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인사이트] 한식 외길을 걸어온 조리기능장 ‘박종록 셰프’

조리기능장은 수십 년 경력의 셰프들도 탈락의 고배를 마실 정도로 취득하기 어려운 자격제도다. 그렇기에 별도의 한국조리기능장협회가 운영될 정도로 그 수가 많지 않다.

 

 

박종록 셰프는 90년대 초 지인의 소개로 외식업계에 입문해 30년 넘는 시간 동안 한식 외길을 걸었다. 2009년 조리기능장을 취득한 그는 여전히 호텔의 특급 셰프로 후배들을 가르치며 필드를 누빈다.

 

외식업계에 입문한 계기는

처음 외식을 시작한 건 지인의 소개로 경주호텔학교 한식조리과에 들어가면서였다. 한식조리과가 생긴 지 2년차였는데 어릴적 집에서 종종 요리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았다. 조리과를 나왔기 때문에 다른 길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호텔 주방이 늘 대규모의 손님을 상대하는 일상의 연속이라 워낙 바쁘게 돌아간다. 눈앞에 주어진 일에 매진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버린거 같다. 경력의 상당 부분은 호텔 셰프로 보냈지만 틈틈이 석사 학위도 취득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중국에도 한 차례 다녀왔다고 들었다. 당시 어떤 업무를 담당했는지

중국에 근무하던 호텔과 자매결연을 맺은 곳이 있었다. 북경에 새롭게 회관을 오픈하며 한식을 전수해줄 사람이 필요해 총책임자로 2011년 직원 7~8명을 데리고 다녀왔다. 사용하는 식재료도 한국과 다르고, 소통의 문제가 있어서 한식을 중국 조리사에게 알려주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어떻게 하면 중국 조리사들이 우리 한식의 맛을 표준화시켜 낼 수 있을까 고민해 레시피를 작업을 했다. 주방에 레시피를 붙여놓고 보면서 그대로 따라하면 맛이 나도록 만들었다. 이전까지 선배들에게 배운 감에 의존한 조리법을 체계화된 레시피로 정리하며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었다.

 

셰프로 가장 높은 자격인 조리기능장을 취득했는데,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오랜시간 셰프로 일하면 누구나 조리기능장 자격을 얻길 꿈꾼다. 하지만 난이도가 있고 한식을 기본으로 하면서 양식, 중식, 일식, 복어 등 추가 과목을 선택해 응시하기에 취득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퇴근 후 밤잠을 줄여가며 준비를 했다.

 

 

다른 셰프들은 일식을 기피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식과 닮은 점이 많아 승산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학원도 다니면서 일식 요리를 배웠고 몇 번의 도전 끝에 조리기능장을 취득할 수 있었다.

 

30년간 셰프로 일하며 가장 자신있는 요리는 무엇인가

가장 자신있는건 갈비탕&갈비찜, 한정식 코스요리다. 호텔에서 사장님의 요청으로 셰프들이 갈비탕 메뉴를 준비하고 있었다. 수많은 갈비탕 맛집을 벤치마킹 다니고 맛을 구현해 선보였지만 번번히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 기회가 나에게 왔다. 사장님과 동행해 유명 동대문 갈비탕 맛집을 방문해 시식을 하는 자리에서 준비한 갈비탕&갈비찜 레시피와 준비 계획을 브리핑 했다. 준비된 자세 덕분인지 갈비탕 메뉴개발을 맡을 수 있었고 이견없이 통과돼 메뉴로 선보일 수 있었다.

 

 

한우 잡뼈와 각종 야채로 끓여낸 뽀얗고 맑은 갈비탕으로 고객 반응도 좋았다. 갈비탕을 연구하며 한우, 수입산(미국, 호주, 뉴질랜드) 별로 삶은 시간까지 연구하는 정성을 들였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 검증된 가장 자신있는 메뉴다.

 

앞으로 셰프로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한 가지는 30년간 쌓아온 한식 노하우를 외식업계에 공유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외식업에 입문하는 후배에게 비전을 보여주고 싶다.

 

 

전 세계적으로 케이푸드에 대한 열풍이 뜨거워 코로나가 종식되면 한식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외식조리과를 나온 학생 학생들이 현장을 갈수록 기피하고 있다.

 

 

한식이 유망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이러한 현상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외식업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검증된 요리, 소스 레시피를 많이 보유했는데 업계 전체가 침체된 상황인 만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전수 교육도 진행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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