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비대면 서비스의 시대를 앞당기며 식품·유통업계에 급속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주문 후 30분 만에 도착하는 마트 배달부터 정기구독형 큐레이션 식품까지, 배송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확산되는 추세지만 그만큼 서비스에 대한 불만과 피해 사례도 만만치 않다.
최근 그 대안으로 부상하는 시스템이 있다. 바로 '키오스크 자판기'다.
음료를 중심으로 몇몇 제품에 국한됐던 영역이 점차 넓어져 이제 24시간 고기를 살 수 있는 자판기까지 등장했다. 키오스크 정육점의 창시자이자 선두주자, ‘프레시 스토어’의 현웅재 대표를 만났다.
직접 눈으로 보고 살 수 있는 국내 유일 고기 자판기로 알고 있다. 사업의 계기는 무엇인가?
기획은 육가공품 유통 플랫폼 ‘미트박스’에서 시작했다. 기업 간 거래B2B에서 소비자 대상B2C 시장으로 사업 확장을 위해 시장조사를 해보니 마켓컬리, 쿠팡이츠와 같은 형태는 초반 인프라 구축 비용이 너무 높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무인 자판기를 알아보던 중 중국 신드론사의 고기 자판기 소식을 접하고 국내 독점 계약권을 따오면서 ‘미트박스 365’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10월 성남에 안테나숍을 연 것이 출발점이었다. 운영을 하다 보니 고기뿐 아니라 HMR이나 즉석 조리 식품과 같은 냉장 식품으로 영역을 확대해도 충분히 가능성이 높아 보여 지난해 분사하고, 오프라인 무인 키오스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프레시 스토어는 지난 6월 경기 하남 미사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에 총 6개의 직영점 및 가맹점이 있다.
그렇다면 현재 프레시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고기들은 대부분 미트박스를 통해 들여온 것인가? 제품 라인업이 궁금하다.
그렇다. 미트박스를 통해 중간 유통 단계를 축소해 유통 마진 없이 고기를 납품 받기 때문에 일반 소매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9월 기준 돼지 냉동 삼겹살(500g) 3천9백90원, 목살(400g)은 6천5백원 선이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대패삼겹살, 냉동삼겹살, 목살부터 이베리코 갈비살, 양갈비 숄더랙, 한우 등심, 안심 등의 프리미엄 원육까지 다양한 부위를 1-2인분 소포장해 판매한다. 이 밖에 샐러드, 조각 과일 등의 RTE(READY TO EAT) 간편식, 즉석 돼지막창, 슬라이스 보쌈과 같은 축산, 수산물 기반의 RTC(READY TO COOK) 밀키트 등을 여러 식품업체와 협업하여 선보이고 있다. 총 90여 가지 정도의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고기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 재고 변질의 우려는 없나?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냉장용은 0-5°C, 냉동용은 영하 14-20°C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손님이 물건을 주문하면, 무빙도어를 통해 제품이 지나간 후 픽업도어에 도달하는 식으로 두 개의 개폐식 도어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구매 과정에서 온도 상승 가능성도 낮췄다.
무엇보다도 고기의 경우, 육즙까지 순간적으로 압축하는 ‘스킨 포장’ 기술이 적용돼 냉장 상태로 30-40일간 보관해도 변질되지 않는다. 또한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돼 점주가 제품의 상태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유통기간 임박 상품은 특별 할인이 적용되도록 설정할 수 있어 대부분 재고 없이 팔린다. 다만, 샐러드 같은 유통기간이 짧은 식품의 경우, 리드 타임을 잘 조정해서 가능한 한 재고가 남지 않도록 개선 중이다.
제품 진열부터 픽업되는 모습까지 훤히 보여서 인형 뽑기처럼 재밌다는 반응도 있다.
일반적인 자판기처럼 동전을 넣고 물건이 아래로 툭 떨어지게 하면 고객이 신선식품을 안정적으로 픽업하기 어렵다. 그래서 XY축으로 픽업 선반이 움직여 제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는데, 이를 재미있어 하는 고객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어린이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 요즘은 재미가 있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때문에 이런 요소를 계속 가미하려고 생각 중이다.
일례로 매장에서 진행되는 럭키박스 이벤트를 들 수 있다. 한우 등심부터 이베리코 갈비살까지 다양한 프리미엄 상품을 럭키박스에 넣어 이벤트가로 판매했는데, 몇 시간 안에 완판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올 11월에 진행될 코엑스 푸드위크에서는 자판기 안에 다양한 상품을 넣은 블랙박스를 비치해 마치 게임을 하듯 꾸며보려고 계획 중이다.
1호점을 경기 하남 미사에 오픈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우리의 주요 고객층은 1-2인 가구다.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상품도 혼자 혹은 두셋이 먹을 수 있는 150-500g 정도의 질 좋은 신선식품 위주로 구성하고 있다.
1호점이 들어선 곳은 신도시로, 주변에 오피스텔, 아파트 단지들이 밀접해 있고, 20-30대 신혼부부가 많아 우리 의 타깃과 맞았다. 실제로 대량 구매보다는 혼자 와서 스테이크나 샐러드를 하나씩 사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엔 근처에 5호선 미사역이 개통해서 방문 수가 급증하고 있고, 일 매출 1백만원을 찍기도 했다.
단독숍이 아닌 숍앤숍 형태의 매장도 있다고 들었다.
가장 최근에 오픈한 곳이 서울 장안동에 있는 미니스톱 장안장평점이다.
고기 자판기가 편의점 안에 들어서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코로나19 영향으로 대형마트보다 집 근처에서 소비를 하는 추세라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매장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 같다. 지하철 역사나 청년 주택 안에 기기를 놓는 것도 검토 중이다.
청년 주택 1층에 프레시 스토어 자판기와 공용 주방을 만들어 거주자가 소셜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리는 것이다. 고기 요리를 하기 위해 일부러 밖으로 나와 장을 보는 수고를 덜 수 있어 좋은 반응이 예상된다.
무인 스토어지만, 매장 안에 화이트 보드를 도입해 고객과 소통하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도입하게 된 배경은?
‘공대생’이라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프레시 스토어를 다룬 적이 있는데, 영상 중에 “고기를 파는데 왜 쌈채소와 쌈장은 없냐? 매장에서 판매해달라”는 코멘트를 남기는 내용이 있다. 그래서 모둠쌈과 쌈장을 자판기에 추가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를 계기로 무인숍이지만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매장에 화이트보드를 달았다.
‘고기가 너무 맛있다’는 칭찬부터 필요한 상품을 요청하거나 좋은 상품을 추천하는 글이 달리고, 심지어는 그림까지 그리는 분도 있다. 모든 질문과 요청에는 가맹점주가 코멘트를 달고 있다.
사업 초기 ‘정육점 사장님과 상생할 수 있는 무인 정육점’이란 키워드로 홍보했었다. 지금도 추진 중인가?
미트박스 고객 중에 정육점 사장님이 많다 보니, 초기 기획 단계에서는 그런 상생 모델로 접근을 했다. 낮에는 정육 장사를 하고, 퇴근한 후에는 자판기가 그 일을 대신해주는 식이다. 현재 그 구상대로 이뤄지진 않았지만, 지역 상권과의 상생 방법을 모색 중이다. 내년쯤에는 영등포시장 안에 기기를 설치해서, 시장의 상품들을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무인 키오스크는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약국 등 여러 산업에 도입되고 있다. 앞으로 무인 키오스크 자판기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실제 사업 로드맵으로 구상 중인 내용인데, 스마트 자판기를 활용하면 슈퍼마켓의 자동화가 가능하다. 고객이 앱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기기가 해당 상품을 픽업해서 포장해두고, 라이더가 배송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무인 매장인 아마존고의 축소판 같은 형태다. 내부적으로도 연구,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은?
프레시 스토어의 국내 직영점과 가맹점 수를 올해는 20-25개 정도, 내년에는 1백-1백50개 정도 늘리는 것이 목표다. 공격적으로 수를 늘리기보다는 내실부터 탄탄하게 다지려고 한다. 그리고 프레시 스토어 자판기를 국산화하여 해외 시장에 진출해보려고 한다. 중국 회사와 합작 벤처를 만들어 내년부터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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