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00세 이상 인구가 6만 명이 넘는 장수 국가이다. 2006년 이미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로 접어들었다.
편의점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를 일찌감치 도입했다. 바로 집 앞까지 찾아가는 이동식 편의점이다.
거동 불편한 노인 맞춤 이동식 편의점
일본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 재팬은 ‘세븐 안심 배송 서비스’라 불리는 이동식 편의점을 2011년 5월부터 시작했다. 판매 시설이있는 전용 트럭에 도시락, 반찬, 음료, 생활용품 등을 싣고 고령자가 모여 사는 외곽지역을 주로 오간다.
이동식 편의점은 트럭형의 이동 판매 전용 차량에 냉장고와 냉동고를 비치해 음식과 음료를 저장할 수 있다. 약 150종류의 상품 보관이 가능하다. 계산은 휴대용 POS 단말기를 사용해 정산한다.
세븐일레븐은 이동식 편의점 대수를 앞으로 100대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 로손은 112대, 패밀리마트는 18대의 이동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계단을 내려가는 등 장거리 외출을 못하는 노인을 위해 도심에서도 운행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쇼핑 약자위한 서비스 필요성 느껴 탄생
일본에서 이와 같이 이동식 편의점이 생겨난 것은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쇼핑 약자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자연재해로 사회기반 시설이 모두 마비되자 슈퍼 내 음식료품은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다. 하지만 노인과 같은 쇼핑 약자는 기본적인 생필품을 조차 구하기가 어려웠다.
당시 패밀리마트가 차량을 이용해 피해 지역의 쇼핑 약자들에게 식료품을 전달하며 ‘이동식 편의점’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를 계기로 대형 편의점 3개 브랜드가 이동식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본 경제산업성 추산 쇼핑약자는 2014년 기준으로 약 700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가 이어지자 일본에선 집 근처 슈퍼마켓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특히 노인 인구 비율은 높은 교외 지역에선 감소 속도가 더욱 빠르다. 이동식 편의점은 인근에 상점이 없어 불편을 호소하는 노인과 지방 거주자 마을에 찾아간다.
이동슈퍼 직원이 노인 안부도 확인
협동조합인 도쿠시마루는 2012년 설립 후 도쿠시마 시골 마을에서 트럭 2대로 이동 슈퍼를 만들었다. 현재는 도쿄를 포함해 전국 27개가 넘는 지역에서 이동슈퍼를 운영한다. ‘판매파트너라’는 개인 사업자가 작은 트럭에 회사와 제휴를 맺은 지역 슈퍼에서 구입한 상품을 싣는다.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을 제휴 슈퍼와 나눠 지역 상권과 상생하는 구조다.
현관 앞에 차를 세우고 얼굴을 보며 안부를 확인하고 물건 판매를 시작한다. 집을 한 곳씩 순회하며 판매하는 스타일로 고객 개개인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사전에 파악해 물건을 갖춘 후 방문한다.
고객이 상품을 구입한 날을 기록하고 소비 사이클을 계산해 가까워지면 먼저 필요한지 물어보기도 한다. 도쿠시마루는 제휴 슈퍼만 약 80개, 이동슈퍼는 230대를 넘어 섰다.
일본의 식품 산업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쇼핑 약자가 늘어나며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그 중심에는 이동식 편의점이 있다. 한국 역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만큼 이들을 위한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