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와인 바로 업종 변경하는 설계 사무소와 금남시장의 내추럴 와인 바, 그리고 독립문 영천시장 옆의 맥주 양조장은 한잔하고 싶은 10월의 버킷 리스트다.
또 이전 <밍글스>가 있던 터에 2호점을 오픈한 프리미엄 피체리아와 한국에서 보기 드문 말레이시아 식당까지. 남산부터 집 앞 가로수까지 새로운 색으로 갈아입는 계절, 가서 먹고 마셔보고 싶은 뉴 플레이스 9곳을 소개한다.
피자의 기억을 즐기다
DAROBE
강우석 셰프의 나폴리 피자 전문 피체리아 <다로베>가 서울숲 1호점에 이어 논현동 옛 <밍글스> 자리를 넘겨받아 2호점을 열었다.
업장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세로로 긴 형태의 공간에 테이블마다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있어 프라이빗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직접 주문 제작해 들여온 흰색 화덕은 <다로베>의 상징처럼 2호점에도 자리를 잡았다.
이전 메뉴에서 새롭게 추가된 요리는 애피타이저 스타일의 9가지 타파스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파티’ 한 상 차림으로 지중해식 절임과 전채 요리가 매 계절에 맞게 조금씩 다르게 구성된다. 또한 셰프가 직접 아이의 얼굴을 그려 디자인했다는 티셔츠와 와인도 구매 가능하다. 고객에게 자신의 요리로 유럽 여행의 추억을 되살려주고 싶다는 셰프는 여행 정보 카페에서 메뉴 아이디어를 주로 얻는다고.
‘카프리초사’는 ‘변덕쟁이’란 뜻의 이탈리아어로 현지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매우 보편적인 피자다. 구운 프로슈토, 양송이, 아티초크, 모차렐라 치즈가 올라가는데, 이곳에서는 산 마르지아노 토마토로 만든 소스와 시칠리아산 소금, 부팔라 모차렐라 치즈만을 사용한다.
‘안티파스토 미스토’는 모둠 애피타이저 플레이트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산 햄, 살라미, 그린 올리브, 토마토 등의 차가운 음식이 식욕을 돋워준다.
- 다로베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757 1층 다로베
서울의 맛, 편안하게 드세요
WILD FLOWER
서래마을 <플라워 차일드>에서 컨템퍼러리 아메리칸 퀴진을 선보이던 조은빛 셰프가 방배동에 ‘서울 퀴진’을 표방하는 <와일드 플라워>를 오픈했다.
야생화처럼 꿋꿋하게 틀에 박히지 않은 요리를 해나가겠다는 요리사의 의지가 업장명에 잘 담겨 있다. 김치, 콩국수, 인절미 등 전통 한식을 재해석한 단품 메뉴를 즐길 수 있으며, 화덕에 참나무를 태워 숯불 향을 입힌 가니시가 맛의 악센트 역을 한다.
은은한 밝은 빛의 블랙체리 원목 가구와 야생풀 화분, 야외 참나무 장작 등의 요소로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공간은 문턱이 없어 시원스럽다. 정장을 입고 <플라워 차일드>를 찾던 고객이 편안한 옷차림으로 방문해 편안하게 요리를 즐기며 쉬어 가는 공간의 완성이 셰프의 바람이다.
‘트러플 메밀면’은 콩국수에서 힌트를 얻은 메뉴로 콩 대신 가평 잣과 초당 순두부를 갈아 만든 베이스에 100% 메밀면을 조합했다.
그 위에 제주산 한치 튀김, 화덕에서 구운 김, 들기름과 블랙 트러플을 올려 고소함과 감칠맛을 살린 시그너처 메뉴.
‘숨비소리’는 감태를 갈아 넣은 해산물 육수에 한국에서 개량한 고시히카리 쌀을 끓인 뒤 제주산 성게알로 담근 장과 생와사비, 버터, 참기름으로 마무리한 메뉴로 리소토와 죽의 중간 정도로 익혀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이 살아 있는 쌀알이 특징이다.
- 와일드플라워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26길 19 1층
분위기는 브뤼서리 맛은 파인 다이닝
BRASSERIE SEOGYO
호주의 유명 레스토랑 그룹 <미라벨>, <디기스>에서 총괄 셰프를 거친 송도하 셰프가 서교동에 유러피언 캐주얼 다이닝을 오픈했다.
요리는 고급을 지향하지만 파인 다이닝의 어려운 느낌을 덜고 비스트로의 편안함을 추구하고자 업장명에 ‘브뤼서리’란 단어를 붙였다. 프랑스식 육류 요리 세 가지와 당일 제면한 생면으로 조리하는 세 가지 파스타 요리가 대표 메뉴다.
양조장을 뜻하는 ‘브루어리’가 브뤼서리의 어원이란 점에 착안해 와인보다 맥주를 보강한 주류 리스트를 갖추고 있다.
업장 한가운데에 위치한 오픈형 키친과 바 테이블로 인해 요리사들이 마치 연극 배우처럼 눈앞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서빙과 요리에 대한 설명까지 해주는 효율적인 구조로, 고객과 요리사들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진다.
유러피언 음식점이라 비쌀 것이란 선입견이 깨질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에 누구나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캐주얼한 브뤼서리의 완성이 셰프의 궁극적 바람이라고.
두 시간 동안 레드 와인으로 쪄낸 소뽈살을, 버터로 에멀션한 매쉬포테이토 위에 얹고 소뽈살을 브레이즈한 국물을 졸여 소스로 사용했다.
특히 매쉬포테이토는 셰프의 역량을 보여주는 사이드 메뉴 중 하나라며 유난히 공을 들이는 아이템이다. ‘탈리올리니’는 고추기름을 내어 친숙한 매콤함을 살리고 라면과 비슷한 식감의 생면을 볶아 고수와 새우를 얹어 마무리한 볶음면 느낌의 파스타 요리다.
- 브뤼서리 서교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12길 10 1층
이탈리아 와인, 재즈 그리고 파스타
TOPA
과거 한 이탤리언 식당에서 함께 일하던 사이인 매니저와 요리사가 의기투합하여 합정동에 새로 문을 연 오스테리아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친숙한 파스타가 주력 메뉴다.
재료 수급량이 일정치 않아 메뉴에도 올리지 않은 보타르가 파스타는 이곳의 히든 스페셜 메뉴로 문의하면 주문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탈리아 와인으로만 꾸린 와인 리스트와 BGM으로 흘러나오는 이탈리아 재즈가 이곳의 아이덴티티를 잘 설명해주는 듯하다.
내부 공간은 연한 블루 톤의 벽면에 나무 바닥, 목제 창틀과 가구, 그리고 이웃 플라워숍에서 관리한다는 테이블 위 꽃 장식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식기는 통일하지 않고 각 메뉴에 어울리는 것으로 남대문시장에서 하나하나 비교해가며 골랐다고.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고 편하게 소통하기 위해 오픈 키친과 바 좌석을 도입했다는 두 사람은 가정집처럼 친근하고 캐주얼한 공간을 꿈꾼다.
‘감베로’는 새우 껍질을 오래 볶고 끓여서 진한 향을 끌어낸 스톡으로 만든 비스크 소스에 직접 제면한 탈리아텔레 생면을 볶은 새우 파스타로 새우의 풍미를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메뉴다.
‘뇨끼’는 구운 감자로 만든 뇨끼에 트러플 크림소스를 얹고 이탈리아 피에몬테산 생트러플 슬라이스로 마무리한 추천 메뉴. 뇨끼를 두툼하게 빚어 씹을수록 감자와 너트메그 향이 진하게 다가온다.
- 토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토정로3길 5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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