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양곡관리법 개정 거부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공포를 거부했다. 대통령의 주된 거부 이유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것이다.

 

농가 소득 안정과 식량안보를 명분으로 밀어붙인 야당의 논리와, 농가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포퓰리즘이라는 대통령의 논리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쉽게 접점을 찾을 것 같지도 않다. 무엇이 쟁점이고, 정치권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이론상으로는 둘의 논리가 모두 맞다. 법안 개정을 추진한 야당의 논리는 쌀값이 폭락을 하면 농가에서 벼 재배를 기피해 결국 식량안보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농가의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안 개정을 반대하는 정부와 여당은 남는 쌀을 국가가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고, 그것이 오히려 농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농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론상으로는 양측의 주장에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그래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일부 여론조사도 반대가 다소 앞서긴 하지만 크게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않는 양상이다.

 

문제는 왜 이런 지경에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치권의 반성과 현실적인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흔히 농업은 경제 외적인 가치가 매우 크다며 수치만으로 따져서는 안 된다고들 한다.

 

그런 이유로 역대 정부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농업에 퍼주기 정책을 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또한 과거 농업인구가 많을 때, 겉으로는 이런 명분을 내세웠지만 속으로는 매표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농민 표를 얻기 위한 정치 행위였다고 할 수 있다.

 

세월이 흘러 농업인구는 급감했고, 정치인들에게 농민 표는 일부 농촌지역 국회의원들을 제외하면 선거에서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 농촌 출신 야당 국회의원들이 양곡관리법 개정을 주도하고 있고, 판을 크게 봐야 하는 대통령실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진짜 이유일 수 있다.

 

또 한 가지 지적할 대목은, 개정과 반대의 입장이 진영에 따라서는 다를 수 있지만, 양측 모두 궁극적인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2022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고작 56.7kg에 불과하다.

 

30년 전인 1992년의 소비량 112.9kg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식탁 서구화로 주식인 쌀의 소비량이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는데도 정치권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은 채 뒤늦게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는 꼴이다.

 

무조건 밀어붙이는 야당은 자신들도 과거 퍼주기 식 농업정책의 한 축이었음을 반성하고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정부 여당도 쌀 소비량을 증대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양측 모두 ‘무대뽀’라는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김병조 칼럼리스트(평론가)

 

20여년간 푸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식품외식산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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