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서브스크립션 이코노미, Subscription economy)는 소비자가 매기간 일정 금액을 내면 정기적으로 물건을 배송받거나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우유나 신문, 정수기 렌탈 서비스 정도가 꼽혔지만, 최근에는 빵과 커피, 반찬, 가전, 침구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최근엔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로 구독경제 서비스와 관련 상품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빵 구독 모델 선보인 백화점, 커피·차, 도시락 모두 구독 가능해요
월 5만원만 내면 매일 빵 1개씩을 받아볼 수 있는 ‘베이커리 월 정액 모델’이 등장했다.
업계 최초로 베이커리 월 정액 모델을 선보인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 영등포점 식품관에 위치한 ‘메나쥬리’매장을 시작으로 향후 전 점 확대를 검토 중이다.
베이커리 정액권을 결제한 고객은 메나쥬리의 인기 제품 5종 중에 1개를 매일 가져갈 수 있다. 가격은 4~5천원 선으로 5종 빵은 피자 바게트, 크리스피 갈릭 바게트, 우유식빵, 모카 브레드, 굿모닝 브레드 등 대중적 제품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30일 동안 매일 빵을 구독할 경우 정가의 3분의 1 가격에 사는 셈이다.
롯데백화점도 구독경제에 뛰어들었다. 1~2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를 타깃으로 지난 1월부터 ‘반찬 배달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여 메뉴 중 배송 수량을 선택해 소량을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방식이다. 회사의 조리법대로 만든 반찬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객 요청 사항을 반영한 맞춤형 반찬으로 차별화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해당 서비스의 전점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베이커리뿐 아니라 ‘커피 월 구독권’도 등장했다.
이마트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3월부터 매장 내 ‘T카페’에서 월 5000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매일 커피 1잔을 마실 수 있는 ‘커피 월(月) 구독권’ 서비스를 도입했다.
구성은 일자별 아메리카노 교환권 31장과 ‘커피+스콘 세트’ 교환권 2장이 제공되며, 가격은 행사카드(삼성)로 결제 시 4980원, 일반 카드 결제 시 7980원이다.
원두의 경우, 쟈뎅·맥심 등 소비자에게 맛과 품질 면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 브랜드 제품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트레이더스는 커피 구독권을 전국 매장(일산 킨텍스점 제외)을 통해 4월까지 판매할 방침이며, 구독권 사용은 구매일로부터 해당 월의 말일까지 가능하다.
‘다다일상’은 오설록의 차(茶) 정기구독 서비스다. 매달 오설록이 선별한 그 달의 추천 차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차를 마시는 일상을 즐기게 되고, 지금을 음미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다. 구독자에겐 달마다 정해지는 주력 차와 틈틈이 즐길 보조 차, 그리고 차 종류에 맞는 다구를 함께 배송해준다.
편의점 GS25와 CU도 각각 ‘도시락 예약 구매’ 서비스 등을 개시하며 관련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업체들에 따르면 서비스 제공 한 달 만에 주요 서비스로 자리 잡으며 이용건수와 매출이 크게 올랐다.
코로나 여파로 유모차부대, 이유식 정기구독 상품에 큰 관심
구독경제의 열풍은 이유식 시장까지 확대되었다. 이유식 정기구독 모델은 특히 맞벌이 세대 증가로 인해 육아의 수고를 덜 수 있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남양유업은 아기 먹거리 전문 기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영양 맞춤 이유식 '케어비(CareB)'를 선보여 화제가 되었다.
‘영양 맞춤 이유식 케어비(CareB)’는 한국영양학회와 공동 개발로 단계별 영양을 설계한 이유식 메뉴 400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 아이 체질에 맞춘 ’영양 맞춤 식단‘을 엄마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기존 배달이유식과 다른 케어비만의 특징이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케어비몰 사이트‘에 접속해 이유식을 주문하고 메뉴를 변경할 수 있으며, 원하는 날짜에 집 앞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이유식은 전국의 남양유업 가정배달 대리점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의 집앞까지 배달된다.
취향저격 와인을 집으로, 홈(HOME)술의 변화 눈에 띄어
와인을 직접 고르지 않고 집에서 편안히 앉아 추천 받을 수 있는 ‘와인 정기 구독 서비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와인 구독을 신청하면 매달 다양한 와인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추천 받고 와인 큐레이션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가장 대표적인 와인 구독 서비스는 ‘퍼플독’이다.
‘퍼플독’은 선호하는 당도와 바디감, 포도 품종 등 사전에 AI를 통해 분석한 개인의 취향을 토대로 매달 와인을 보내 준다. 품종, 원산지, 페어링 좋은 음식 등 배송된 와인 정보와 더불어 와인 잔에 대한 이야기, 라벨 읽기 등 매달 와인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도 온·오프라인으로 제공한다.
배상면주가에서 최근 막걸리와 안주 온라인 쇼핑몰 ‘홈술닷컴’을 열어 막걸리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인공감미료 없이 쌀, 누룩, 물만으로 빚은 ‘느린마을 막걸리’와 젊은 감성으로 만든 ‘심술’ 등 배상면주가의 대표작을 매달 집으로 정기배송해준다. 특히 ‘홈술세트’는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미니 사이즈 육전, 김치전, 녹두전, 해물파전 중 안주를 선택할 수 있어 홈술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자판기의 나라 일본, 자판기도 정기구독한다
‘자판기 천국’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종류의 자판기를 선보이고 있는 일본은 최근 월 980엔(한화 약 1만원)으로 매일 음료를 마시는 ‘구독 자판기’가 등장, 인기를 끌고 있다.
자판기에 구독모델을 적용한 자판기 ‘Every pass’가 그 주인공으로 현재 이 ‘구독 자판기’는 JR 동일본 지역 역에 약 400대가 설치돼있다.
자판기 특성상 출·퇴근길에 오고 가며 가볍게 음료를 마시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구독모델을 결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가령 구독모델을 사용하지 않았을 땐 30일간 150엔의 음료를 마셨을 경우 4500엔이 들지만, 구독 자판기를 이용하면 2020~3520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용 방법은 구독모델 결제 후 전용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acure pass‘를 통해 이뤄진다. 스마트폰의 QR코드를 이용해 음료를 고를 수 있어 번거롭게 동전이나 지폐를 꺼낼 번거로움이 없다. 또한, 앱을 통해 등록한 자판기의 음료 재고가 표시되기 때문에 원하는 음료를 미리 선택해 둘 수도 있다.
30년간 한국과 일본에서 외식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알지엠컨설팅 강태봉 대표는 “일본에선 일부 업종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업태로 구독 모델이 퍼져 나가고 있다. 음식점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서비스 외에도 여러 점포가 제휴를 맺은 구독 모델도 등장하는 추세다.”라며 “정기구독 서비스는 안정적인 수입과 더불어 고객과의 관계성 강화라는 이점을 가져다주지만, 고려해야 할 사항들도 많다. 손님이 만족할만한 가격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회원 대상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회원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