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2020년 핵심 트렌드로 꼽힌 레몬 사와의 인기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상승세를 타고 있다.
홈술, 온라인 회식 문화가 2030세대에게 인기를 끌며 RTD(Ready to drink) 음료 중에 레몬 사와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다. 레몬 사와의 열풍이 지속되자 식음료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1960년대 탄생해 제2 전성기 맞은 레몬 사와
1960년대에 일본의 서민들을 위한 술로 시작한 레몬 사와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레몬 사와는 레몬에 소주와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알코올음료다. 얼려둔 레몬을 통으로 썰어 넣거나 눈앞에서 직접 생 레몬 즙을 짜서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제조가 가능하다.
몇 년 전부터 도쿄를 시작으로 일본 전역으로 레몬 사와 문화가 퍼지고 있다. 도수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술이 약한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인기에 힘입어 도쿄에 위치한 ‘고고 아카사카(go-go-akasaka)’처럼 레몬 사와만을 취급하는 전문점도 생기는 추세다.
또한, 2017년에 도쿄에서 ‘레몬 사와 페스티벌’이 처음 개최됐으며 오사카, 나고야, 삿포로 등 주요 도시로 퍼져 나갔다. 다양한 종류의 레몬 사와와 함께 닭튀김 등 레몬 사와에 잘 어울리는 간단한 안주를 먹을 수 있다. 누적 입장객 수는 10만 명을 돌파했다.
낮은 도수, 상큼한 맛과 노란 색감으로 SNS에 올리기 예쁜 인증샷을 남길 수 있어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반응이 좋다.
코카콜라 132년 전통 깨게 만든 레몬 사와
무알코올 음료만 만들던 코카콜라도 132년 만에 그 전통을 깨고 레몬 사와 제품 ‘레몬당’을 출시했다. 레몬당은 총 4종류로 벌꿀을 넣은 ‘하치미츠 레몬’, ‘시오(소금) 레몬’, ‘오니(귀신) 레몬’, ‘테에반(기본) 레몬’이 있다. 레몬과즙 함유량은 7~10% 사이며, 알코올은 3~9% 내외로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올해 1월에는 판매가 예상보다 늘어 일시 품절이 되기도 했다.
‘레몬당’의 패트릭 서브스트롬 브랜드 매니저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캔으로 된 주류 중에 레몬이 RTD 음료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판단해 레몬당 출시를 준비했다. 보다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만족시키고자 4가지 도수로 제품 라인업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한편 산토리는 2018년 2월에 레몬 사와 원액을 출시해 히트를 쳤다. 얼음, 소다수 등으로 희석해서 개인 취향에 맞게 사와를 만들어 마시는 제품으로, 출시 6개월 만에 연간 목표의 약 10배인 30만 케이스(1케이스는 6L) 판매를 기록했다. 작년 3월 선보인 제품도 당초 목표의 4.7배를 달성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산토리는 2020년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캔 제품 46%, 병 제품 10%, 업소용 제품 24%로 상향 조정했다. 이를 위해 30~60대 남성 소비자들에게 수요가 높은 고알코올(도수 9%) 제품을 투입해 라인업을 보강했다.
랜선 회식 음료로 제격인 레몬 사와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집단감염 우려로 외식을 하기 힘들어지자 RTD 음료를 찾는 2030대가 늘고 있다. RTD 음료 중 레몬 사와가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20~30대는 최근 1개월 내 집에서 가장 많이 마신 술로 맥주가 아닌 RTD를 꼽았다.
산토리의 연간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RTD 음료 시장은 2019년 기준 전년 대비 12% 성장한 2억 2,975만 케이스(1케이스는 6L) 규모를 기록했다. 12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거듭한 결과로서, 2010년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2배나 커졌다.
영상통화, 메신저를 이용해 친구들과 랜선 회식을 하는 것이 문화로 자리 잡으며 레몬 사와의 소비를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후 많은 식품·외식 기업이 위기를 겪는 중에도 새로운 소비문화는 생겨난다. 우리나라 주류 기업도 일본 레몬 사와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면 또 다른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