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가 코로나19 이전 BC(BEFORE COVID-19)와 이후 AC(AFTER COVID-19)로 나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지금 우리는 전례 없는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대면’ 문화라는 문법을 쌓아온 외식 업계는 ‘비대면’ 문화의 문법을 갑자기 익혀야 하고, 오프라인 시장에서 신선함을 뽐내던 식재료들은 온라인 마켓에서 가상의 비주얼을 과시해야 하며, 비대면 소비를 위해 푸드 테크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중론이 모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뉴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표준의 시대’를 준비할 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뉴노멀 시대에 형성될 새로운 기준, 새로운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비접촉을 뜻하는 ‘언택트(UNTACT)’에 연결을 의미하는 ‘온(ON)’을 더한 ‘온택트(ON-TACT)’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등장한 신조어다.
이는 물리적 접촉을 피해야 하는 시대에도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를 나타내는 동시에,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마케팅에서 필수적으로 취해야 할생존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적인 다자간 화상 회의 서비스 줌ZOOM 의 2020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7% 성장했고, 2020 년 3월 한 달간 전 세계 유튜브 라이브 콘텐츠 시청 시간은 전년 대비 250% 증가했다. 화면 너머 서로 마주하는 온라인 대면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늘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식음 업계도 이러한 흐름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세계 각지의 푸드 페스티벌은 대규모로 모이는 대신 전 세계 이동이 용이한 온택트 방식으로 전환해 해외 안방 고객을 유치하고 나섰다.
‘싱가포르 푸드 페스 티벌’, ‘뉴욕 와인&푸드 페스티벌’, ‘홍콩 와인&다인 페스티벌’ 등이 버추얼 페스티벌로 변신해 쿠킹 클래스, 셰프와의 대화, Q&A 세션 등을 진행했다.
서울시 또한 작년 처음으로 개최한 미식 축제 ‘서울미식주 간’에서 ‘레스토랑 위크’를 전격 비대면으로 열었다. 그중 조희숙·강민구 셰프는 한국의 대표 발효식품인 ‘장’으로 맛 내기 쿠킹 클래스를 유튜브와 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선보였는데, 로마와 브뤼셀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셰프를 따라 하던 참가자들의 수준 높은 질문과 요리 후기가 이어지는 효과를 누렸다.
조희숙 셰프는 “내 요리 인생에서 한식 발효 요리를 해외 현지인에게 이렇게 손쉽게 가르칠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식품에 비해 배송이 용이한 주류 업계의 경우 온택트로의 전환이 발빨랐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 앤드루 프리먼&컴퍼니가 꼽은 올해의 와인 트렌드에 ‘가상 테이스팅의 유행’이 포함될 정도다. 폐쇄 사태를 맞았던 미국 전역의 와이너리, 와인숍, 와인 클럽은 버추얼 와인 테이 스팅을 활발하게 운영 중이며 소수의 그룹부터 대단위 클래스까지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또 위스키 브랜드 글렌피딕은 인스타그램 라이브 로 세계 20개국 릴레이 시음회를 진행했고, 영국 기반의 세계 최대 바텐더 교육기관 ‘유러피언 바텐더 스쿨’은 온라인 바텐딩 교육 과정을 도입해 수업과 레시피, 스터디 노트 등을 제공하고 있다. 영상으로 홈카페와 홈바의 팁을 얻는 것은 물론 심층적인 배움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국내에도 바리스타, 바텐더 등 전문가 개인이나 기업의 온택트 활동이 활발하다.
주류 수입사 FJ코리아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라이브 클래스를 진행하고, 유튜브 채널 ‘주품격’의 진행자인 김봉하, 임재진, 손석호 바텐더는 지난 8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서울의 여러 바와 협력해 일주일 동안 ‘디지털 바 프로젝트’라는 라이브 방송을 시도했다.
국내 맥주 기업 제주맥주는 신제품 출시를 기념해 참가자들이 줌으로 모여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맥주를 음미 하고 후기를 공유하는 온택트 시음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커머스와 영상 스트리밍이 결합한 ‘라이브 커머스’도 빼놓을 수 없다.
TV 홈쇼핑을 모바일로 옮긴 형태이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자유로운 구성이 강점. 소비자가 흥미로운 영상 콘텐츠를 보며 진행자와 실시간 소통을 하고, 구매까지 이어지는 판매 방식이다.
SSG닷컴, 홈플러스,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유통사와 디지털 플랫폼, 지자체까지 라이브 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이때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진행이 중요한데 특히 MZ 세대에게는 인플루언서의 역할이 주효하다.
중국의 경우 라이브 커머스의 흥행을 주도하는 ‘왕홍(파워 인플 루언서)’을 가리켜 ‘왕홍 경제’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한편, 지난 12월 개최된 ‘유통산업주간’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3조원으로 추정되며, 향후 2023년까지 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상화로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업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