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라이프] 김장철에 만나는 요즘 김치, '전국 김치 맛 지도'

 

10월은 초겨울이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 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조선시대 가사인 「농가월령가」에서 양력 11월 경에 해당하는 10월령의 일부다. 가사에도 나오듯 겨울이 들어서는 입동立冬과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사이에 꼭 치르는 큰 행사는 김장이다. 이 무렵엔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는 속담이 전할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배추와 무가 얼기 전에 김장을 서두르면서 본격적인 월동 준비를 시작했다.

 

‘김장용 무를 수확할 때 뽑은 무의 뿌리가 길면 그해 겨울이 춥고, 무 뿌리가 짧으면 따뜻하다’고 믿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무도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땅속으로 뿌리를 길게 내린다는 논리다. 양념과 젓갈로 버무린 한국식 저장 채소인 김치는 계층과 지역을 막론하고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다.

 

별다른 저장 음식이 없었던 시절에 김치는 든든한 겨울 식량이었다. 김치만 있으면 복잡하게 불을 써 조리하지 않고도 간단하게 상을 차릴 수 있어 땔감, 찬거리 걱정 없이 한 끼를 뚝딱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잘 익은 김장김치는 채소가 귀한 겨울에 비타민과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뛰어난 영양 공급원이기도 하다.

 

특히나 밥과 김치가 전부였던 시절 김치는 양식의 절반이라는 의미인 ‘반양식’이라 불렸고, 겨우내 4-5개월간 먹어야 했기에 그 양도 어마어마했다. 자연스레 노동을 함께하는 김장 공동체가 형성되었고 다 함께 김장을 마친 후에는 김치를 이웃에 주면서 정도 나누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한국만의 독특한 김장 문화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이른다.

 

유네스코는 김장이 가족의 일상 속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온 문화라는 점, 비슷한 천연 재료를 창의적으로 이용한 점, 음식을 함께 만드는 공동체 문화로써 한민족 고유의 자산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21세기로 접어든 지금, 겨우내 먹을 저장 음식은 차고 넘치며 직접 김장을 하는 가정도 줄었지만 김치는 여전히 한국인에겐 없어서는 안 될 소울 푸드다. 특히 한식 다이닝에서는 셰프의 창의적인 손길 아래 김치가 곁 반찬이 아닌 하나의 메인 요리로 재탄생하며 놀라운 발효 음식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전국 김치 맛 지도

 

지형상 북부가 높고 남부는 낮은 한반도. 산을 따라 산지와 고원, 강을 따라 평야가 펼쳐졌다. 이런 지형과 기후의 영향을 받아 각 지역별로 나름의 특색이 있는 김치가 발달했다.

 

 

  • 황해도 호박김치

 

경기도 북쪽에 있는 황해도는 수산물이 풍부하고 과일이 다양해서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 요리에 기교를 부리지 않고 수수한 것이 특징. 서울, 경기도, 충청도 지역 김치처럼 깔끔한데, 산초나무 열매와 고수 등의 향초를 쓰기도 한다. 호박김치, 고수김치, 감김치 등이 있다.


  • 경기도 비늘김치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는 한반도의 중심. 서해안의 해산물과 비옥한 평야에서 나는 좋은 재료들로 모양이 화려한 김치를 담가 먹었다. 무에 비늘 모양 칼집을 내서 만든 비늘김치, 인삼의 한 종류인 수삼으로 만든 수삼나박김치 외에도 총각김치, 호박열무김치, 순무김치 등이 있다.


  • 서울 장김치

 

서울은 조선 시대 이후 5백 년 이상 한반도 생활 문화의 중심지였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재료들로 김치를 만들어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임금의 존재로 인해 궁중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간장으로 간을 한 장김치, 섞박지, 오이소박이, 고춧잎깍두기 등이 대표적인 궁중 김치다.


  • 충청도 나박김치

 

내륙 지역인 충청도에서 담근 김치는 담백하고 소박하다. 젓갈 대신 소금을 많이 사용하고, 양념을 많이 넣지 않아 은은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나박김치, 가지김치, 시금치김치, 열무김치, 총각무동치미 등이 유명하다.


  • 전라도 고들빼기김치

 

바다가 있고 따뜻한 전라도는 곡류는 물론이고 해산물을 비롯한 특산물이 다양하게 생산되어 먹거리가 풍성하다. 젓갈, 고춧가루 등의 양념을 많이 사용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맵고 짠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조기젓, 밴댕이젓, 병어젓 등 다양한 젓갈을 쓰고 참깨, 계핏가루를 넣어 김치에 향을 더한다. 고들빼기김치, 갓김치가 유명하다.


  • 평안도 동치미

 

평안도는 해안과 산이 인접해서 해산물과 농산물이 풍부했다. 추운 날씨 탓에 김치가 잘 익지 않아 되도록

 

소금을 적게 넣어 심심하게 만들고 국물을 넉넉히 부어 시원한 맛을 즐겼다. 추운 지역이라 열량을 낼 수 있도록 고기를 많이 먹었는데, 고기 삶은 육수를 이용해 동치미와 무청김치를 담가 먹었다.


  • 함경도 꿩김치

 

우리나라 북쪽 맨 끝에 있는 함경도는 춥고 험한 산간 지대가 많다. 추운 지역이라 다른 지역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김장을 담근다. 바다도 맞닿아 있어 흔한 해산물을 김치에 듬뿍 넣는 반면, 소금, 고춧가루는 적게 넣어 심심하게 먹었다. 꿩고기를 얇게 저며서 오이, 소고기, 죽순, 표고버섯 등으로 버무린 꿩김치를 담가 먹기도 했다.


  • 강원도 더덕김치

 

강원도는 산간 지역과 해안 지역으로 나뉜다. 산간 지역에서는 산에서 나오는 작물과 채소로 독특한 김치를 담가 먹었다. 대표적으로 더덕김치가 있다. 해안 지역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을 듬뿍 넣은 김치가 발달했는데, 창난젓깍두기, 오징어채김치, 해물김치 등이 있다. 특히 해물김치는 동해안에서 많이 나는 생태, 물오징어, 낙지 등을 넣어 시원한 맛을 낸다.


  • 경상도 부추김치

 

경상도는 바다를 끼고 있어 해산물이 풍성하고, 남쪽이라 날씨가 덥다. 김치가 잘 쉬지 않도록 젓갈과 소금을 많이 넣어 간이 센 것이 특징. 마늘과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멸치젓·갈치젓·꽁치젓 등으로 짠맛을 내는 대신 다른 부재료를 많이 넣지 않는다. 부추김치, 콩잎김치, 깻잎김치, 우엉김치, 쪽파김치 등을 즐겨 먹는다.


  • 제주도 전복김치

 

온통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는 해산물을 많이 넣어 김치를 담갔다. 전복과 유자를 넣어 담그는 전복김치와 해물김치, 나박김치 등이 대표 김치다. 날씨가 따뜻해 김장을 잘 담그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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