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FOOD 비즈니스]日, 100년 넘은 '노포'의 가치

10년이면 강산이 변하지만 100년이면 세대가 변한다. 우리나라에선 자영업을 한 지 5년 넘으면 장수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수명이 짧다. 반면에 일본은 노포(老舖,しにせ)라 불리는 가게가 유달리 많다. 교툐의 히가시야마 거리는 세계에서 가장 노포가 많은 거리로도 유명하다.

 

현 사회 분위기를 읽는 트렌드는 물론 중요하나 5년이 아닌 10년, 20년 이상 가게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싶다면 지속 가능한 경영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100년, 일본의 연호가 4번이나 바뀌는 긴 역사 속에서 변함없는 인기를 자랑하는 노포 3곳을 알아본다.

 

일본식 돈가스의 시초, 긴자 렌가테이(煉瓦亭)

돈가스와 오므라이스로 유명한 긴자의 렌가테이는 1895년 창업했다. 현재 양식당의 단골 메뉴를 처음으로 정립한 가게로 알려져 있다. 포크 커틀릿은 프랑스 요리의 코트렛을 바탕으로 한 요리로 원래 야채를 곁들인 데미글라스 소스를 뿌려 먹는 서양 음식이다. 렌가테이 초대 창업자는 포크커틀릿에 양배추 소스 등을 추가해 지금의 일본식 돈가스를 만들어냈다.

 

 

또한, 현재 제공되는 인기 메뉴 대부분이 당시 직원들끼리 먹던 마카나이 요리(まかない料理, 메뉴로 나오지 않고, 식당 직원끼리 식사로 먹는 요리)에서 시작했다. 렌가테이를 상징하는 오므라이스도 그중 하나였다. 이곳의 오므라이스는 치킨 라이스를 달걀 부침으로 감싸는 것이 아니라 밥과 속 재료를 달걀과 함께 섞어 볶는 것이 특징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미식가로 유명한일본 소설가 아케 나미 쇼타로가 어린 시절부터 다닌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하며, 커틀릿 에세이 「산책 때 뭔가 먹고 싶어져」 「아케 나미 쇼타로의 긴자 일기」에 등장했다. 초창기 돈가스 요리법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일본 근대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는 붉은 벽돌의 외관과 인테리어에서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스키야키 전문점, 닌교초이마한(人形町今半)

닌교초이마한은 1895년 도쿄도 스미다구의 혼조아즈바시에 문을 열었다가 1912년 아사쿠사로 자리를 옮겼다. 아사쿠사는 도쿄 도심 속에서 일본 전통문화를 간직한 지역이다. 1956년 닌교초이마한과 아사쿠사이마한(浅草今半)으로 나누어 매장을 운영했다.

 

 

그 후로 닌교초이마한은 도쿄를 중심으로 다수의 점포를 전개하며 규모를 키워나갔다. 본점은 다도를 위해서 지은 스키야(数寄屋) 건물로 1층에는 철판 구이 스테이크, 2층에서는 스키야키, 샤브샤브를 비롯한 일본 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고기는 일본 전국에서 흑우(黒毛和牛) A4, A5 등급의 암소만을 사용한다. 전문가가 직접 고기를 음미한 다음 엄선해서 고른다.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는 명물 스키야키는 조리를 숙련된 직원이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기능테스트를 실시해 점장, 경영자, 베테랑 직원의 심사에서 합격하지 않으면 고객 앞에 설 수 없다.

 

일본 최초의 바, 카미야 바(神谷バー)

도쿄 아사쿠사 하나카와도(花川戸)에서 위치한 키미야바는 일본 최초의 바이다. 1880년 ‘카미하야 명주점(かみはや銘酒店)’으로 시작해 1912년 서양식 바 컨셉으로 전환하며 이름을 ‘키미야뱌로’바꿨다. 현재 위치로는 1921년 이전했다.

 

 

1층은 바와 매점으로 운영되고 2층은 서양식 레스토랑 ‘레스토랑 카미야’, 3층은 일식 요리를 선보이는 ‘갓포(割烹) 카미야’가 위치했다. 2011년 카미야빌딩이 등록 유형 문화재로 지정되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가게이다.

 

카미야바는 상징은 ‘덴키브란(電気ブラン)’이란 술이다. 수입산 양주가 주를 이루던 시대에 브랜디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손님 앞에 선보였다. 이외에 진, 와인, 큐라소(오렌지 껍질한 조미한 달콤한 양주), 약초 등을 카미야바만의 혼합 비율로 제조해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술 이름에 전기(電気)가 들어간 것은 당시 생소한 개념인 전기를 신기하게 여겨 아무데나 전기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이 유행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알코올 도수가 45도로 매우 독한 술이어서 마시면 전기가 통한 것처럼 강렬하다 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현재 덴키브란의 알코올 도수는 30도 낮아졌다.

 

카마비야는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술을 마실 수 있어 많은 문호들의 사랑을 받은 곳이도 하다. ‘인간 실격’의 저자 다자이 오사무, ‘시노부가와(忍ぶ川)’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 미우라 데쓰오, 시인 하기와라 사쿠타로가 애착을 가진 매장으로 여러 차례 작품 속에서 언급했다.

 

 

이외에도 일본에는 사사노유키((笹の雪)라는 창업한 지 300년이 넘은 노포도 있다. 1691년 장사를 시작했지만 지금도 변함없는 두부 맛을 재현하는 것이 장수 경영의 원동력이다. 우리나라도 늦은 감이 있지만 지역의 오래된 매장을 백년가게, 서울미래유산 등으로 지정하며 외식업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30년간 한일 외식컨설팅을 전문으로 한 RGM컨설팅의 강태봉 대표는 “일본이 유독 노포가 많은 것은 그들 특유의 장인정신과 함께 제도적 보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해당하는 일본의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에 따르면 임대인 갱신거절, 해약신청에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임대차계약이 종료된다. 법적으로 오래 장사하는 환경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마음 놓고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계약갱신 요구권 연장에 그치지 않고 더욱 자영업자를 위한 여건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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