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 시부야구 요요기공원 근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빵집 ‘365日’은 가게 이름처럼 매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2013년 문을 열어 올해로 7년 차를 맞았으며 일본을 넘어 한국, 중국, 유럽 등 각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번성점으로 성장했다. 짧은 시간에 빵집 ‘365日’을 도쿄의 핫플레이스로 만든 주인공은 '아키마사 스기쿠보' 대표다.
‘365日’라는 가게명에는 매끼 식사가 쌓여 사람의 몸과 마음을 만든다는 스기쿠보 대표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는 빵을 만들 때 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무농약·저농약 국산 재료만을 사용한다. 또한, 빵에 들어가는 베이컨도 직접 만들어 넣는다.
연애 초기 마음으로 빵 대해
365日의 빵은 잡지나 매체에서 관련 특집을 다루면 반드시 게재될 정도로 맛으로 정평이 났다. 사실 스기쿠보 대표가 쉐프로서 빵을 배운 것은 1년밖에 되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가게에서 일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의 빵과 과자를 공부했다.
스기쿠보 대표는 소재가 각각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고, 그들을 옮길 때 어떤 화학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우선 익혔다.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지 않고 근거 있는 이론을 토대로 그 위에 자신의 감성을 얹어 키워나갔다.
“요리 이론은 완벽하나 맛없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많이 있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외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빠서 먹으러 갈 틈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으나 연애를 떠올리면 답은 간단하다. 연인과 교제을 시작할 무렵이면 어떻게든 틈을 내서 보러 가기 마련이다. 대게 감정이 식었을 때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가지 않는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늘 연애 초기처럼 임해야 한다”
입에 넣는 순간 가장 맛있는 빵
스기쿠보 대표는 제품을 개발할 때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기획한다.
365日의 인기 상품인 크로캉 쇼콜라는 가운데에 구슬 모양 초콜릿이 빽빽이 채워져 있다. 한입 먹었을 때 척척 소리가 나는 식감이 인상적이다. 느낌이 강렬하고 외형도 독특해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히트 상품을 만드는 포인트 중 하나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맛있다’라고 느끼는 소재를 찾는 것이다. 누가 먹어도 제작자의 의도를 살려주는 것이 식감이다. 말랑말랑, 푹신푹신, 바삭바삭 등 식감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식감을 극대화하고자 크로캉 쇼콜라는 길죽한 타원형으로 빵을 만들었다. 손님들이 뾰족한 부분부터 베어먹을 때의 빵, 가나슈 초콜릿 비율까지 철저히 계산했다. 처음 빵이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최고의 맛을 기억하게 하려는 스기쿠보 대표의 전략이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브리오슈, 집게 모양으로 바삭바삭한 식감을 강조한 크로와상, 카레와 채소를 섞은 카레빵을 포함해 60여 종의 빵을 판매하고 있다.
제빵의 기본은 ‘혁신’
빵을 대하는 스기쿠보 대표의 기본적인 자세는 ‘혁신’이다. 기존의 방식에 의문을 가지고 새로운 방식을 추구한다.
일본에선 보통 빵을 만들 때 글루텐 비율을 높여 크게 부풀리는 방식을 취한다. 보기에 먹음직스러운 빵을 만들 수 있으나 발효 중에 밀의 당분이 날아가 단맛이 줄어들게 된다.
스기쿠보 대표는 생각을 바꿔 글루텐을 적게 넣고 발효 시간을 짧게 줄였다. 다른 빵집에 비해 빵의 볼륨감은 적다. 납작하고 볼품없어 보일 수 있으나 대신 질감과 식감이 뛰어나다.
또한, 제과점에서 달걀물을 빵 표면에 발라 윤기를 내는 작업을 ‘365日’에선 하지 않는다. 달걀물이 굳으며 생기는 막이 빵의 식감을 해치기 때문이다.
외식업 근무 환경에도 새바람 불어 넣어
스기쿠보 대표는 흔히 말하는 신의 직장처럼 직원 복리 후생에 신경 쓰고 있다. 외식업에선 드물게 주 5일 근무제이며. 상품이 품절 되면 업무 시간에도 가게를 닫는다.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직원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지키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이란 낙인이 찍힌 사람이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현재 일본의 음식점은 개인에게 지나치게 책임을 지운다고 생각한다. 외식업계에는 서투른 직원도 많이 온다. 하지만 그런 직원의 업무 능력 향상을 이끌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 중 하나다.”
직원 중심으로 운영하는 매장을 만든 결과, 스기쿠보 대표 주변으로 주 5일 근무제를 음식점에 도입하는 경영자가 늘고 있다. 기존 생각을 비틀어 새로운 빵을 만들었듯이 우선 자신이 몸소 실천하고 주위로 전파해 나가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6차산업 시대를 맞아 밀 농사 시작
스기쿠보 대표는 작년 가을부터 직접 밀 재배를 시작했다. 직접 농장에 가서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6차 사업 시대가 도래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음식 업계에서 장시간 노동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향후 인공지능과 로봇 등 새로운 기술이 매장에 도입되면 노동 시간은 계속 짧아질 것이다. 그 남는 시간을 농업에 투자하자는 발상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해마다 농업 종사 인구의 평균 연령이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진보된 기술도 음식의 본질을 대체할 수 없다. 스기쿠보 대표는 땅에서 일군 재료를 사용하는 요리사로서 농업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형태라 말했다. 앞으론 밀 뿐만 아니라 야채도 재배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그는“올해 새로운 음식점을 기획해 직영점 출시를 준비하며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틈틈이 해외를 나가서 새로운 자극을 받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잔물결 정도일 수 있으나 언젠간 큰 파도로 외식업계를 덮칠 도전을 계속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