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어워드를 읽는 7가지 키워드

아시아 미식가라면 알아야 할 7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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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미식의 ‘다양성’을 ‘발견’하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이 올해로 1주년을 맞았다.

 

미식 전문가 3백18명의 투표를 통해 아시아에서 최고의 레스토랑 50곳을 선정하는 시상식이지만, 아직은 전체 50선이 모이기가 어려운 상황. 시상식은 올해도 ‘영상 스트리밍’으로 진행됐다. 사람, 음악, 음식이 어우러지던 축제의 분위기는 재현되지 않았지만, 발표 결과는 다이내믹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팀의 선전이 돋보였던 2022년 50선을 주요 키워드로 살펴본다.

1. 드디어, 덴 Finally, DEN

올해는 일본 미식계의 활약이 돋보였다. 국가대항전은 아니라고 하지만, 50개의 리스트가 발표되면 언제나어느 나라에 몇 개의 레스토랑이 선정됐는지는 중요한 수치로 떠올랐고, 홍콩,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권과 일본이 비슷하게 1, 2위를 다퉜다.

 

 

올해도 중국권과 일본은 각각 11곳으로 선두다. 들여다보면 단일국으로는 일본이 압도적으로 많다. 게다가전체 1위인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도쿄의 <덴>이 선정됐다. 일본 레스토랑이 1위로 선정된 것은 어워드가 시작된 첫해(2013) <나리사와>의 수상에 이어 꼭 10년만의 일이다.

 

<덴>은 사실상 2018년부터 줄곧 일본의 베스트 레스토랑을 기록해온 톱 레스토랑이지만, 3위를 최고 성적으로 머뭇거리다가 드디어 올해 1위로 뛰어올랐다.

 

일본 전통 가이세키에 위트와 사적 감각의 창의성을 더한이곳 요리를 놓고 일본 미식계에서는 “이게 무슨 일본 요리냐”하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해외 미식가들에게 도쿄에 가면 꼭 맛봐야 하는 요리로 손꼽히던 <덴>의 요리는 드디어 홍콩, 싱가포르, 방콕이 아닌 도쿄로 1위의 영광을 가져갔다.

 

<덴>의 1위는 어떤 의미일까? 이제 일본은 물론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어느 국가에서도, 제2, 제3의 <덴>을전통의 파괴와 변형으로 보기보다는 전통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이를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새로운 전통으로 써내려가는 창작자로 평가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은 아닐까.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2. 로컬 다이닝 바람 Power of Local, SORN​

 

단일국으로는 총 9개 레스토랑으로 일본 다음으로 많은 레스토랑이 선정된 태국, 아니 방콕을 주목할 필요가있다.

올해 2위 레스토랑을 비롯해 10위권 내 무려 4곳이 방콕에서 나왔다. 특히 작년보다 9계단 뛰어오르며 2위를 수상한 방콕의 <소른>은 고요하지만 분명히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2018년에 문을 연 이곳은 태국 남부 14개 지방의 식재료와 사라져가던 고조리법에 중점을 두고 수팍소른 종시리(SUPAKSORN JONGSIR)오너 셰프가 고향의 식문화를 세련되고 우아하게 펼쳐낸다.

국제 관광도시 방콕에서 다소 새로운 시도였지만 <소른>은 태국의 남부 요리를 진정성 있게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픈 몇 달 만에 미쉐린 스타를 획득했고, 2019년에는 베스트 50선에 이름을 올렸다(당시 48위).

 

현재 방콕에서 예약이 가장 어려운 레스토랑으로 주목받는 이곳은 이제 방콕 내 ‘로컬 다이닝’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간치앙푸(블루 크랩 다리 요리), 남부 닭고기 구이 등 22개 이상의 요리가 코스로 흐르는 동안 손님들은 숙련된 직원의 충분한 설명과 함께 태국 남부의 식문화를 여행할 수 있다.

 

방콕은 2014년부터 무려 5년간 연속으로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1위)를 낸 도시다.

그럼에도 올해를 주목하는 이유는 타국 셰프의 유명 레스토랑보다 현지인 셰프의 로컬 다이닝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10위권에오른 다른 두 곳 <레 두>(4위), <누사라>(10위)도 모두 로컬 다이닝으로, 태국 미식계에 로컬 셰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3. 파워풀한 뉴 엔트리 Highest New Entry, VILLA AIDA

 

올해는 총 16곳이 50선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전체의 32% 비중으로 꽤 높은 편이다. 매년 10개 내외의레스토랑이 새롭게 50위권에 진입한다.

하위권에서 시작해 점점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처음부터 돌풍을 일으키는 스타 탄생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2014년부터 가장 높은 순위의 신규 레스토랑에 ‘Highest New Entry’ 일명 ‘베스트 신인상’을 수여하고 있다. 당시 20위로 진입한 서울의 <정식당>이 그 첫 주인공이다.

 

 

이후 상하이의 <푸허후이FU HEHUI>(당시 19위), 서울의 <밍글스>(당시 15위)에이어, 2017년 싱가포르의 <오데트>(당시 9위)와 2021년 방콕의 <가간 아난드>(당시 5위)는 톱 10위 내에 등극하며 기염을 토했다. (그후 <오데트>는 2년 만에 아시아 1위로 선정됐다.) 2018년 오사카의 <라심>(당시 17위), 2019년 방콕의 <가GAA>(당시 16위)도 깜짝 스타 탄생의계보를 이었다.

 

이런 까닭에 시상식에서는 ‘New Entry’가 발표될 때마다 보이지 않게 손에 땀을 쥐게 되는데, 올해도 한참 순위가 올라가더니 14위 <빌라 아이다>에서 ‘HIGHEST’의 불이 켜졌다. <빌라 아이다>의 높은순위 진입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도쿄에 이어 교토, 오사카, 후쿠오카 등으로 다양성을 펼치던 일본 레스토랑의 리스트가 이번에 ‘와카야마’ 지역으로 확산된 것. 오사카에서 남쪽으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와카야마 지역은 최근 오사카와 함께 미쉐린 가이드가 발간되기도 한 휴양지이다.

 

고바야시 간지 오너 셰프가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빌라 아이다>는 한마디로 테루아가있는 시골 식당이다. 이탈리아에서 4년 동안 요리를 익힌 셰프가 고향으로 돌아온 후 가족 농장 한편에 지은

 

곳으로 하루에 딱 한 팀에게, 그날 가장 상태가 좋은 식재료를 텃밭에서 따오거나 이웃 생산자들로부터 구입한 식재료로 차려낸다. 이미 도쿄 등지의 셰프들이 다녀가면서 도시와 로컬의 교류를 일으키고 있다.

 

4. 중국 본토 체면을 세운 비건 다이닝 Haute Vegetarian Cuisine, FU HE HUI​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투표권을 가진 패널들도 해외여행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자국의 레스토랑에 치중된 경험과 결과가 리스트에 반영된다.

 

 

50선에 오른 한국, 중국, 일본, 태국, 인도 등의 레스토랑 중 각국의 ‘베스트 레스토랑’이 모두 자국 셰프가 운영하는 로컬 다이닝이라는 점은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이국적인 레스토랑을 더 선호하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을 가볍게 깨뜨렸다.

혹자는 이를 두고 “세프들은 로컬 식문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고, 미식가들은 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진정한 아시아 레스토랑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통상 10곳 안팎의 레스토랑을 리스트에 올리던 홍콩이 관광객 이동이 적었던 만큼 올해 6곳에 그친 데 반해,중국 본토는 평소 1-2곳보다 많은 4곳을 리스트에 올린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중 본토에서 가장높은 순위인 12위의 <푸허후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하이의 <푸허후이>는 아시아 미식가라면 알 만한 진정한 고수다. 50선 리스트가 올해 10년을 맞은 만큼트렌드의 흐름에 따라 등장과 소멸, 상승과 쇠퇴의 곡선을 그리지만, <푸허후이>는 꾸준히 일정 수위를 유지하며 장기간 중국 본토를 대표하는 레스토랑으로 뽑혀왔다.

 

모던 상하이 퀴진을 운영하는 푸 그룹과 토니 루 셰프가 로컬 식재료를 기반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채식 다이닝을 선보이는데, 아시아의 여느 미식 도시보다도 빠르게 ‘오트 비건 다이닝’의 개념을 세우고 로컬 식문화와 접목하는 도전을 해온 까닭에 수준 높은 상하이 채식을 경험 할 수 있다. 알고 보니 이곳 또한 2015년 ‘Highest New Entry’로 50선에 데뷔했다고(당시 19위).

 

5. 말레이시안 오마카세의 노크 One to Watch, EAT and COOK

 

50선 리스트 이외에 개별상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순위가 오르면 ‘Highest Climber Award(베스트 성장상)’을,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로 뽑히면 ‘Asia’s Best Female Chef Award(베스트 여성 셰프상)’을 수상하는 식이다.

 

모든 개별상이 의미 있지만, 50선에 들지는 못했어도 기대해도 좋을 유망주에게 주어지는 ‘One to Watch

 

Award(주목할 신인상)’를 수상하면 어김없이 다음 해에 리스트에 오르면서 은근히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올해 이 상의 주인공은 쿠알라룸푸르의 <잇 앤 쿡>. 2020년에 6인석 규모의 작은 공간에서 테스트처럼 시작했던 이들은 이내 예약 대기를 이루며 성공 신호를 보냈고, 수개월 후 지금의 장소로 이전해 20여 석 규모에서 ‘말레이시안 오마카세’ 다이닝을 선보이고 있다.

 

 

팬데믹 시기에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고 성공적인 출발로 기록된 <잇 앤 쿡>의 배후에는 리제시(LEE ZHE XI)와 소용취(SOH YONG ZHI)라는 두 요리사의 이야기가 자리한다.

호텔 요리사였던 그들은 팬데믹의 불황으로 인해 직업을 잃었는데, 오히려 매우 전통적인 말레이시아 식당에서 식재료와 요리 기술을 연마하며 지금의 레스토랑 콘셉트를 구상한 것.

 

이들의 규칙은 단순하다. 매일 저녁 다음 날 먹을 식재료를 시장에서 구매해 말레이시아의 제철 채소와 단백질을 식탁 위에 올릴 것, 할머니에게 배운 전통적인 말레이시아 레시피를 이을 것, 단 미니멀리즘적이고 현대적인 스타일로 표현할 것 등이다. 말레이시아 미식계에 불고있는 젊은 피, 이들의 2023년을 기대해보시길.

 

6. 역대 최고의 쾌거 Cheers! KOREA​

 

 

어워드 발표 당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되던 시상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몇 번이나 울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팬데믹 가운데 해외 미식가들의 왕래가 드물었던 만큼, 역대 최대 4곳을 50선에 올린 한국이 과연 올해는 몇 곳을 올릴 것인가? 걱정 반 기대 반 속에서 순위 발표가 시작되고도 한참 동안 “Seoul”, “Korea”를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스타트는 30위의 <온지음>이 끊었다. 이후 27위 <모수>, 연이어 26위 <세븐스도어>… 일순간 한국의 레스토랑 이름이 연이어 불리더니, 18위에 <주옥>을 거쳐 16위에 <밍글스>까지 이어졌다. 5곳의 레스토랑, 역대 최고의 기록이었다.

 

 

더욱이 올해 50선에 새로 이름을올린 16곳 중 3곳이 서울에서 나왔다.

<주옥>, <모수>, <온지음>이 그들이다. 어워드 역사 10년 중 7년째 ‘한국의 베스트 레스토랑’을 기록한 <밍글스>를 비롯해 5곳 모두 한국의 식재료와 식문화를 나름의 방식으로 연구하고 반영하는 레스토랑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수상은 수치적 기록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국내 미식계를 한껏 고취시켰다.

 

한편으로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나 국내의 높은 인지도에 비해, 베스트 50 어워드에서 인정받는 레스토랑이 제한적이어서 아쉬웠던 분위기에 단비가 내리는 듯도 했다.

 

이제 해외 미식 여행자들의 방문이 곧 자유로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회에 아시아 미식가들에게 이름을 알린 5곳과 나아가 더 많은 한국 레스토랑들에게 깊은 관심과 방문이 이어지기를, 내년에는 더 가슴 벅찬 결과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7. 한국 사찰 요리 문화, 세계인과 나누다 Icon Award, JEONG KWAN​

 

​한국의 쾌거는 50선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시아 미식계에 미친 영향과 공로를 인정받는 ‘Icon Award(아이콘 어워드)’의 올해 주인공으로 정관 스님이 선정됐다. 주최 측은 “요리에 대한 철학적 접근과 사찰 요리에 대한 경지가 높게 평가받았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평소 “나는 셰프가 아니다. 음식 수행자다”라는 스님의 선언처럼 셰프가 아닌 수행자의 수상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미식계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한국 전라남도 장성에 위치한 작은 사찰 천진암의 주지 스님이 어떻게 셰프들의 찬사를 받으며 아시아 미식계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을까?

 

1956년 경북 영주 출생으로 17세에 출가한 스님은 백양사에서 동료 승려들과 방문객을 위한 음식을 만들며사찰 요리를 접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사찰 요리는 1700여 년 이어진 한국 불교 역사 속에서 탄생한 수행 음식이다. 수행자의 몸과 차분하고 정적인 정신 상태를 보필하고 나아가 자연의 이치와 순환을 따르는 지속가능성을 지향한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찰 음식 교재 편찬위원, 한국전통사찰음식연구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40년 넘게 한국 사찰 요리를 연마하던 정관 스님이 세계의 주목을받기 시작한 것은 뉴욕의 스타 레스토랑 <르 베르나르댕>의 에릭 리퍼트 셰프와의 인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교인으로서 평소 사찰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에릭 리퍼트 셰프가 2014년 백양사 방문 후 스님의 요리에 반했고, 2015년에 정관 스님을 뉴욕으로 초청했다. 당시 그 자리에 참석한 「뉴욕타임스」 음식 기자 제프 고디너가 스님을 ‘철학자 요리사(THE PHILOSOPHER CHEF)’로 표현하며 “세계에서 가장 진귀한 음식을 먹으려면 천진암으로 가라”는 극찬을 했고, 이를 본 데이비드 겔브 감독이 스님과 사찰 요리를 조망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넷플릭스 ‘셰프스 테이블 시즌3’로 발표하면서 정관 스님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은 증폭되어갔다.

 

한국의 톱 셰프들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한국 사찰 요리를 배우기 위해 천진암을 찾고, 국제 행사와 학교, 기관 등에서 스님을 초청한다.

 

음식을 통해서 깨달음으로 가는 수행자, 이제 음식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정관 스님은 수상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한 마음이 청정하면 온 세계가 청정하고, 내가 기쁘면 나를 위시해서 함께하는 모든 이가 기뻐하듯이 이제 음식을 통해 그렇게 나누게 되어서 무척 기쁩니다. 음식은 마음입니다. 언어로도 표현되지 않는 것이 있고 언어가 다르면 장벽이 있지만, 마음과 마음을 나누면 온 세계와 공존하고 눈앞의 보이지 않는 것도 그 마음으로는 볼 수 있듯 음식이 그러합니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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