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조 칼럼] 한국과 일본의 식품 베끼기 역사

20여 년 전 일본 도꾜TV 서울지사에서 필자를 상대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유명인도 아닌 내가 인터뷰 대상이 되었던 이유는 칼럼을 통해 우리나라 식품업체들의 일본 제품 베끼기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식품기업들의 일본 제품 모방은 다반사였고, 법적 분쟁이 된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그걸 지적한 건데, 일본 언론 입장에서는 한국의 기자가 한국 기업의 행태를 비판하니 이용할 가치가 있어서 나를 인터뷰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로부터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일본 식품기업이 한국의 식품을 표절했다는 뉴스가 한국 언론에 의해 보도가 되었다. 필자가 알기로는, 일본 식품기업이 한국의 제품을 모방한 것은 처음인 듯하다. 일본이야말로 모방을 통한 재창조의 ‘귀재’이지만 식품산업 분야에서는 한국보다 많이 앞서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은 한국 제품을 모방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본이 한국의 제품을 모방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 식품기업의 기술과 위상이 일본의 식품기업을 따라잡을 정도로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특히 이번에 일본이 모방한 제품이 ‘라면’이라는 것이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안은 1958년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일본의 닛신식품(NISSIN)이 한국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모방한 것이다. 닛신은 삼양식품 창업자가 한국에 라면을 도입하기 위해 기술이전을 부탁했을 때 거절했던 회사다. 삼양식품은 닛신의 경쟁사인 묘조식품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1963년 ‘삼양라면’을 출시한 역사가 있다.

 

닛신이 베낀 제품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라면의 역사를 바꾼 제품들이 모두 매운맛이었기 때문이다. 농심이 국내 라면업계의 1위가 되도록 만들어준 제품도 매운맛의 ‘신라면’이고, 삼양라면이 해외에서 펄펄 나는 이유도 매운맛 ‘불닭볶음면’이고, 라면 개발국인 일본이 한국 라면을 모방하는 것도 매운맛 때문이다.

 

삼양라면 창업주 고(故) 전중윤 회장은 직원들이 매운맛 라면을 출시하자고 했을 때 “국민들이 매운 라면을 먹고 위장병 걸리면 누가 책임지나?”라는 생각으로 반대했던 걸로 전해지고 있다. 그랬는데 창업자가 고인이 되고 그의 아들이 경영을 하면서부터 ‘불닭볶음면’을 출시해 ‘우지파동’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회사를 회생시켰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한마디로 새옹지마(塞翁之馬)와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또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고사성어도 생각난다. 삼양식품이 일본 닛신식품을 상대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한국 식품기업들도 달라진 위상만큼 자부심을 갖고, 더불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일에 더욱 증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병조 푸드칼럼니스트 (평론가)

 

 

 

 

 

 

 

 

 

 

 

 

20여년간 푸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식품외식산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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