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원 셰프는 커피 애호가다. 하루에 평균 커피 7-8잔을 마실 정도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조금 전 마신 커피가 어디서 누가 재배하여 어떤 경로로 왔는지를 깊이 생각하며 마신 적은 없다.
적어도 그가 콜롬비아 커피농장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난해 가을, 네스프레소가 협력하고 있는 콜롬비아의 커피농장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에 초청을 받아 참여하게 되었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즐겨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대체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사람들이 생산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여서 선뜻 응했다.
커피농장으로 향하는 여정은, 커피 한 잔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를 거쳐 약 40시간의 여정 끝에 도착한 콜롬비아의 메데인(MEDELLIN). 여기서 다시 4시간가량 산속을 차로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하딘(JARDIN)이라는 소도시였다.
해발 1768m에 위치한 이곳은 집집마다 제각각의 원색 페인팅과 밝은색의 꽃 장식이 반겨주는, 콜롬비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이자, 고품질의 커피 생산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주로 가족 경영 체제로 운영되는 이곳 커피농장은 기계보다는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원두 품질 체크에서부터 발효와 건조까지 모두 손으로 작업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 산지인 만큼 기계를 사용하여 대량생산할 거라는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재배한 커피를 자랑스레 보이는 등 커피와 농장에 자부심이 느껴지는 그들의 밝은 미소가 매우 인상 깊었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자신들이 수확한 작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모습은, 계절마다 다른 식재료를 연구하고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는 셰프인 제게도 큰 영감이 되었다.
당시 영상 제작을 위하여 중간중간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들을 만나 소통할 수 있었던 것과 그들 얼굴에서 보았던 커다란 웃음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대답했을 만큼, 자연을 지배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겸허한 정신을 지키며 공존하려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 깊었고, 그들의 때 묻지 않은 밝은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치유받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커피와 농가를 지키기 위한, AAA 지속가능한 품질™ 프로그램
이번 콜롬비아 여행은 전 세계에서 온 셰프와 네스프레소 직원이 함께했다. 네스프레소의 ‘AAA 지속가능한 품질™ 프로그램’을 체험했는데, 여러 커피농장과 집을 방문하고, 함께 커피나무를 심고 수확하며 커피의 생산성 및 품질 향상, 주변 환경보호, 커피 농가 생계 개선등 커피와 농가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었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관련 활동도 활발하지만, 정작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 즉 업무 환경이나 지속가능성의 배려는 그에 크게 못 미친다는 인상을 받고 있던 터였기 때문에 이번 네스프레소의 ‘AAA 지속가능한 품질™ 프로그램’은 그만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현지 커피 농가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농부들의 경제적 자립과 생활 환경 개선을 돕기 위한 활동입니다. 효율적인 농장 관리와 교육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커피 재배 효율성을 확대하여 궁극에는 생산자들의 업무와 생활 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 이번 프로그램의 주목적. 결과적으로는 고품질의 커피를 전 세계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있는 이상적인 상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지속가능 고품질의 커피와 농가를 위한, 리바이빙 오리진
셰프인 저도 메뉴 한 가지를 완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식재료를 사용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더 식재료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지키려고 애쓰죠. 커피는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가 되었지만 그에 비해 커피가 농작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매일 즐기는 품질 좋은 커피를 앞으로도 오래 즐기려면 농작물이 지속적으로 재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힌다. 하지만 커피를 포함한 많은 농작물이 기후변화를 비롯한 수많은 환경문제로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은 부정할수 없는 현실. 커피 농가들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커피 생산이 그만큼 절실한 때를 맞은 것이다.
네스프레소는 ‘리바이빙 오리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커피 재배가 어려워진 지역에서 고품질의 커피와 농가를 되살리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커피 농가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농가에 장비, 기술, 교육 등을 제공하는 동시에 농부들의 삶 또한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커피 재배가 어려워진 농가의 커피 재배지를 회복하고 해당 재배지에서 생산한 한정 수량의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아니지만, 카케타, 엘 로사리오 등 콜롬비아 내 분쟁으로 커피 생산이 거의 중단된 일부 지역의 소규모 커피 농가를 되살리고 여기서 생산된 커피를 ‘에스페란자 데 콜롬비아’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바 있다고 한다. 평화협정 체결 후 네스프레소와 지역 커피 농가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다시 태어난 사례로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커피다.
네스프레소와 관계를 갖게 된 것은 2020년 초. 다이닝 행사로 첫 인연을 맺은 후 협업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다. 네스프레소는 커피의 ‘품질’과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셰프나 아티스트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2021년에는 커피 가루를 비료로 사용하여 재배한 옥살리스와 브론즈 펜넬 등 허브류로 만든 메뉴를 레스케이프 호텔의 <라망시크레>(미쉐린1스타)에서 선보인 적이 있다.
콜롬비아 커피 여행을 다녀온 뒤, 레스케이프 옥상의 텃밭에서 커피 가루 비료로 키운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자 ‘옥상 가든에서 온작은 한 입 거리들’이라는 메뉴를 개발해 올봄 시즌 요리로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손종원 셰프
현재 조선팰리스 호텔의 이노베이티브 레스토랑 <이타닉 가든>(미쉐린 1스타)과 레스케이프 호텔의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라망시크레>(미쉐린 1스타)의 헤드 셰프를 겸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레스토랑 <퀸스>(미쉐린 3스타)에서 수셰프를 맡는 등 미국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후 귀국, 한식에 서양 요리 테크닉을 접목한 모던 퀴진을 선보이고 있다.
2020년 초부터 네스프레소와 파인 다이닝 행사로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사용한 네스프레소 커피 가루를 활용하여 재배한 식재료로 메뉴를 개발,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