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히스토리] 보쌈 라이벌의 역전 드라마

우리나라 먹거리 산업의 역사를 짚어보는 ‘푸드 히스토리’, 이번에는 30년 넘게 ‘보쌈’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온 ‘놀부보쌈’과 ‘월할머니보쌈’의 영욕의 역사를 회고해 보고, 그를 통해 배울 점이 뭔지 알아본다.

 

국내 보쌈 전문점의 역사

우리나라에 보쌈 전문점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70년대다. 생겼다가 없어진 가게들이 많겠지만, 현재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브랜드 가운데 가장 오래된 브랜드는 1975년에 문을 연 ‘원할머니보쌈’이다. 1세대 한식 프랜차이즈 원앤원(주)의 모태다.

 

 

원래는 간판도 없는 작고 소박한 식당이었으나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이어서 손님들이 ‘할머니보쌈’이라고 불렀다. 인기가 높아지자 너도나도 ‘할머니보쌈’이라는 간판을 내걸자 식당 주인 김보배씨의 사위인 박천희씨가 1998년에 원앤원(주)를 설립하고, ‘원조 할머니보쌈’이라는 의미로 ‘원할머니보쌈’을 상표등록했다.

 

‘원할머니보쌈’보다는 12년 늦은 1987년, 서울 신림동에도 자그마한 보쌈집이 하나 생긴다. (주)놀부 창업자 김순진 전 회장이 개업한 ‘놀부보쌈’이다. 원할머니보쌈과 30년 넘게 보쌈 양대산맥으로 경쟁구도를 유지해온 브랜드다.

 

 

김순진씨는 ‘놀부보쌈’이라는 간판을 내걸기 전에는 ‘골목집’이라는 간판으로 꼼장어 요리를 팔다가 메뉴를 보쌈으로 바꾸면서 간판도 ‘놀부보쌈’으로 바꿨다. 김순진 전 회장은 기자에게 ‘놀부’라는 단어는 운명처럼 떠올랐다고 말한 적 있다.

 

전래 동화에 나오는 캐릭터라 익숙해서 기억하기 쉽고, 욕심 많은 놀부의 심술은 고객을 욕심내서 섬기겠다는 김순진의 마음과도 같고, 게다가 놀부의 오동통한 볼 살이 보쌈을 먹는 사람들의 얼굴과 닮아서 간판을 ‘놀부보쌈’으로 했다고 한다.

 

모태가 되는 구멍가게 수준의 식당 창업은 ‘원할머니보쌈’이 먼저지만, 프랜차이즈 사업은 ‘놀부보쌈’이 먼저 시작했다. 놀부보쌈은 1990년에 법인을 설립하고 가맹사업을 시작했고, 원할머니보쌈은 1991년에 가맹사업본부 역할을 하는 ‘원유통’을 설립해 가맹사업을 시작한 뒤 1998년에 원앤원(주)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시작한다.

 

 

보쌈으로 시작해 족발, 부대찌개 등의 한식 메뉴로 30년 넘게 한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지만 회사의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2019년까지는 원앤원이 놀부를 한 번도 앞선 적이 없다. 그런데 2020년 처음으로 원앤원이 놀부를 이겼고, 3년 연속으로 앞서고 있다. 최근 3년 원앤원은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거두고 있는 반면, 놀부는 최악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실적으로 비교해 보는 놀부와 원앤원

우선, 놀부와 원앤원의 연도별 매출액을 비교해보자. 놀부는 2001년에 처음으로 실적을 공시했다. 2001년의 매출액은 230억원이었다. 2010년(1,113억원)까지 10년간 한 번도 전년도보다 매출이 줄어든 적 없이 승승장구했다. 그러다가 모건스텐리PE가 1,114억원에 인수하던 2011년에 매출이 1,084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줄었다. 놀부 창업자 김순진 전 회장이 일부 직영점은 매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년 매출 794억원까지 감소했다가 다시 회복되기 시작해 2015년에는 1,204억원으로 놀부 역사상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지만 그 후로는 해마다 매출이 감소해 2022년에는 336억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지난해 매출 336억원은 20년 전인 2002년의 32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36년의 놀부 역사, 법인 설립 후 32년의 역사 가운데 20년을 후퇴시킨 꼴이다.

 

 

경쟁사인 원앤원은 2005년에 처음으로 실적을 공시했다. 2005년의 매출액은 348억원이다. 그해 놀부의 매출은 570억원이었다. 놀부가 1,008억원으로 처음으로 1천억원을 돌파했던 2008년 원앤원은 580억원이었다. 놀부가 최고 실적을 거둔 2016년(1,204억원) 원앤원은 753억원이었다. 원앤원은 창사 이래 한 번도 매출 1천억원을 넘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원앤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오히려 역대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며 저력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라이벌의 운명

놀부의 실적 부진에 대해 놀부 측에서는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경쟁업체인 원앤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창사 이래 최고의 매출을 기록한 걸 보면 코로나 탓이라는 변명은 궁색하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놀부의 매출은 716억원이고 원앤원은 664억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1년차이던 지난 2020년 놀부는 531억원이었지만 원앤원은 753억원으로 처음으로 원앤원의 매출이 놀부를 앞질렀다. 코로나 2년차이던 2021년 놀부의 매출은 404억원으로 줄었지만 원앤원은 899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놀부는 336억원으로 줄었고 원앤원은 890억원을 기록해 두 회사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업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여부가 승패를 갈랐다. 원앤원은 코로나19가 터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장 영업이 어려워지자 곧바로 배달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고, 도시락 사업을 신규로 전개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돌파했다. 그래서 코로나19 위기 때 오히려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반면 놀부는 2011년에 인수했던 모건스텐리PE가 되팔아서 이익을 챙겨야 할 타이밍을 놓친 가운데 코로나19를 맞아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결국 2022년 9월 경영권을 투자목적 특수회사 NB홀딩스 컨소시엄에 넘기고 사실상 놀부를 손절했다.

 

놀부 추락이 남긴 교훈

놀부의 추락은 잘나가는 회사를 인수해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든, 아니면 규모를 키워 되팔아서 ‘먹튀’ 하려고 했던 전주(錢主)들의 꿈은 물거품이 된 전형적인 사례다. 회사를 창업해 자수성가한 오너가 경영하는 회사와 자본력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회사의 차이는 위기 때 드러난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저력이 있지만 돈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원앤원의 경우에서 보듯이 ‘할머니보쌈’부터 따지면 48년이고, 법인 설립부터 따져도 32년의 역사를 가진 회사가 연간 매출 1천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너경영의 문제이자 한계지만, 그래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놀부의 경우에서 보듯이 산전수전의 경험이 없어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회사는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일깨워준다.

 

코로나19 위기 때 놀부를 창업했던 김순진 전 회장이 경영을 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궁금해진다.

 


  • 김병조 칼럼리스트(평론가)

 

 

20여년간 푸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식품외식산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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