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는 상권 중에서도 카페간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부터 중소형 개인 카페가 즐비하다 보니 생존하기란 쉽지 않다.
주 고객층인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맞추려면 신메뉴 개발, SNS 마케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필수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수업이 중단되며 대학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다.
이렇듯 살아남기 힘든 대학가 상권에서 학교를 다니다 와플에 빠져 과감히 창업 시장에 뛰어든 청년이 있다. 바로 베러댄와플 중앙대점의 우원석 사장(33)이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도 없지만 올해로 4년째 성공적으로 카페를 운영 중이다. 카페 무한경쟁의 대학 상권에서 창업 초보자 우 사장이 살아남은 비결은 무엇일까?
우연히 맛본 와플 맛에 빠져 창업까지 이어지다
2017년 여름 우원석 사장은 대학원에서 식품마케팅 석사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박사 과정 진학을 준비하던 중 지인이 와플 전문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매장을 방문하게 됐다.
“평소에 단 디저트를 좋아하기도 하고 식품 분야를 전공해서 공부도 될 꺼라 생각해 가게를 들렸다. 당시 베러댄와플은 시작한 지 1년 남짓 된 신생 브랜드였다. 인지도는 높지 않았지만 벨기에 리에주식 와플 맛이 어느 곳보다 훌륭했다. 마침 본사 직원이 매장에 있어서 우연치 않게 창업 상담까지 받을 수 있었다.”
베러댄와플은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로 운영 방식이 기존 외식 브랜드와 달랐다. 조합원으로 참여하면 회사의 주요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는 수업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어떠한 구조로 운영되는지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다. 본사에서 공개한 원가분석표도 충분히 합리적이어서 3개월 동안 상권분석, 조리 실습, 서비스 교육 등 과정을 거친 후 매장을 열었다. 본사에서는 총 5일 교육을 받았다.”
하루 종일 와플 구우며 이론과 현장의 차이 느껴
우 사장이 창업을 하고 느낀 이론과 현장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식품 경영 박사 과정을 밟고 있지만 그에게도 언제나 단골손님을 늘리는 방법은 큰 고민거리다. 맛 품질 유지부터 매장 위생, 직원 교육, 배달앱 리뷰 관리 등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장사는 실제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다 보니 이론과 전혀 달랐다. 대학가 상권은 주말이면 유동인구가 적은데도 집에서 쉬려니 마음이 편하지 않아 일요일까지 영업을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손님들 입맛이 제각각 달라 어디에 기준을 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힘든 만큼 얻어가는 것도 많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현장에 적용해보거나 매장을 하며 알게 된 내용들을 수업 시간에 발표하기도 한다. 매장을 운영한지 4년째에 접어드니 교수가 우원석 사장에게 찾아와 의견을 구하는 일도 종종 있다.
자영업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를 찾아가면서 스스로 음료 레시피를 개발하고, 매출 추이를 분석해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평일 오전에 와플과 음료를 같이 주문하면 결제금액에서 500원을 할인해줘 객단가를 높인다. 플레인 와플과 아메리카노를 함께 시켜도 3000원으로 저렴해 대학생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여심 아니라 '남심'까지 잡는 와플의 맛
배러댄와플 중앙대점은 여학생들 못지 않게 남성 손님들도 자주 보인다. 매장 뒤편으로 아파트가 들어서며 가족 단위 손님도 늘었다. 저렴한 가격에 벨기에 리에주식 와플을 맛 볼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며 지역 맛집으로 자리잡았다.
“본사에서 30년 경력 와플 전문가의 레시피로 만든 와플 생지를 가맹점으로 보내준다. 2차 발효된 생지를 매장에서 한번 더 발효시킨다. 계절에 따라 발효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 상태를 비교해본다. 와플을 구운 후 맛 점검은 필수다. 벨기에산 천연 효모, 펄슈가 등 좋은 재료를 쓰고 있어 품질에 있어서는 자신 있다.”
중앙대점에는 우원석 사장만의 ‘샤인머스켓 생크림 와플’을 판매하다. 비싼 재료지만 최근 인기있는 과일인 만큼 트렌드를 반영해 메뉴로 도입했다. 바삭한 와플과 생크림, 샤인머스켓의 식감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이외에도 티라미수, 크림치즈누텔라, 애플시나몬, 블루베리아이스크림 등 20여 가지 메뉴가 준비돼 있다.
와플에 올라가는 생크림, 티라미수 모두 매장에서 직접 만들고 있다. 본사에서 보내준 매뉴얼에 따라 타이머로 시간을 재가며 철저히 맛의 품질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본사와 가맹점 상생을 꿈꾸는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
우원석 사장은 가맹점을 운영하고 2년뒤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들어가 활동 중이다. 대학원생, 가맹점주에 조합원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정기적으로 조합원들과 모여 브랜드 성장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는 본사와 조합원이 동등한 위치에서 일하기 때문에 강제 품목, 지나친 유통마진(차액가맹금) 등의 문제가 없다. 필요한 물품은 점주끼리 의논해 공동구매로 할 수도 있다. 신 메뉴 출시 여부도 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끝으로 우 사장은 “학업과 장사를 병행하려니 몸이 고되지만 학교만 다녔다면 배우지 못했을 가치 있는 경험을 많이 했다. 대학가는 유행에 정말 민감한 곳이다. 매장이 항상 활기찬 느낌이 들도록 인기 없는 메뉴는 주기적으로 정리해주고, 매주 할인메뉴를 바꿔준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직원을 뽑으면 와플에 토핑 올리는 매뉴얼 교육을 철저히 시켜 사진 찍기 좋은 비주얼도 신경쓴다. 퇴근 후에는 배달앱 리뷰를 관리를 하다 잠든다. 지금의 고생이 미래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