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이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진행한 ‘글로벌 브랜드 육성 지원 사업’으로 진행된 해외 상표 출원과 스타 마케팅이 유의미한 성과를 이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 속에서 ‘아직도 정부의 지원 정책은 스타 마케팅의 단맛에서 벗어나지 못했나?’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글로벌 브랜드 육성 지원 사업의 명암을 짚어보고, 궁극적으로 글로벌 브랜드 육성 사업이 지향해야할 부분을 알아본다.
우수 농식품 기업의 해외진출을 응원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인기스타들이 홍보대사로서 우수 농식품을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홍보하는 ‘글로벌 브랜드 육성 지원 사업’이 해당 제품들의 해외 인지도와 수출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브랜드 육성 지원 사업은 해외마케팅이 취약한 우수 중소 농식품 수출업체들에게 수출국에서의 해외 상표권 등록과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까지 참여업체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의 핵심은 한류스타나 해외의 유명 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이다. 전략적으로 기업과 스타를 매칭하고, 홍보 콘텐츠 제작 및 활용으로 해외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이라 보면 된다.
지난해 이 사업에 선정된 14개 수출업체의 총 수출액은 2,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6%가 증가했다. 이는 국가 전체 농식품 수출증가액인 7.7% 보다 훨씬 앞선 수치다. 또한 지난해에는 해당 사업의 범위를 기존 수출국인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미주, 호주, 유럽 등으로까지 확장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7개의 지원업체는 수출 목표국에 상표등록 및 출원까지 마쳤고. 글로벌 브랜드로써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 김치 명인 김순자의 한성식품은 해당 지원 사업을 통해 호주에 자사 김치 브랜드인 ‘Grand Master Kimchi’ 상표 출원과 영화 ‘기생충’의 조여정을 모델로 마케팅을 펼쳐 호주 수출액이 약 60배 증가했다.
또한 2년 연속 이 사업을 지원받고 있는 ㈜오크라인터내셔날은 인도네시아에서 자사 떡볶이 브랜드인 ‘K-BUNSIK’을 등록했고, 슈퍼주니어의 최시원을 모델로 홍보하여 현지 편의점인 ‘Indomaret’에 입점 성공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7배 증가해 사상 최고의 수출실적을 경신했다.
다양한 우리나라 농식품 기업의 해외 상표 출원과 마케팅을 돕는 구체적인 지원 정책이 성과를 이뤄 기쁘다. 기존의 지원 사업들이 단발적인 이벤트성에 그쳤다면, 상표 출원과 스타 마케팅을 통한 판매 루트 개척이 수출액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농식품들도 우선 해외 소비지들에게 알려지고, 접할 기회가 있어야 팔리는 것이 당연하다. 이번 ‘글로벌 브랜드 육성 지원 사업’은 농식품 업체들이 해외에서 의미 있는 ‘첫 걸음’을 뗄 수 있도록 도왔다는 점에서 칭찬하고 싶다.
하지만 이번 성과에 만족하기보다 올해 모집에 앞서 정책의 세밀한 부분을 조정하고, 스타 마케팅의 퀄리티를 높이는 등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 하여 차후 참여하게 될 업체들의 첫 해외 진출에도 든든하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보다 알찬 정책으로 거듭나야 한다.
결론은 스타 마케팅? 단기효과는 좋다지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신현곤 수출이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류가수, 일본의 탑모델, 현지 전문 셰프, 요리연구가 등 온라인상에서는 모두가 K-FOOD의 훌륭한 홍보대사”라며, “올해도 수출국의 맞춤형 스타마케팅을 통해 우리 농식품의 인지도와 우수성을 적극 홍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당 인터뷰를 보면 올해에도 유의미한 성과를 낸 스타 마케팅에 꽤나 몰입할 예정으로 느껴진다. 수출국에 적합한 스타를 기용해 우리 농식품을 알리는 수출국 맞춤형 스타 마케팅은 효과가 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최근 중국의 ‘김치공정’이 논란에 오르면서 ‘BTS가 나서서 김치 한 번 먹어주면 논란이 가라앉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올 정도니 말이다. 때문에 이런 스타 마케팅을 처음 해외에 진출하는 우수 농식품 기업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찬성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여기에 만족하고 멈춰서는 안 된다. 현재 공개된 자료들만 보면 스타 마케팅의 퀄리티에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K-FOOD 마케팅 홍보물의 경우 단순 포스터의 느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기존의 한식 신문광고에 비교해도 퀄리티가 떨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스타 마케팅의 단기적인 효과에 집중해 ‘단기적 성과 발표를 위한 지원 사업’으로 남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브랜드 육성 지원 사업은 꾸준한 지원을 위해 지원 횟수에 따른 배정 금액에 차등을 두고 있다.
지원 횟수 1~3년차 업체들에게는 1억 5천에서 2억을 배정하고, 4~5년차 업체들에게는 8천만 원에서 1억 원 이내의 지원금을 배정한다. 업체들이 현지에 판로를 연 후, 꾸준히 강화돼야할 마케팅에 있어서 정부가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지원금을 줄이거나 발을 빼버린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지적에서 벗어나려면 참여 업체의 담당자들이 해외 브랜드 마케팅과 판로 개척 노하우를 기를 수 있는 구체적인 교육이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2020년 모집공고를 보면 지원내용 중 의무 사항은 브랜드 출원과 스타 섭외 및 콘텐츠 제작뿐이다.
정작 글로벌 브랜드 육성이라는 큰 나무에서 뿌리가 돼야할 업체들의 실질적인 홍보 마케팅 과 브랜드 컨설팅은 의무 사항에서 빠져있다. 모집 공고만 보아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내용들이다.
이 밖에도 첫 진출 후, 더욱 본격적으로 수출이 이뤄져야할 시점에서 마케팅에 힘이 빠지지 않도록 후속 마케팅에 대한 지원금 배분이나 활용이 세밀하게 가능해야 한다. 보다 진정성 있는 성과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자는 이야기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겠으나, 스타 마케팅으로 첫 시작과 수출액이 올랐다는 것에 주목하기 보다는 정부와 공공의 입장에서 우수 농식품 기업의 해외 대박 사례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이런 정책 보완과 후속 조치가 이뤄져 전문가들과 국민들에게 ‘글로벌 브랜드 육성 지원 사업’이 스타 마케팅의 단기적인 효과에 기댄 ‘성과 발표’가 아니라, 우수 농식품 기업의 해외 브랜딩을 구체적이고 장기적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진정성 있고 잘 만든 정책 사업’으로 인정받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