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소비가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창업시장에도 무인(無人)· 비대면 매장 창업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인력이 필요 없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무인카페, 무인 밀키트점포나 무인편의점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무인점포 강국으로 나아가는 ‘한국’
자판기 대국 ‘일본’, 김치 자판기도 등장
한국과 일본 모두 코로나로 영업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이 대응책으로 매장 앞에 이색적인 ‘자판기’ 설치를 늘려가고 있다.
자판기는 영업시간 제한과 상관없이 비대면으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출 향상이 절실한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아이템 중 하나다.
국내의 경우 과거 기존 음료와 커피 자판기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 간편식, 반찬, 정육 등 판매 품목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자판기 ‘프레시고24’가 대표적인 사례로 현재 전국 점포수 50개를 돌파했다.
프레시고24의 스마트 자동판매 시스템은 판매 상품의 규격에 제한이 없고 음료와 도시락, 샐러드와 샌드위치 등 어떤 상품이라도 진열 및 판매가 가능하다.
특히 기존 자판기가 취급하기 어려웠던 냉동식품을 손쉽게 판매할 수 있다. 최첨단 스마트 공급망 관리 시스템 (SCM)과 사물인터넷 기술(IoT)에 기반한 무인 스마트 자판기는 휴대폰 앱 관리로 원격 컨트롤이 가능하다.
본사에서 재고 파악부터 주문, 리필까지 실시간 재고 관리가 가능하며 사무실, 학교, 주거공간, 오피스 등 작은공간에서 설치와 운영이 가능하다. 효율적으로 저렴하게 창업을 할 수 있고 인건비, 재고 걱정이 없어 소상공인 위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GRS의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최근 도넛 자판기를 도입했다. 서울역, 대치, 울산 삼산점, 김해 아울렛에 자판기를 설치해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더즌과 하프더즌 등 메뉴를 판매 중이다.
자판기에서 판매되는 도넛 가격은 9000원에서 1만4000원대다. 이 자판기는 점포 개설에 대한 부담 없이 전기만 공급되면 원하는 곳에 설치할 수 있고 점원 없이도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
한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다양한 육류를 판매하고 있는 ‘정육대통령’은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고기를 간편하게 제공하고자 최근 온라인쇼핑몰과 무인자판기를 새롭게 선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정육대통령은 국내 최고의 한우업체로 꼽히는 태우맛소를 비롯해 국내 유명 육가공기업 100여 곳과 공급계약을 맺은 육류 프랜차이즈다. 청정지역의 소 농장과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직거래를 통해 인천에 700평 헤섭 친환경 인증을 받은 깨끗한 공장에서 가공하여 매장에 공급을 하고 있다.
무인정육자판기 시스템을 구축, 국내 최고 등급인 1++의 소고기와 한돈 포크, 수제 소시지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으며 유명한 제주 순대와 전국 맛집 국밥집을 밀키트로 만들어 무인 정육점에서 자판기로 판매 중이다.
무인자판기 특성상 소비자들은 고기가 필요할 때 24시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커피도 무료로 제공해 언제든지 즐길 수 있게 했다.
소주·맥주 자판기도 등장했다. 성인 인증 때문에 무인 점포에서도 팔기 어려웠던 주류의 무인 판매가 시작됐다.
편의점 CU는 국내 최초로 강원도 고성의 한 리조트에 주류 무인 자동판매기를 설치했다.
이동통신 3사가 운영 중인 모바일 인증(PASS)을 통해 휴대폰에 다운받은 QR코드나 바코드를 자판기에 스캔해서 성인인증을 받는다.
소주, 맥주, 전통주, 와인 등 상품 총 45종 중 하나를 선택해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자판기에서 상품이 나온다. CU는 앞으로 주류 자판기를 주간엔 유인(有人), 야간엔 무인(無人)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편의점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마트24 또한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이마트24 본점에 인공지능(AI) 기반의 '주류 무인 머신'을 도입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상품을 꺼낸 후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결제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이마트24는 실제 편의점 매장에 AI 기반 기기가 설치되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판기 시장만 53조원, ‘일본’에 등장한 김치 자판기
‘자판기 대국’로 알려진 일본에서는 코로나 시대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새로운 자판기를 개발, 선보이고 있다.
면역력 증진을 위한 식품으로 ‘김치’를 찾는 일본 소비자가 늘어나자 가나가와현 가와사카시에 있는 김치 전문점 ‘오츠케모노 케이(おつけもの慶)’는 7월 1일부터 김치자판기를 설치해 판매에 나섰다.
김치 자판기는 케이큐카와사키(京急川崎)역에 설치됐고 전철 첫차와 막차 시간에 맞춰 운영된다. 배추김치, 깍두기, 양배추 김치 등 10종류의 김치와 소금 누룩 드레싱, 불고기 양념장, 에너지음료를 갖추었다.
기차에 탔을 때 냄새가 나지 않도록 전철 회사와 논의해 전용 플라스틱 밀폐 용기를 개발했다.
구입 후 용기를 매장으로 다시 가져오면 50엔의 캐쉬백과 종이 공예품을 선물로 받을 수 있다.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연이어 상품 품절이 속출할 정도로 SNS에서 인기를 끄는 중이다. 판매하는 김치 가격은 700엔~1000엔 사이다.
제품 아닌 영양성분 보고 선택하는 자판기도 등장했다.
주식회사 다이도 드링크는 건강 의식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를 겨낭해 새로운 컨셉의 ‘뒷면자판기’를 개발했다. 기존 자판기와 달리 제품의 디자인이 아니라 영양성분을 자세히 보고 선택하는 자판기다.
최근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기 때문에 소비자가 제품 구입 전 영양성분, 칼로리 등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뒷면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모두 항료 무첨가 제품이다. 다이도 드링크의 커피 제품과 설탕 첨가량을 줄인 기능성 음료 등 36종의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다이도 드링크의 전제품은 보존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고객의 손이 닿는 부분은 항바이러스 기능이 있는 특수 코팅제를 사용해 만들었다.
도쿄도 신주쿠에 위치한 라멘전문점 다이헤이켄(大平軒)은 지난달부터 매장 앞에 냉동자판기를 설치했다.
카드나 모바일 결제 수단만 있으면 간장·돈코츠 라멘를 자판기로 구입할 수 있다. 면과 국물을 따로 냉동 포장했으며 중탕에 국물을 10분 정도 끓이면 집에서 손쉽게 라멘이 완성된다.
‘옛날그대로의 간장 라멘’은 다이헤이켄 매장에 설치된 자판기에서만 구입이 가능한 한정 메뉴다. 가격도 라멘은 600엔(약 6,200원), 교자는 30개에 900엔(약 9,3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