힘을 빼거나. 비스트로에서 거듭난 뉴 코리안 다이닝, 양조장과 셰프가 협업한 전통주 다이닝, 서울에 지점을 오픈한 뉴욕 게스트로텍은 묵직한 인상을 남길 준비를 마쳤다.

 

반면 파인 다이닝과 달리 친숙하게 다가가는 다이닝 바와 편안함으로 무장한 비스트로까지, 반가운 얼굴들의 뉴 플레이스 5곳을 소개한다.

 

일상 채소의 재발견 ‘사녹’

 

일상의 한식을 바탕으로 한 김정호 셰프의 뉴 코리안 다이닝 <사녹>이 잠원동으로 자리를 옮겨 8월 리오픈했다. 이전에는 프리픽스 형태의 비스트로로 운영했다면, 셰프의 요리 철학을 긴 흐름으로 보여주고자 코스 요리의 다이닝으로 거듭났다.

 

 

‘네 가지 녹색’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자연을 향한 탐구 정신은 여전하며 지속가능성의 실험은 심화됐다. 채소의 비중을 대폭 늘리고, 육류와 해산물의 비중은 낮춘 것. 준혁이네 농장을 비롯해 마르쉐에서 연을 맺은 농장과 시장에서 직접 고른 채소를 활용하고, 무항생제 돼지고기와 깨끗한 환경에서 양식되는 송어를 공급받고 있다.

 

더불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육류의 경우 붉은 고기 대신 흰 살 고기를 사용하고자 한다. 오픈 키친과 바 테이블, 홀로 이뤄진 공간의 콘셉트는 바로 ‘숲’이다. 자연광이 비치는 화이트 톤 공간에 우드와 초록 식물로 생기를 더했으며, 목제 가벽과 키 큰 식물을 두었다. 계절마다 다채로운 채소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익숙한 채소의 또 다른 매력을 알리고 싶다는 김정호 셰프.

 

예컨대 평소 찌개나 나물, 볶음 등으로 푹 익혀 먹는 애호박은 수비드하여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향을 살렸다. 오픈 키친과 맞닿은 바 좌석에 앉으면 주방 풍경을 가까이서 보고 채소의 향과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첫 오픈 때부터 선보여온 ‘애호박 샐러드’는 수비드한 애호박과 부라타 치즈에 샬롯 비네그레트와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샤인머스캣, 체리, 아몬드, 하몽을 올린 시그너처 메뉴다.

 

준혁이네 농장의 처빌과 펜넬, 사랑초로 마무리했다. 애호박의 단단하고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며, 허브까지 한입에 맛볼 것을 추천한다. 코스의 메인 메뉴인 ‘돼지 꽃등심’은 등심 부위 중 목에 가까운 꽃등심을 포마스 올리브오일로 천천히 구워낸 스테이크다.

산초장아찌와 닭뼈 쥐(jus)로 만든 소스, 숯불에 구운 뒤 소금에 일주일간 발효한 흰 양배추와 적채를 곁들였다.

 

  • 사녹
  • 서울특별시 서초구 나루터로 60 A동 주차장 사녹

 

귀한 그릇에 담은 우리 술 ‘푼주’

 

지평막걸리로 유명한 지평주조가 컨템퍼러리 한식 맡김차림과의 페어링으로 막걸리의 고급화를 꾀한 공간이다.

 

<푼주>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사용하던 전통 식기를 뜻하는 말로, 귀한 그릇에 우리 술을 대접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새인 청우작을 상징물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세진 총괄 셰프는 일식을 전공하고 <몽마르뜨 서울>에서 프렌치를 경험했으며, 운영 중인 컨템퍼러리 오마카세 <초승달>에서 우리 술만 다루는 등 전통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인물이다.

 

 

요리는 제철 재료로 만든 한식에 일식과 프렌치의 터치를 가미한 메뉴를 파인 다이닝 형태로 풀어냈다.

바게트, 달걀찜 등으로 시작해 메인 메뉴인 보쌈을 거쳐 디저트로 마무리된다. 여기에 셰프와 지평주조가 고조리서대로 만든 막걸리 3종이 어우러지는데, 식전주로는 열대 과일 향이 은은한 부의주, 메인 요리에는 끝맛이 깔끔한 석탄주, 디저트에는 매화와 갖가지 꽃을 함께 발효한 백화주를 곁들인다.

 

식기는 흑자로 알려진 전상근 공예가가 맞춤 제작해 담음새의 완성도를 높였다. 모던한 인테리어 속에서 테이블마다 설치된 따뜻한 색의 핀 조명이 포근함을 자아내고, 한편에 마련된 전시장엔 1백여 년간 지평 양조장의 지붕을 받쳤던 대들보를 진열해 전통미의 디테일을 더했다.

 

 

코스 초반에 나오는 시그너처 메뉴인 ‘주병4단합 타파스’는 전상근 작가의 대표작인 도자기 단합을 요리에 활용한 첫 사례다.

술병처럼 생긴 단합을 열면 칸마다 한 입거리 음식이 담겨 있다. 입맛을 돋우는 파인애플 칩으로 시작해, 김부각 안에 녹진한 아귀간을 채우고 단새우를 올려 ‘단짠’을 완성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문어는 토마토 라타투이를 감싼 후 당근 퓌레를 밑에 깔고 캐비어를 얹어 쫄깃하면서도 상큼하다. 쿠스쿠스와 섞어 감태에 싸 먹는 육회는 한우 대신 참치를 사용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해장국 무밥’은 술이 주인공인 코스 안에서 해장까지 챙긴 구성이다. 국은 파, 고춧가루, 고추기름, 고송버섯만으로 시원한 국물을 만들었고, 밥에는 무를 썰어 넣어 달큰함을 더했다.

 

  • 푼주
  • 서울 송파구 새말로 114 1층

 

창작자와 객의 놀이터 ‘아툼’

 

창조의 신을 일컫는 <아툼>에는 요리와 술을 창작하는 이들이 있다. 강민철 셰프를 필두로 한 요리사들, 바텐더, 그리고 그들이 만든 요리와 술의 맛과 의미를 전달하는 호텔 출신 서버들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간 <강민철 레스토랑>에서 보여준 프렌치 DNA를 가져오되 접근성이 좋은 단품 요리로 구성했다.

간장 비네그레트, 미소 베이스의 바냐 카우다 등 한국인에게 친숙한 맛을 더하거나 샤퀴테리를 만들 때, 보다 마일드한 향신료 배합의 고민은 모두 프렌치 장르를 좀 더 친숙하게 소개하기 위한 장치다.

 

프렌치 요리의 본질은 지키면서도 변화를 꾀한 이 요리들을 강민철 셰프는 ‘뉴 클래식’이라 칭한다.

 

샤르도네, 피노누아 등 주력 품종을 중심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한 와인 리스트에서는 노윤수 소믈리에의 공력이 느껴진다.

향후 프랑스 네고시앙, 도멩과 직접 소통해 오리지널 리스트를 완성해갈 예정이라고. 황재준, 양지태 바텐더는 도수를 낮추고, 기성 리큐어의 강렬한 맛이 요리의 맛과 향을 해치지 않도록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등 식전, 식중주로 어울리는 다이닝 칵테일을 선보인다. 바에서는 물론 테이블 게리동 서비스로 공간에 또 다른 활력을 더해준다.

 

 

‘본질을 지킨 친숙한 프렌치’라는 모토 아래 강민철 셰프가 가장 공들인 메뉴 중 하나인 ‘부당 누아’. 돼지 피를 사용한 프랑스식 피순대, 시나몬을 넣어 조린 사과, 감자 퓌레 등 구성은 그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향신료 배합에 신경 썼다.

 

그 결과 처음 맛보는 손님들에게도 호평을 얻으며 호불호 없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고. ‘테린 드 깜빠뉴’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10가지 향신료를 배합해 3일간 숙성한 콜드컷. 래디시 피클, 버섯 피클, 코니숑, 머스터드, 양파, 곶감 스타일의 대추야자까지 단맛과 산미, 식감을 고려해 함께 즐길 수 있는 요소들로 구성했다.

 

 

[뉴 플레이스] 10월의 새로운 다이닝-2편으로 이어집니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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