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정부는 향후 5년간 약 1조 원을 투입하는 ‘외식산업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푸드테크 유니콘 기업 10곳, 매출 1조원 이상 외식기업 5곳, 외식기업 해외 매장 수 5천 곳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외식산업 혁신을 위해 ▲푸드테크 R&D 및 상용화, ▲스마트 기술 및 데이터 경제 확산, ▲규제 개선 및 기업·인재 육성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IoT, 무인로봇 등 푸드테크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으나 실제 외식업계에서는 전문 인력의 부재로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20년간 외식산업 인재를 양성해 온 윤경숙 이사장은 최근 학교명을 한국푸드테크실용전문학교(구 한국조리사관직업전문학교)로 변경하며 변화에 나섰다.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푸드테크실용전문학교를 찾아 윤 이사장과 만났다.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학교명을 새롭게 변경한 배경은
이전부터 교육 방향을 개편하며 한국푸드테크실용전문학교로 학교명을 바꾸려 계획하고 있었으나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지연되고 있었다. 미래 외식산업을 이끌어 나갈 인재를 키우는 요람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자 학교명을 변경했다.
국내에 푸드테크, 빅데이터와 같은 단어조차 생소하던 10년 전부터 미국 등 해외의 사례를 공부하며 한발 앞서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그 결과 (사)한국외식산업진흥원, (사)한국융복합관광산업진흥원과 연계해 8월 17일 한국빅데이타외식교육원을 출범시켰다.
한국빅데이타외식교육원의 향후 역할은 무엇인가
지금도 외식현장에서 POS, 키오스크, 배달앱 등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돼 있다. 중요한 건 이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해서 매장 경영에 적용할 수 있는 가이다. 한국빅데이타외식교육원은 외식기업 대표, 자영업자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하는 역량을 키워 주는 곳이다.
40년 전통 등 오랜 역사를 강조하는 것이 무조건 답은 아니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상권, 계절, 성별 그리고 연령대 따라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면 감이 아닌 정확한 고객 데이터에 근거해 맞춤형 대응이 가능해진다. 출범식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교육이 진행된다.
실제 빅데이터를 활용한 외식매장도 운영하고 있는데, 소개해 준다면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기 전 실제 빅데이터로 움직이는 매장 운영 사례를 만들어 두면 훨씬 더 설득력 있고, 생동감이 있게 전달될 것이라 생각했다. 매장 컨셉, 메뉴 기획단계부터 데이터 전문가와 협의 과정을 거쳤다.
코로나 시국에 외식 소비자는 어떤 것을 원할 까라는 고민해서부터 출발했다. 방역, 위생을 중요시하고, 젊은 층일수록 건강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포착해 2년 6개월 전 1인 편백찜, 1인 샤브샤브로 컨셉을 잡았다.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운영 중인 ‘포미가’는 D급 상권이라 평가받는 곳에 위치했다. 회사의 구내식당이 잘 갖춰져 있고, 주변에 식당도 많으나 데이터에 근거해 타겟 소비층을 공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메뉴판 구성, 자리배치, 광고 등을 바꿔가며 반응도를 살피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검증해 나갔다.
또한, 이곳은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기 전 적응을 돕는 인큐베이팅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실제 취업 후 현장에서 겪게 될 어려움을 미리 경험해 보는 완충제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인큐베이팅을 거치면 현장 적응도 측면에서 확실한 효과가 있다.
과거와 비교해 지금 외식업계에서 필요한 인재상에 변화가 있는지
처음 학교를 설립했을 때만 해도 조리를 잘하는 학생 즉, 실무적인 스킬이 우수한 학생이 좋은 인재라고 생각했다. 교육 커리큘럼도 어떻게 하면 외식 현장에 나가서 빠르게 조리 실력을 인정받아 정착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지금은 외식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기술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는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이라도 본다. 요리만 잘하는 것이 아닌 사회 흐름 속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짚어낼 줄 알아야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푸드테크의 발전이 어떻게 보면 일자리를 뺏을 거란 우려도 존재한다.
끝으로 이 부분에 대한 교육자로서 견해를 밝혀준다면
로봇 팔이 프로그래밍에 따라 오차 없이 정확한 레시피로 치킨을 튀기고, 커피를 만들어낸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하지만 외식업계에는 로봇이 하지 못하는 마지막 하나가 존재한다.
바로 손님의 마음을 읽고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다. 대화를 나누며 음식으로 기쁨을 주거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섬김과 나눔의 정신을 강조해왔다.
푸드테크를 위협이 아닌 공존의 수단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육체적으로 힘든 영역은 기술이 대체하더라도 손님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건 결국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