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조 칼럼] 음식가격을 통해 본 2023년 대한민국

2023년 4월, 어느 편의점에서 2,900원짜리 냉동피자를 출시했다. 같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같은 중량의 다른 냉동피자와 비교해 40% 가량 저렴하고, 일반적으로 배달시켜 먹는 유명 프랜차이즈 피자와 비교하면 1/10 수준의 가격이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편의점에서는 유명 연예인 이름을 내세운 3,900원짜리 도시락이 출시 50일 만에 300만 개나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또 다른 편의점에서는 쌀밥과 제육볶음으로만 구성된 1,500원짜리 도시락을 출시하기도 했다. 일반 서민들은 고물가, 고금리에 이런 음식들로 린치플레이션을 극복하고 있다.

 

반면에 경기도의 어느 골프장 ‘그늘집’에서는 탕수육 한 접시에 14만원을 받고, 또 다른 골프장에서는 돈가스 한 접시에 10만원이다. 어디 그뿐인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어느 일식집 스시 ‘오마카세’ 가격은 평일 저녁 1인당 37만 5천원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어느 일식집의 ‘오마카세’는 그보다 더 비싼 42만원이다.

 

음식가격을 통해 본 2023년 봄 대한민국은 어떤가? 한마디로 극단적인 양극화다.

일반 서민들이 이용하는, 특히 젊은 세대들의 이용률이 높은 편의점에서는 고물가시대에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파격적인 가격의 상품들을 앞 다퉈 출시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편의점은 비싸다’는 것이 사회적 틍념이었는데, 그런 이미지를 완전히 불식시키고 있다.

 

반면에 부유층들이 이용하는 음식점이나 골프장의 ‘그늘집’에서는 서민들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싼 가격으로 팔고 있다.

특히 동일한 메뉴임에도 보통의 서민들이 이용하는 음식점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팔고, 그런 가격에도 거리낌 없이 사먹는 사람들이 있으니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

 

사회 구성원들의 소득이 양극화되면 소비도 양극화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IMF 외환위기로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이미 우리는 그런 경험을 했고,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로 다시 그런 현상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을 악용하는 공급자와 아무런 도덕적 죄의식 없이 이를 이용하는 수요자의 태도다. 부유층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들은 과시욕이 있는 ‘졸부’들을 이용하기 위해 비싸야 더 잘 팔린다는 ‘베블런 효과’ 마케팅을 하고 있다.

 

‘졸부’가 아니더라도 사회 전반에 만연한 과시욕이 비정상적인 음식 가격 형성을 부채질 하고 있다. ‘내돈 쓰는 것 아니니까’라는 생각으로 법인카드 사용을 남발하고, 사회 전반에 불만을 가진 계층에서는 보복 심리로 자신을 위한 소비라면 아까워하지 않고 펑펑 써대는 풍조다.

 

‘소비가 미덕’이 될 때도 있지만, 불합리한 소비는 시장 가격을 왜곡시켜 결과적으로는 다수의 일반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3년 현재의 음식가격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는 말이다. 이대로 두면 언젠가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김병조 칼럼리스트(평론가)

 

 

20여년간 푸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식품외식산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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