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빛낸 뉴페이스 레스토랑 12-1부

 

마음껏 주관을 펼쳐나간 한 해 였다. 스타일이 세분화, 전문화되고 또 융합되어 기존 카테고리인 한식, 양식 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곳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했다. 매달「바앤다이닝」편집부에는 반짝거리는 뉴페이스 레스토랑에 대한 제보가 쏟아졌고 우리는 그 뜨거운 에너지를 취재하고 소개해왔다.

 

2023년 끝에서 한 해 를 돌아보며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레스토랑 12곳을 꼽았다.


창의적인 실험의 향연 이스트(Y’east)

호주와 덴마크, 프랑스에서 경력을 쌓은 조영동 셰프가 <클라로>와 <오트렉>을 거쳐 오픈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혼잡한 압구정 골목 3층이라는 위치에서 셰프의 자신감이 드러난다. 실제로 3일간 드라이에이징하거나 소금물에 12시간 닭을 염지하는 등 장시간 조리하는 요리의 진가를 알아본 자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업장명 <Y’east>는 효모를 의미하지만 조영동 셰프의 이름 ‘영’의 ‘Y’와 ‘EAST’의 합성어이기도 하다. 로컬 식재료를 존중하면서도 현대적인 기법과 창의성을 가미한 모던 아시안 컨템퍼러리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셰프의 다짐이 읽히는 작명이다. 코스는 모두 테이스팅 메뉴로 제공되는데, 까만 조약돌 같은 모습을 한 ‘갈비스톤’ 갈비찜 & 블루치즈 도넛을 비롯해 시각적으로도 미각적으로도 흥미로운 메뉴가 주를 이룬다.

 

룸도 있지만 이곳의 매력은 역시 카운터석이다. 모던한 분위기에서 셰프들의 단련된 테크닉과 팀워크를 ‘관전’할 수 있어서다. 그리고 또 하나, 꽤 참신한 밸류의 와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 이스트
  •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170길 26-6 3층

접시에 오른 사계절, 히가시

가이세키 요리란 전통과 나름의 이유로 선정된 다양한 음식이 코스로 하나씩 나오는 일본의 대표적인 연회 요리다.

메뉴마다 재료와 조리법이 중복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한남동에 위치한 <히가시>는 혼 本 가이세키 요리를 선보이는, 국내에 흔치 않은 일본 요리 전문점이다.

 

 

1백80년 전통 가이세키 요리 전문점 <나다망 なだ万 >의 헤드 셰프로부터 사사한 유일한 한국인 셰프 신동혁이 가이세키 요리를 선보인다. 제철 식재료로 조리하는 식당은 많지만 계절을 오감으로 느끼게 하는 곳은 드물다.

문앞에 계절 식재료를 소쿠리에 쌓아놓고, SNS에 계절의 시작과 끝을 공지하며 누구보다 사계절을 온전히 살아내는 <히가시>의 음식은 그래서 풍경화 같다. 각기 다른 식재료로 조리한 4가지 요리를 한 접시에 곱게 담아낸 ‘젠사이(전채)’는 <히가시>의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서막 같은 메뉴라할 수 있다.

 

혼 가이세키 요리는 일본에서도 10년 이상 수련한 셰프만이 만들 수 있다. 카운터를 중심으로 배치된 6석의 좌석이 <히가시>에서의 경험을 더욱 귀하게 느끼게 한다. 자리마다 손님의 이름을 적은 웰컴보드를 비치해 극진한 대접을 받은 듯한 인상을 남긴다.

 

  • 히가시
  • 서울특별시 용산구 독서당로 27 102동 102호

스테이크에 자연이 더한 마법, LE SOL

프랑스어로 ‘땅’, 스페인어로 ‘불’, 한국어로 ‘소나무’를 의미하는 중의적 단어 ‘쏠 SOL ’을 내세운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하우스다. 런던의 네오 비스트로 <앙글로ANGLO>에서 고기 발골부터 숙성까지 직접 경험하며 드라이에이징 노하우를 익힌 노상훈 셰프가 주방을 이끈다.

 

<르 쏠>에서 가장 인상적인 메뉴는 물론 스테이크다. 겉수분을 제거한뒤 원육의 크기, 무게, 근내 지방도에 맞는 환경에서 최소 4주간 드라이에이징을 거친 쇼트 로인과 본인립아이를 단시간에 350-500℃까지 올라가는 오븐으로 구워낸다. 시그너처 메뉴 ‘포터하우스’는 훈연 향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쇼트 로인 스테이크의 정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면을 검게 그을린 뒤 각종 비니거와 향신료를 혼합한 셰프의 비법 소스로 브레이징한 양파도 인상적이다. 자작나무, 옻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로 우드 파이어 그릴을 시도하는 등 최고의 스테이크를 향한 연구와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스테이크의 두께나 식감도 도드라지지만, 자연의 시간과 불, 숯과 나무만이 스테이크에 더할 수 있는 지점이 더욱 감동적이다. 쿠사마 야요이, 장 미셸 오토니엘, 우고 론디노네 등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 LE SOL
  •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325 대치동 S-Tower 1층

와인 로드의 축복, 모와(MOWa)

명동 르메르디앙 호텔 지하에 위치한 무국적 다이닝 와인 바. 와인 전문 유통사 ‘아영 FBC’가 운영하는 곳답게 와인 리스트가 압도적이다. 최상급 블랑 드 블랑 샴페인부터 페어링하기 좋은 디저트 와인까지약 3백50여 종의 선택지가 있다.

 

특히 들어서자마자 50m에 걸쳐 펼쳐지는 초록빛 와인 통로는 환상적이다. <고메트리>와 <밍글스>에서 실력을 쌓고 <사브 서울>의 수셰프로 활약했던 문원기 셰프는 한식부터 이탤리언까지 와인에 최적화된 메뉴를 선보인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삼발 소스를 활용한 닭 요리 ‘삼발치킨’, 여수산 대삼치를 구워 올린 파스타 ‘삼치 딸리아뗄레’의 인기가 높다.

 

 

와인 애호가에겐 파라다이스, 와인을 막 시작한 입문자에게는 훌륭한 교재 같은 곳. 마치 와인 첨단 연구실을 연상시키는 초록 통로는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맛, 원산지, 연도 등 바라는 조건에 맞는 어떤 와인이든 추천받을 수 있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탁 트여 있으면서도 프라이빗하게 설계된 좌석도 만족을 안긴다.

 

  • 모와 MOWa
  •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8나길 38 B1층

익숙하고 낯선 컨템퍼러리 한식, 부어끄(BOURQUE)

프렌치 터치가 가미된 제철 한식을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부엌’과 ‘부티크BOUTIQUE ’의 합성어인 <부어끄>는 작은 공간에서 개성 있는 요리를 내놓는 정체성이 드러난다.

 

 

메뉴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컨템퍼러리 한식 코스 한 가지다. 한돈 암퇘지의 허벅지살에 간장과 레드와인을 곁들여 24시간 수비드한 ‘수비드 족발’, 수비드한 닭 가슴살과 샬롯, 파슬리를 부추 깻잎과 라이스페이퍼로 동그랗게 감싼 ‘깻잎만두’처럼 제철 식재료를 프렌치 테크닉으로 풀어낸다.

 

 

향신료를 최소화하고 수비드 조리법을 적극 활용해 식재료 본연의 맛을 드러내는 요리철학이 맛으로 즉각 설득된다. 요리의 슴슴한 간과 잘 어울리는 화이트와 스파클링 위주 와인 리스트도 매력적이다.

 

  • 부어끄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157길 33 3층

제철 채소로 창조한 세계, 레귬(LEGUME)

 

홍천 점보 아스파라거스, 제주 영실 표고버섯, 충주 수안보 나물 등 식재료 리스트만 봐도 우리나라 식재료 지도가 떠오르는 <레귬>은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스와니예> 출신 성시우 셰프가 문을 연본격 비건 레스토랑이다.

 

쌓아온 커리어답게 전국 각지에서 수급한 제철 채소를 활용해 기발하고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인다. 콘셉트나 공허한 주장만이 아닌 지속가능한 외식 문화를 향한 일관된 철학이 담긴 다이닝 경험을 제공한다. 지역 농가를 방문해 직접 재료를 공수하고 버려지는 자투리 채소로도 요리를 만든다.

 

 

드링크 리스트에는 비건도 즐길 수 있는 와인과 유기농 맥주를 선별해 올렸고 식기는 물론 명함까지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사용한다. 공감을 부르는 철학 덕분에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테이스트 오브 서울 100선’에 이름을 올리는 등앞으로의 행보가 더 궁금한 곳이다.

 

  • 레귬
  •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대로 652 지상2층 207-2호

2023년을 빛낸 뉴페이스 레스토랑 12-2부로 이어집니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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