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건너가 창업에 도전하는 한국 청년들이 늘고 있다.
허성현 사장은 칠레로 워킹홀리데이를 왔다가 한식집 ‘DOPBAP’을 창업해 이곳에 정착했다. 한국식 덮밥 메뉴로 과감히 험난한 해외 외식시장에 뛰어든 허 사장의 창업 이야기를 들어본다.
K-POP 인기로 한식 창업 기회 생겨
칠레는 남미 국가 중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소비자들의 구매력 역시 타 남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들이 진출해 칠레뿐만이 아니라 칠레를 거점으로 중남미 전역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남미에 불고 있는 케이팝 열풍으로 인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대표적으로 과거에는 한국인들로만 국한돼 있던 한식당의 주 고객층이 현지인들로 확장됐음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성 및 수요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칠레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칠레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충족해야 할 필수 조건들이 많으며, 행정적으로도 복잡한 과정들을 이행해야 한다.
칠레 산티아고 중심가에 위치한 덮밥집
칠레는 한국과 워킹홀리데이 협정이 체결돼있는 국가이다. 허 사장은 2018년도에 워킹홀리데이로 칠레에 입국해 그 기간 동안 칠레에 대한 경험을 쌓으며, 칠레에서의 사업을 구상했다.
칠레의 경우에는 외식 물가도 매우 비싸며, 끼니를 해결할 장소가 많지 않은 편이다. 또한, 칠레 음식은 단조로우며, 이곳에 있는 동양 음식 역시도 비슷한 메뉴를 취급하는 중국 음식점 혹은 스시롤을 판매하는 일본 스시집과 같이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편이다.
허 사장은 단조로운 외식시장 환경과 최근 높아지고 있는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으로 ‘외식업’ 창업을 결심했다.
칠레 산티아고의 한식당은 대부분 한인촌인 파트로나토(Patronato)에 집중돼 있어, 매장 위치도 이곳 중심가인 라모네다(La Moneda)역 근처인 현재 위치에 가게 ‘DOPBAP’을 열었다.
한인촌에 입점하면 한국에 관심이 있는 매니아층의 고객들을 한식당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DOPBAP’의 타깃층은 한류 매니아층이 아닌 일반 비즈니스맨을 타깃으로 해 꾸준한 매출이 일어날 수 있는 오피스 상권에 입점을 선택했다.
메뉴도 직장인들이 저렴하고 빠르게 든든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덮밥류로 메뉴를 정했다.
메뉴 개발만큼 중요한 행정절차
해외 창업을 준비하며 상권, 메뉴 선정만큼 중요한 것이 행정적인 절차이다. 다른 해외 창업과 마찬가지로 칠레 역시도 언어가 어려움의 요소였다.
허 사장은 워킹홀리데이 시기부터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에 창업을 위한 행정절차를 혼자 힘으로 해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현지 회계사 및 변호사를 통해 행정적 절차를 이행했다.
칠레 법인 설립의 경우에는 전문가 없이 법인 설립이 어려워 변호사를 선임해 대행으로 법인을 설립했고 장소 섭외의 경우에는 그 이후에 이뤄졌다.
무엇보다 칠레에서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허가증(Patente) 반드시 필요하나 새로 받는 일은 매우 어렵다. 허 사장은 기존에 허가증을 보유한 가게에 권리금을 내고 명의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허가증을 얻을 수 있었다.
행정적 절차를 비롯한 장소 섭외 모두 새로이 한국에서 비자를 받아 칠레로 돌아온 이후 이뤄졌으며, 총 기간은 4~5개월 정도 소요됐다.
칠레 창업 시 주의할 점 두 가지
복잡한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 창업을 한 이후 운영하는데 역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현지 인력 채용과 소비자 특성, 이 두 가지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현지 인력 채용의 측면에서 보면 칠레인과 한국인은 일하는 방식 및 마인드 차이가 크다. 허 사장도 칠레인 직원과 소통 및 의견 조율에 애를 먹었다. 한국인 직원을 바라보는 동일한 시각을 그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그것에 대해서는 감안하고 고용 및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관련해서 현지 노동법과 같은 행정적인 것들의 경우에는 회계사 및 변호사 선임이 효율적이다. 허 사장은 법률적인 부분은 모두 변호사를 통해 이행했기에 짧은 기간 안에 숙지할 수 있었다.
소비자의 측면에서 보자면 칠레 소비자들은 감성 소비가 발달 돼 있지 않은 이성 소비 형태를 취하고 있다. 비싼 제품이나 음식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고 저렴한 가격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낀다.
가장 인기 메뉴는 불고기 덮밥
‘DOPBAP’에서는 비빔밥, 불고기 덮밥, 제육 덮밥 세 가지를 판매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불고기 덮밥이다. 일반적인 칠레 소비자들은 매운 음식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메뉴 중 하나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빔밥이다. 칠레에는 채식주의자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매우 한정적이다. 단순히 먹는 샐러드가 아닌 밥과 채소로 이뤄져 든든한 비빔밥이라는 음식이 칠레 채식주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 소비자와 칠레 소비자의 차이점을 인지하고 고객의 특성을 파악해 구상하는 것 역시도 현지 창업에서 중요한 태도이다.
칠레에서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허 사장은“칠레는 사업을 펼치기 매력적인 국가이지만 그만큼 많은 고민과 노력, 기본적인 현지 시장에 대한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최근 칠레에서 발생한 시위와 같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관심 가지며 정세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그에 따라 파생될 수 있는 상황 및 비용을 예측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본 기사는 KOTRA 칠레 산티아고무역관에 허성현 사장이 기고한 글을 발췌 및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